[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은 단순하다. 계약 과정에서 심도있는 논의는 없다. 구단마다 정보망을 통해 대형 FA(프리에이전트)의 움직임을 포착한 후 계산기를 두드린다. 첫 제안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면 바로 계약서를 내민다.

NC가 FA 최대어 양의지(31)와 두산을 바라보고 있다. 두산의 제시액을 파악한 후 이보다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면 바로 양의지와 협상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NC 구단 관계자는 “FA 시장이 돌아가는 모양새는 다 비슷한 것 아니겠나. 양의지와 두산이 만나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한 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양의지는 두산과 이미 한 차례 만났다. FA 공시가 이뤄진 후 두산 김태룡 단장과 양의지 에이전트가 지난 주 처음으로 마주했다. 조만간 두 번째 만남을 갖고 원하는 계약규모를 교환할 확률이 높다. 두산은 과거 민병헌, 이종욱, 손시헌, 홍성흔, 박명환 등과 달리 양의지 만은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입장이다. 오프시즌 전부터 두산 구단은 “양의지는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양의지와 FA 계약을 다짐했다.

관건은 역시 계약규모다. 지난 9월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FA 계약규모를 80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FA 제도 변화를 제안했다. 이사회는 10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됐다. 선수협이 이사회의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FA 제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구단들이 1년 20억원, 4년 80억원 이내로 계약규모를 한정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양의지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최형우, 이대호, 김현수처럼 100억원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FA로 분류된다. 

두산 혹은 NC가 양의지와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규모는 80억원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NC가 두산 이상의 금액을 준비한다고 가정하면 KBO리그 역대 4번째 100억원대 계약자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NC는 2015년 겨울 박석민과 4년 96억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NC는 박석민의 전소속팀이었던 삼성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 2017년 겨울 삼성과 계약한 강민호, 롯데와 사인한 민병헌 모두 전소속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을 선택했다. 계약 규모로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리그 FA 시장에서 FA가 전소속팀과 ‘로열티’에 무게를 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덧붙여 롯데 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양의지 영입전이 두산과 NC 2파전 양상을 띄고 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롯데의 참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가 2018시즌 강민호 이적으로 포수난에 시달리며 추락한 점과 팀 구성상 당장 정상을 바라봐야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의지 영입은 전력강화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