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습할 때 아버지의 머리를 받치기 위해 두 손으로 아버지의 귀를 감쌌는데 아버지의 귀가 몹시도 찼던 기억이 난다.
염습의 중간중간 틈이 생길 때면 나는 수의로 봉해진 아버지의 두 손을 왼쪽, 오른쪽을 오가며 만지고 살폈다.
나의 아버지께선 예전에 일을 하다가 검지의 한 마디를 사고로 잃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 검지가 어느쪽 손가락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 뭔가?
못난 자식은 사라진 손가락을 확인하며 한 번 더 생활의 의지를 다지고 싶었을 것이리.
정말이지 못난 자식이었다.
한참을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가며 더듬어간 끝에 잘려 나간 검지의 한 마디가 어느 쪽 손가락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아버지의 저 잘려나간 손가락 한 마디를 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살다가 저 손가락이 완성되는 날이면 내 인생 전체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여겼던 일이 뒤짚힐 때는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음과 같다.
나는 아버지를 먼저 보낸 어머니의 등 뒤에서 하루라도 꼭 어머니보다 오래 살 것이리라고 두 번째 다짐을 했다.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고 다시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는 것은 무슨 모순일까....
몸뚱이 하나만을 재산 삼아 시골에서 도시로 넘어온 아버지께는
맨땅에서 일구어낸 게 이만큼인데 이제와 돌아간들 어떻겠습니까. 아버지.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언제쯤 무슨 일이 찾아와도 그런대로 털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