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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지금해도 코윤원보다 잘할듯

ㅇㅇ(211.216) 2019.02.11 21:32:34
조회 111 추천 1 댓글 1


'내가 단장이라면 이 팀을 더 잘 만들 수 있을텐데.'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미국의 가상야구게임 팬터지 베이스볼은 이런 상상을 자양분 삼아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으로 발전했다.

26년 전 상상을 현실로 만든 열혈 야구팬이 있었다. 1991~92년 롯데 자이언츠 단장을 지냈던 송정규(64)씨다.



1990년 부산 지역 서점가에는 ‘필승전략 롯데 롯데자이언츠 톱 시크리트’라는 제목의 책이 깔렸다. 저자는 송정규, 출판사 이름은 델타기획이었다. 델타기획은 송 전 단장이 1988년 설립한 투자자문 회사. 자비 출판이었던 셈이다.

송 전 단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대신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남고는 부산고와 함게 부산 야구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송 전 단장은 피끓는 부산 야구팬으로 자라났다.

야구를 좋아했지만, 야구와는 무관한 사회 생활을 했다.

1976년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선원의 길을 걸었다. 1980년엔 미국 해운사 스콜피오에서 선장으로 진급했다. 선장은 프로야구 감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가 꿈꾸는 직업’으로 꼽힌다.

‘톱 시크리트’ 집필에는 7개월이 걸렸다. ‘스포츠 관련 서적은 무조건 실패한다’가 출판계 상식이던 때였다.

책을 낸 이유는 단순했다.

송 전 단장은 “롯데가 89년 최하위로 떨어졌고, 90년에도 부진했습니다. 프런트에 ‘구단이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고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어요. 책을 내면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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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의 팬으로써, 의견 제안을 위해 책까지 저술했던 당시의 송정규씨. ]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민제영 당시 롯데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톱 시크리트’는 초판 2000부를 찍었다. 1000부는 지인들에게 나눠줬고, 유료판매는 700~800부 가량이었다.

많지 않은 독자 중에 신준호 당시 롯데 구단주가 있었다. 신 구단주는 신격호 롯데 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책 내용에 감명을 받은 신 구단주는 민 사장에게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라고 지시했다. 

신 구단주는 롯데호텔 34층 사무실에서 송 전 단장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단 전무이사 자리가 제안됐다. 

송 전 단장은 “그때까지 프로야구단에서 일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안을 받았을 때는 황당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경남고 동문인 박종웅(전 국회의원)에게 상의를 했습니다. 그때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 비서였죠. ‘동기들이 지금 대기업에서 대리, 과장을 하고 있다. 좋은 기회다. 무조건 하라’고 하더군요”라고 회상했다.

1991년 2월 마도로스 출신의 송정규는 롯데 자이언츠 제 2대 단장으로 취임한다. 직위는 처음 거론됐던 전무이사가 아닌 관리이사였다.

송 전 단장은 “신동인(전 롯데 구단주 대행)씨가 이사로 있으니 전무이사 자리는 줄 수 없게 됐다고 하더군요”라고 웃었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당시 송 전 단장의 나이는 39세. 야구 실무 경험은 전혀 없었다. 휘하의 부장, 과장이 단장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가끔씩 파격적인 인사를 해 왔다. 육상 선수 서말구를 1984년 선수 겸 코치로 영입했고, 1990년엔 일본인 도이 쇼스케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그리고 2008년엔 제리 로이스터를 KBO리그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영입했다. 올해엔 라이언 사도스키를 외국인 선수 담당 코치로 임명했다.

송 전 단장은 롯데에서 두 시즌(1991~92년)을 보냈다.

1990년 7개 구단 중 6위였던 순위는 1991년 4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1992년 롯데는 창단 이후 두 번째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성적으로 볼 때 송정규 단장 체제는 성공이었다. 홈 관중은 2년 연속 100만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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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임 후 두번째 시즌만에 롯데 자이언츠는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 그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뒤 송 전 단장은 구단을 떠난다. 사연은 다소 길다.

송 전 단장은 ‘파워 게임’에서 졌다고 설명한다. “우승 뒤 나를 구단 사장으로 승진시킨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발이 있었습니다. 10월에 결혼을 했고, 미국으로 신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에 구단에서 ‘송정규가 조직의 화합을 해친다’는 보고서가 작성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구단주에게 ‘송정규는 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보고가 올라갔습니다. 귀국 뒤 사태를 파악하고 미련없이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파격 인사에는 대가가 따른다. 비전문가를 프런트 수장으로 모셔야 하는 기존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단주의 낙하산 인사’라는 시각도 있었다. 송 전 단장은 “돌이켜 보면 나도 미숙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20대에 선장이 됐습니다. 선장은 혼자서 결정을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인지 부하 직원들과 부드럽게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역할은 조직에 변화와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고 했다. 1991년 2월 취임식에 대해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딘가에 주눅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고 회상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는 당시 일간스포츠 기자로 롯데 구단을 담당했다. 장 대표는 “송정규씨는 열정이 대단한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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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송정규씨는 업적을 인정받아 부산광역시에서 발행하는 부산을 빛낸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



하지만 송정규 단장의 두 시즌에 대해 ‘실패’라고 평가했다.

장 대표는 “구단 운영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당시 롯데는 모기업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 송 전 단장은 이상주의자였다. 자신의 이상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 점에서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송 전 단장도 “하고 싶었던 일을 다는 못했습니다. 그게 아쉬운 점입니다. 저 자신에게 부드러움이 부족하기도 했습니다”고 말했다.

‘톱 시크리트’에서 송 전 단장은 롯데 구단에 대해 17가지 제언을 한다. 이 가운데 ‘외국 우수 지도자 초빙’, ‘전용 야구장 건설’ 등은 뒷날 롯데 구단에서 실현된 것이다.

그의 제언에는 시대를 앞서나갔던 면이 있다. 

송 전 단장은 “단장 시절 야구인들에게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를 해야 한다’, ‘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면 ‘만화 같은 소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프로야구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프로야구계를 떠난 뒤 그는 본업으로 돌아갔다. 2009~2012년엔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는 롯데 구단의 최근 운영을 이렇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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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서도, 송정규씨의 롯데에 대한, 그리고 부산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


“로이스터 이후 감독 인선을 보면 방향성이라는 게 보이지 않아요. 로이스터를 내보낸 명분이 뭐였습니까? 우승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경험이 적은 감독들을 계속 영입했어요”, “나가시마 시게오가 능력이 뛰어나서 명장 소리를 듣는 게 아닙니다. 나가시마가 감독으로 있으면 주위에 유능한 코치들이 모입니다. 그게 감독의 힘이예요.”

목소리에는 26년 전 연고지 구단의 패배에 분노해 자비 출판까지 감행했던 30대 야구팬의 열정이 살아 있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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