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첫 실전 경기서 12실점을 했지만,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1군 붙박이 자원인 외국인 우완 제이크 톰슨(25), 김원중(26), 구승민(29)의 난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롯데는 28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구시카와 경기장서 열린 SK와 평가전서 11-12로 아쉽게 졌다. 9-4까지 앞서 갔지만 6회와 8회 3점을 내준 뒤 결국 역전을 헌납했다.

전반적으로 마운드가 흔들렸다. 선발 투수 톰슨이 2⅓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5회말 4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원중 역시 3이닝 4피안타(1홈런) 2탈삼진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여기에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로 나선 구승민이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경기 종료 후 양상문 감독은 "투수는 아직 100%가 아닌 진행 과정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여러 상황에서 보완점을 찾아가고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직접 설명했지만 더 큰 이유도 있었다.

우선, 톰슨은 처음 접하는 마운드에 적응하는 단계였다. 구시카와 경기장 마운드는 비교적 무른 편이다. 이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이다. 더욱이 톰슨은 아시아 야구를 처음 경험하고 있다. 땅볼 유도형 투수답게 다소 불운한 타구도 있었고, 투구 디딤발이 의도대로 버텨주지 못했다.

또 김원중과 구승민은 변화구 구사를 자제했다. 김원중은 이날 던진 42개 가운데 1~2구를 제외하면 모두 직구를 시험하는데 경기를 활용했고, 구승민 역시 이날까지 포크볼 구사를 자제했다. 특히 구승민은 지난 시즌 64경기(73⅔이닝)나 던졌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단계다. 쉽게 말해, 다양한 무기 중에 1~2개만 사용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2019시즌 롯데 마운드에서 중요한 선수들이다. 톰슨은 브룩스 레일리와 함께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해야 하고, 김원중 역시 3선발이 유력하다. 구승민은 오현택, 손승락 등과 함께 롯데 필승조를 든든히 떠받치는 기둥이다. 이미 양상문 감독의 시선은 오는 23일 시작되는 정규 시즌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바로 이것이 롯데가 12실점에도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다.

양상치 슬슬 입털기 시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