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롯데 자이언츠 vs SK 와이번스
9회초 9:5 노아웃 주자 만루

투수 윤길현의 공은 막강한 sk타선을 막기에는 버거워보였다.

타앙!

4반타자 로맥이 받아친 이 공은 사직구장의 팬들과 벤치의 선수들의 탄식소리와 함께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좌중간을 갈랐다.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오고 이제 경기는 9:7 어찌어찌 2아웃은 처리를 했지만 윤길현이 한계라는 것을 안 투수코치 주형광은 공을 가지고 마운드를 향한다.

“그만하면 됐다 들어와라”

더그아웃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윤길현에게 손승락은 애써 웃어주며 “형이 마무리할게 걱정마라”라며 불펜을 나섰다.

올해가 fa 마지막 해인 손승락은 17년도를 능가하는 성적을 보여주며 0점대 방어율,50세이브라는 기록을 남긴 유일무이한 마무리 투수이다.

2아웃 주자 1,3루

아무리 골든글러브도 타고 세이브왕을 여러번 차지한 손승락이더라도 이 상황은 굉장히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롯데자이언츠 측 선수교체 있습니다. 투수 윤길현 물러나고 투수 손승락”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손승락
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연습투구를 던지던 손승락의 귀에는 자신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롯~데 롯~데 손승락 손승락!”

타석에는 대타 박정권이 들어섰다.

박정권은 2020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 홈런이 예정되었는 sk의 레전드이다. 그러나 어려운 싸움이 되더라도 손승락은 할수있을 것이다.

플레이볼!

잔뜩 긴장한 얼굴로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손승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펄쩍 뛴 손승락의 손 끝에서 떠나간 공은 타자의 몸쪽에 정확히 꽂혀들어갔다.

초구 스트라이크

팬들의 응원소리가 사직의 그라운드를 가득매웠다.

손승락의 이름이 마킹되어있는 유니폼을 거꾸로 입은 사람.

머리에 주황봉투를 쓴채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한 사람.

목이 터져라 손승락을 연호하고있는 사람.

그러나 손승락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세상에 타자와 자신밖에 보이지않을정도로 승부에 집중을 하고있는 손승락이었다.

2구. 좋은 코스였지만 심판은 반응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화가나 뛰쳐나가는 이대호를 양상문이 막아섰다.
“지금의 승락이의 공은 누구도 칠 수 없다. 여기서 흐름을 끊는건 미친짓이야.”

3구. 좌측으로 크게 넘어가는 파울
박정권은 담장을 넘어가는 큰 타구를 만들었지만 폴대 바깥으로 벗어났다.SK의 팬들의 탄식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손승락은 놀라기는커녕 미동도 하지않았다.
자신의 공을 믿고있었기 때문이었다.

포수의 사인을 받던 손승락이 연이어 고개를 흔들었다.

직구?아니고 커터?아니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도 아니면 대체 뭐란말인가. 손승락은 자신의 결정대로 던져보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포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미트를 손승락에게 벌렸다. 포수도 역시 손승락을 믿었던것이다.

4구. 손승락의 손에서 공이 벗어났다. 공은 상상치도 못했던 궤적을 그리며 포수의 미트에 박혔다.

시즌 시작 전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노경은에게 배웠던 너클볼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은 벗어났지만 이 정도의 너클볼이라면 일반적인 타자들의 배트는 분명히 돌았을터 그러나 박정권의 배트는
돌지않았다. 볼

이쉬워하는 손승락, 더그아웃에서 보고있던 양측의 선수들은 이 둘의 무시무시한 승부에 혀를 내둘렀다.

5구.152km의 빠른공 하지만 약간 빠졌다. 박정권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풀카운트

이제 손승락의 공 하나에 롯데의 27년만의 우승이 걸려있다
손승락은 손에 로진을 묻히며 침을 꿀꺽삼켰다

투수 와인드업, 1루 주자가 달리기 시작한다.

6구.환상적으로 꺽이는 주무기 커터, 타자의 배트도 함께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날아갔다......
투수 앞으로!! 날아오는 직선타를 글러브로 낚아챈 손승락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끝까지 삼진은 못잡았네....”

[아웃,게임종료]

손승락은 한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듬해 그는 39세의 나이로 4년 100억이라는 fa대박을 터뜨리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