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1차 지명한 ‘특급 신인’ 서준원의 강렬한 프로 데뷔전에 적장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류중일 LG 감독은 31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서준원 얘기가 나오자 “와 정말 괜찮던데”라고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될성부른 떡잎다웠다. 전날 LG전에서 7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서준원은 2이닝 동안 2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을 했다. 출루를 내준 건 볼넷 단 한 개다.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에도 최고 구속 152~153㎞ 빠른 공을 지녔다. 더구나 이전 신인과 다르게 제구가 잡혀 있는 투수여서 이르게 특급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살 떨리는 데뷔전 역시 그의 가치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7-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 나서긴 했지만 데뷔전이라는 중압감을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7회 첫 타자 채은성을 1루 땅볼로 처리한 데이어 베테랑 박용택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양종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8회 대타 서상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정상호를 다시 삼진을 잡았다. 이어 이천웅과 윤진호를 각각 중견수 뜬공,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이날 최고 구속이 149㎞ 달했고, 패스트볼도 140㎞대를 꾸준히 찍었다. 데뷔전임에도 110㎞대 슬라이더와 커브를 골고루 섞어가면서 상대 타자 흐름을 제어했다.

전날 서준원을 본 류중일 LG 감독은 “던지는 스윙 자체가 참 빠르더라”며 “(정)우영이를 보면 마운드에서 자신있게 던지는 게 참 좋은데 스윙이 더 빨라야 한다”면서 팀의 또다른 대형 유망주인 정우영과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옛 제자 임창용을 꺼내면서 ‘이중 팔각도’를 언급했다. 류 감독은 “서준원이 아래로 던질 때 꾸준히 140㎞대를 찍던데, 위로 던지니까 또 구속이 150㎞까지 나오더라”며 사이드암으로 던지다가 스리쿼터로 던지면서 결정구를 선택,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린 것을 주목했다. 과거 임창용이 전성기 시절 뱀직구로 위용을 떨칠 때 스리쿼터로 팔각도를 올려 구속을 높인 적이 있다. 둘 다 완급이 조절이 되는 변화구를 지녔기에 팔 각도 변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적장의 칭찬에 양상문 롯데 감독은 “우리 준원이”로 화답했다. 그는 “우리 준원이가 힘이 좋고 마운드에서 여유가 있었다”면서 “사실 고등학교 때는 변화구 위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스피드가 생겼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보다 일단 긴장을 안 하지 않느냐”며 “감독끼리 하는 얘기로 실력보다 심장이 강한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그의 쓰임새가 다양해질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양 감독은 “진명호가 구승민 필승조들이 매일 던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준원이 하는 것을 보면 올려서 써도 될 것 같다”고 흐뭇하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