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허일은 “대타로 들어갈 때 상황이 즐겁다. 내가 영웅될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 좋다. 그래서 웃으며 타석에 들어간다”고 했다.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시쳇말로 ‘관종’의 모습을 끌어냈다. 허일은 “야구선수는 그런 끼가 있어야되는 것 같다. 야구장에서 관심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선수라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공부를 많이 한 결과다. 허일은 “내가 한 타석이라도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볼에 대처하는 타이밍 같은 부분에 대해 채태인, 이병규 형 등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서야 롯데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허일은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허일은 2011년 1군에서 단 두 경기에 출장했다. 이후에는 오랜 2군 생활을 겪었다. 지난해 모처럼 1군의 부름을 받아 9경기에서 타율 0.357(14타수 5안타)로 활약했지만 이번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심해져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희망을 키웠다. 양 감독은 “미래에 롯데 타선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허일은 4할 맹타를 휘두르던 민병헌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지난 5일부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사직구장은 허일에게 ‘꿈의 무대’였다. 허일은 “2군에서 경기를 마치고 사직 구장에 도착하면 함성소리가 들린다. ‘진짜 나도 저기 있고 싶다.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일이라도 당장 뛸 수 있게끔 준비했다”고 했다.

롯데에는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등 국대급 외야수진이 있다. 허일에게 주전 자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내가 아섭이 형 자리를 빼앗는 것은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 일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 않나. 2군에서 7년 기다렸던 것처럼 준비를 잘 하고 있으면 기회가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신 넘어설 수 없는 선배들에게서 모든 것을 다 배우려고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돌아올 차례를 위해 허일은 자신의 위치에서 꾸준함을 증명하고 싶다. 그는 “방망이가 뜨겁거나 혹은 식을 때에도 기복을 줄이고 싶다. 우리팀 외야 주전처럼 언제든지 나가면 칠 것 같은,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