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8회 양 팀이 충돌하고 있다. 김하진 기자

이례적인 사령탑 간 충돌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잠실 두산-롯데전에서 8회 2사 1·2루 롯데 구승민의 투구에 두산 정수빈이 옆구리를 맞고 쓰러지면서 벌어진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 중에 김태형 두산 감독이 구승민에게 폭언을 했다는 롯데 구단의 주장이 나왔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정수빈이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하자 트레이너들과 함께 살피러 그라운드로 향했고 롯데 측에서도 공필성 수석코치와 주형광 투수코치가 나와 정수빈의 상태를 살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과 공 코치의 대화가 오갔다. 김태형 감독이 뭔가 항의성 발언을 하는 듯 보였고 공필성 코치는 김 감독을 달래려 하는 모습이었다. 공필성 코치는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해 김태형 감독과 친밀한 사이다. 이후 김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으나 양상문 롯데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김태형 감독 쪽을 향해 격하게 항의했다. 이에 김태형 감독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갔고 양팀 선수들까지 쏟아져나오는 이례적인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원인을 놓고 경기 뒤까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당초 경기장에서 롯데 구단은 “김태형 감독이 공필성 코치와 구승민 선수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다. 양상문 감독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경기 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왜 남의 선수한테 타팀 감독이 뭐라고 하느냐’는 뜻으로 김태형 감독에게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구단은 “김태형 감독이 정수빈까지 2명의 선수가 맞으니 ‘고의성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을 밝히면서 ‘야구 좀 잘하지’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종료되고 롯데 구단 관계자가 일부 취재진에게 추가 설명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롯데 구단은 “구승민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김태형 감독이 구승민에게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달했다. 사실이라면 대단히 모욕적인 이 발언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상식적으로 프로 팀 사령탑이 그라운드 위에서 타 팀 선수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김태형 감독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 뒤 공필성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흥분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김태형 감독은 이후 언론을 통해 롯데 구단의 주장을 접하고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구단은 여러 통로를 통해 확인을 거치면서 “김 감독이 편한 사이인 공필성 코치에게는 거친 말을 했지만 구승민에게는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