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년 이후에는 감독을 찾아다니며 은퇴 허락을 받으려고 애를 썼다. 어차피 실업대회와 국제대회에서 야구 선수로는 모든 영예를 누렸으니 빨리 야구를 그만두고 은행원으로 살기 위해서였다.당시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26~27살이 되면 은퇴했고 30살이 넘는 선수는 한 팀에 한두 명이 될까 말까 했다. 감독은 조금만 더 남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부터 1977년 은퇴할 때까지 매년 한 해만 더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틴 것이 7년이나 됐다.

이런 일도 있었다. 1972년 12월에 결혼했는데 집에 야구와 관련된 용품이 하나도 없자 하루는 아내가 나한테 "당신 도대체 야구 선수가 맞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야구 선수가 맞다고 대답했다. 아내가 오해할 만했다. 지금처럼 프로선수였다면 매년 성적에 따라 많은 연봉을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죽어라고 연습했을 텐데 당시에는 좋은 성적을 낸다고 월급을 더 주지 않았다. 실업대회에서 타이틀을 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나는 따로 개인훈련은 하지 않고 팀 연습시간에만 운동을 했다. 야구배트니 글러브는 모두 야구단 숙소에 뒀고 유니폼도 숙소에서 빨아서 보관했다. 당연히 집에 야구와 관련된 용품이 있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