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필자는 06부터 꼴데야구 보기 시작했다. 뭐 나름대로 오래 봤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여기 계신 올드팬들에 비하면 뉴비겠지.

롯데 자이언츠란 팀은 내게 있어서 희로애락이자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적어도 18시즌 까지는..

사실 그전에도 오랜만의 준플 진출에 치타호 역전 쓰리런 등등 명장면들은 많았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적도 많았다.

중2때 전학을 갔었고, 새로운 환경에 어버버하고 향수병 도졌을 때(같은 부산이긴 하지만) 힘이 되준 게 롯데야구였다.

그때 플옵때 흐니흐니 추격 솔로홈런이랑 정훈 밀어내기 볼넷, 손캡의 땅볼은 아직도 기억나네..

시간이 흐르고, 꼴씨티비와 델동 등등 요행야구랑 그간의 성적 등등을 구실로 주변 친지들 친구들 모두 다 엔씨로 갈아탔을때도 혼자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물론 지금은 꼴팬 더 없어진 상태다. 그래도 롯데지, 옆동네로 갈아타자니 차라리 프로야구 안보고 말지....하면서 가족끼리 계속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군입대를 앞둘 때, 그때 보고간 경기가 나원탁이 듀비 등 맞춘 그 경기였다. 듀비가 괜찮다고 제스쳐 취하던 거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ㅋㅋㅋ

그렇게 허탈하게 2패하는거 보고 입대했고, 훈련소 인편으로 편지가 왔을 때 대호 혼자 고군분투 하면서 멱살캐리로 4위까지 올려놓은 거 보고 방방 뛰던 모습이 선하다.

18시즌은 그렇게 끝났고, 필자도 그때는 조원우식 야구에 불만과 실망이 너무 컸었고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길 기대했다.

여기서 뜬금 석고대죄하자면, 양상문이 온다 했을 때, '아 리빌딩은 잘 돼겠네.' 하면서 나름 좋아했다는 것이다.(이게 올해의 실책이 될 줄은)

올해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선수들 눈에 의욕이 없어 보인다. 투수들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타자들은 분석 당했고, 거기서 새로운 해결책이나 조언을 제시해 줘야 할 코치들은 데이터만 들고 다니고, 감독은 허... 고의만루 작전으로 실점 한 경우가 한두번도 아니고.. '꼴꼴꼴꼴꼴꼴꼴 승승 꼴 승승승 꼴꼴꼴꼴꼴꼴꼴 승 꼴꼴' 하하....

아빠랑 집에서 한잔 걸치면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원년팬이시고 비번 찍을때도 계속 봐왔을 아빤데, 요즘 롯데 참 재미없게 야구한단다. 쉽게 끝나고 쉽게 점수 내주고..

그러면서 박정태-호세-마해영으로 이뤄진 그 타선이 정말 그립다고 하셨다. 그때는 찬스가 오면 열에 아홉은 호세랑 마포가 다 해줬다고. 근데 지금은 무사 만루여도 하나도 기대가 안된다고. 삼진 당해도 실실 웃으며 들어간다고.(이때 말만 듣고,  단순 기록으론 그들의 위력이 얼마나 셌는지 모름. 올드팬분들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경기를 작은 식당에 티비 리모컨 뺏들어서 틀고 보다가 실망만 가득했다.. 그리고 오늘 아빠 무슨 일 있어서 늦게 왔는데 하이라이트 챙겨보시니까 너무 안쓰러워서 "오늘 대패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제 이럴바에 야구 보지말자 그러신다.

생각해봤다. 과연 이 애증의 팀을 잠시나마 접어야 할지. 계속 생각해봤고, 아무래도 쉬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빠한테 말해서 결국 둘 다 당분간 쉬기로 했다. 본인도 준비해야 할 미래가 있기에 당분간 야구는 잊고 거기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언젠가 또 양승호 감독 때 처럼 기적을 보여줄지, 대포를 밥먹듯이 쏠지 양떼야구를 펼칠지.. 그렇게 또 속으며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 자신부터 가족, 주변의 몇 안되는 롯팬 친구들...후임들...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리고 꼴갤러들도 고생이 많다,, 안그래도 일상에 스트레스 많을건데 야구보며 더 혈압오르고,,

진성 꼴빠의 입장으로서 롯데 상황이 어떤지도, 이대호가 누군지, 땀쓴 슬라이더의 위력도 모르면서 공짜에 허덕여 간 다수의 라이트 직관러들보단 집관한 여러분들이 진정 롯데를 위한 팬이고 본인 기준에서 훨씬 더 승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론은, 당분간 롯데 야구 보는걸 쉬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으마. 언젠가 잘하는 날이 다시 오게 되면, 내가 원하는 그런 소식이 들리면, 반드시 돌아갈 테니까.

긴 글 읽어줘서 정말 고맙고, 그럼 롯데야...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