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
1.
오지환은 수비가 좋은 유격수다.  커리어 초기 팬들의 뒷목을 잡게하던 그 실책수는 이미 리그평균 수준으로 줄어든지 오래이며 게다가 실책수는 수비능력을 거의 설명하지 못하는 지표다.   물론 실책이 수비효율에 영향을 주는건 맞다.  하지만 HBP도 출루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어떤 타자를 평가함에 있어서 --- "그는 HBP 숫자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출루능력에 문제가 있어"라고말하면 이게 말이 되나?
(그래도 실책은 중요...라고 생각하신하면 지난 16년-17년 시즌의 유격수 수비율 연속1위가 누군지 보시길. 문OO 미안. )

2.
오지환은 리그최고의 주자 중 하나다. 압도적으로 도루가 많은 것은 아니라도, 추가진루 성공률에서 대표선발 내야후보 중 독보적이다.  백업야수 롤을 생각한다면 중요한 가치다.

3.
주전유격수가 3루 포지션 소화가 가능할 경우, 수비교체 시 전문유격수가 들어가고 선발유격수가 3루로 옮기는건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게임운영이다.  김하성이 주전인 것은 수비 때문이 아니라 공격 때문이니 --- 이대호가 선발3루수로 나온 경기에서 1루수를 바꾸면, 1루요원 대신 3루요원이 들어가고 이대호가 1루고 가는게 이상할까?  대표팀 코너외야수가 교체될 때 박해민이 들어가서 중견수를 보고 박건우가 코너로 가는게 이상할까?

4.
오지환이 5번째나 6번째 내야요원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으로 논문 한편 쓸 수 있다.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논란의 본질은 --- 그가 대표팀 멤버로 필요한 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5.
오지환은 실력으로 대표팀에 뽑을만 했지만 반대로 물을 수도 있다. "오지환 말고는 그럼 뽑을 선수가 없었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황재균도 괜찮다. 경험도 많고 1루,3루가 된다. 억지로시킨다면 유격수도 할 수 있을거다. 장타능력도 있기 때문에 대타요원으로 쓰임새는 오지환보다 오히려 낫다.  대신 수비교체 시 전체적인 단단함에서는 오지환 만 못할 것이고 1루가 된다는건 김현수 존재를  생각하면 별 장점이 아니다.  

허경민도 좋다. 왼쪽 내야멀티로는 리그 최고다. 예년이라면 타격이 문제였겠지만 올시즌 페이스는 좋다. 또 백업인 마당에 이것저것 다 잘하는걸 기대하는건 이상하다. 대타역할/대주자역할/멀티포지션 역할 중 하나 이상을 소화해주면 충분히 좋은 백업요원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 누굴 뽑아도 거기서부터는 성향이고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된다는 것은, 실력 이외의 다른 무엇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왠만큼 야구에 익숙한 팬집단에서라면 --- 오지환이 실력에서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 많이 안나온다.  그러니 실력이 충분하다는 말해봐야 논란이 안그친다.  애당초 --- "같은 값이면" 오지환이 안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던 것이다.

"같은 값이면..."  이게 참 묘한데, 논리가 이렇게 흐른다.  "실력이 압도적이면 내가 이런말 안하는데, 비슷비슷한데 왜 뽑냐고?"  글쎄, 비슷비슷하면 감독 맘으로  뽑는게 정상이지 비슷비슷하면 니 맘에 맞게 뽑아야 정상일가?

하지만 단지 그렇게만 말하기 어려운게 --- 참 배경이 깊고도 복잡하다.

6.
오지환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병역을 면제받고 싶다는 의사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 전에 문신 건으로 경찰팀 선발에서 탈락했다.  상무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안갔다.  미운털 3종세트 완성이다.

자신의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더구나 서툴게 드러냈다는 것이 오지환의 첫번째 죄다.   병역면제를 바라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게 옳든 그르든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차이는 --- 그걸 드러내느냐 아니냐, 드러내더라도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냐느냐 아니냐다.  오지환은 그걸 제대로 못했다.  그러니 다양한 팬덤을 상대해야 할 프로선수로서 일단 유죄다.  

*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선수가 받게 되는 자격은 [병역특례요원]이다.  그들은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것이 아니다.  병역의무를 [적법하게 다른 방식으로 수행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만약 오지환이 리그를 씹어먹는 유격수였다면 --- 사실 논란은 휠씬 적었다.   팬들을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언사에 경끼를 일으키긴 하지만, 진짜로 야구로 속죄가 가능한게 우리 세상이다.  오승환의 mlb성적과  [도박스캔들]에 관한 악플 숫자에 얼만큼이나 연결되어 있을까?  --- 절대적으로 [반비례]한다.  성적이 좋으면 왠만큼 스캔들로 잘 안까인다.  mlb에서 50세이브를 했다고, 도박스캔들의 무게가, 의미가 달라지나?  하지만 악플의 갯수는 절대적으로 달라진다. (물론 난 스포츠도박이 아닌 한에, 허가된 카지노에서 하는 도박이 그리 큰 잘못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오지환의 두번째 죄는 --- 깜도 안되면서 욕망을 가졌다는 것이다.  리그를 씹어먹고 주전으로 뽑히나, 적당한 역할을 어필해서 백업요원으로 뽑히나 --- 선발의 타당성에는 별로 다를게 없다.  유독 오지환만 다른 경쟁자보다 높은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할 이유가 뭘까?  왜 유독 오지환만 남들보다 압도적 성적을 거둬야 [논란없는 선발]이 될 수 있나.  그건 이미 야구 외적인 무엇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 그게 "깜이 안되면서 너무 많은걸 바란 죄"다.

상무팀 입단 쯤에서 만족했으면 그는 무죄다.  하지만 감히 금메달과 병역특례를 꿈꾸었으니 그는 유죄다.  

그의 세번재 죄는 --- 이런 모든 괘씸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상황에서 온다.  만약 넘어야 할 허들이 월드컵우승 같은 것이라면 그가 별로 까일게 없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은 성공확률이 매우 높은 목표다.  

그런데, 이건 왜 그렇게 되었나.  kbo리그 선수들이 야구를 곧잘 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아시안게임에서의 경쟁은 덜하지만 --- 대신 대표선발에 되기까지 난이도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스포츠선수에게 병역특례를 주는게 옳으냐 그르냐는 물론 논할만한 이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의 야구종목이라 해도 그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자격을 무임승차 쯤으로 치부하기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하지만 --- 미운놈이 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  그러니 그는 유죄다.

그러니 오지환에게는 속죄가 필요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 음주운전, 폭행, 승부조작, 약물복용은 저어어어어얼대 야구로 속죄하려 하면 안되지만 --- 괘씸죄는 그래도 야구로 속죄 가능한 죄목이다.  수퍼캐치 5개쯤 하고 홈런 2개쯤 쳐서 금메달 가지고 와라.  그렇게 야구로 속죄해라.  이왕이면 계속 그렇게 노력해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도 갖고오면 금상첨화다.

다만 --- 그가 생각해줬으면 하는게 있다.  그는 좀 억울할지 모른다.  그럴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성공 중에 온전히 제 혼자 힘으로 얻는 것은 없다.  프로야구선수는 한국사회 어느 집단보다 --- 제 실력으로 성공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 경우조차 돈벌어다 티켓사고 유니폼 사는 팬들 없으면 불가능한 성취다.   스포츠선수에게 병역특례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잉여가 있는 것은 --- 선수 개인의 기여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노력한 결과다.  

우리 사회에는 억울함, 분노, 무력감이 가득차 있다.  그게 야구선수들 잘못은 아니고 오지환의 잘못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야구선수가,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의 야구선수가 --- 그걸 보듬고 위로하는 역할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나.

억울해만 하지말고, 야속해만 하지말고 ---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벤 삼촌의 말을 늘 생각해주면 좋겠다.  병역특례와 아시안게임금메달 같은 것은 이미 야구의 경계를 넘어선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그러부터 뭔가를 얻었다면 --- 야구의 경계 바깥에서 사회적 기여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