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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8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했다가 이라크 기자로부터 ‘신발 투척’을 당하는 봉변을 겪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는 것은 극단적인 경멸을 드러내는 표시다. 우리 문화에서 ‘신발’은 욕설 표현과 발음이 비슷하다. 이를 던지는 건, 욕설의 물리적 표현이기도 하다. 어쨌든 신발을 던지는 것은 ‘무척 화가 났다’는 뜻이다.

감독이 퇴장당했고, 그라운드에 신발이 날아들었다. 그러자 마치 마법처럼 롯데 타선이 깨어났다.

프로야구 롯데가 26일 사직 NC전에서 10-7로 역전승을 거뒀다. 2연승과 함께 최근 7경기 6승1패의 상승세다. 이날 KT에 2-9로 패한 5위 KIA와의 승차를 3.5경기로 줄였다. 가물가물했던 가을야구의 희망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10개 팀 중 최다인 16경기가 남았고, 이 중 4경기가 5위 KIA와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기대할 만한 여지가 있다.


어쩌면 ‘신발’ 때문이었다. 롯데는 5회말까지 1-4로 끌려가고 있었다. 4회까지 안타 1개, 볼넷 3개의 빈공. 1득점은 무사 1·3루에서 병살타로 간신히 얻었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5회말 문규현의 솔로 홈런이 나온 뒤 1사 1루, 정훈이 또 병살타를 쳤다. 판정이 애매했고, 롯데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판독 결과가 명쾌하지 않았다. 조 감독이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화가 난 롯데 팬이 좌익수 쪽에 빨간 슬리퍼 한 켤레를 집어 던졌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롯데 타선이 폭발했다. 전준우의 적시타와 상대 투수 폭투로 4-4 동점이 된 뒤 이대호가 역전 결승 적시타를 때렸다. 이대호는 7회 쐐기 투런 홈런을 더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대호는 최근 10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치는 중이다. 전날에도 5-7로 뒤진 7회말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렸다. 이대호는 “남은 시즌 매경기 포기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NC는 이날 패배로 가을야구 탈락 트래직 넘버가 1로 줄었다. 한 번만 더 지면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다.

문학에서는 SK가 8회말 나주환의 결승 3점 홈런으로 LG에 5-2로 이겼다. SK의 가을야구 확정 매직넘버는 2로 줄어들었다. 수원에서는 KT가 선발 김민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1회 터진 4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시즌 40호 홈런을 앞세워 KIA를 9-2로 이겼다. 잠실에서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이 9회말 터진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에 9-8로 승리했다. 김재환은 5회말 3점 홈런으로 시즌 44호포를 기록, 홈런 선두를 굳건하게 지켰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5개의 홈런을 터뜨린 끝에 삼성을 8-4로 이겼다. 올 시즌 한화가 한 경기 홈런 5개를 터뜨린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