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진지하게 나 정도면 경지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었는데

훈련소 가서 진짜들을 보니까 얘네는 정말 다르다고 느껴지더라

같은 소대 다른 분대원이었는데 중대에서 유명한 사람이 있었음

총기 분해 훈련 때 가스조절기 잃어버리는 걸로 화려하게 데뷔

제식, 각개 훈련 때는 동작을 하나도 못 따라해서 조교들한테 개인과외 받음 수료할 때까지도 왼발이랑 왼팔이 같이 나감

장구류 착용도 제대로 못 해서 항상 같은 분대원들이 도와주고

영점 사격 때는 총알을 모두 허공에다가 갈겨버리고 안전 검사 과정을 하나도 못 따라함 이때 진지하게 위험한 새끼라고 느끼고 가까이도 안 감

이후에도 총 자체를 잃어버린다던지 (다행히 같은 분대원들이 도와줘서 금방 찾음) 일반 쓰레기를 짬통에 버린다던지 여러 사건을 통해서 중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폐급이 됨

근데 웃긴 건 대화할 때는 말투가 좀 어눌한 거 빼곤 꽤나 멀쩡했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자각조차 없었음 같은 분대원들이 자기한테 비꼬고 짜증내는 것조차도 모름 전형적으로 주변 속터지게 하고 본인만 행복한 스타일

경지 특징이 외관으로나 잠깐의 대화로는 구분하기 어려움+그러나 사회성이랑 눈치, 일머리 제로인데 딱 얘를 두고 하는 말이란 건 느낌

처음으로 내가 강제로 끌려온 것보다 이런 애들까지 끌고와서 본인도 주변인들도 힘들게하는 게 더 국가한테 환멸이 났던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