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재회와 시련
정복당한 세계를 되찾기 위해 하늘의 주민들이 별의 민족에게 건 싸움 ‘패공전쟁’ 싸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뿌리를 내린 섬이 타고 어떤 섬으로 흘러 들었다. 그 다음 그 섬에 뿌리 내린 성정수 위그드라실과 함께 그녀는 수 백 년이란 세월을 조용히 보내왔다. 그러나 영원해 보였던 그 시간은 생각지도 못한 방문자로 인해 불시에 끝이 났다.
???
대답해줘. 당신들 목적은 뭐야?
???
......
그녀가 상대하는 건 어려보이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날개 달린 도마뱀 같은 생물. 그들에게는 성정수와 싸우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애처로운 별의 짐승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 이유를 알 리가 없어, 그녀의 눈에 방문자는 무정한 파괴자로만 비치었다.
???
‘지켜야만 해. 이번에야말로 내가… 여긴 내 숲이 아니야. 여긴 그 아이가 키워온 숲이야. 하지만 그러니까 지금 내겐 이 숲과 그 아이를 지킬 이유가 있어!’
그녀는 몸에 깃든 힘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내어 그녀는 방문자에게 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어린데도 소년의 힘은 별을 뒤흔들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무모함은 파멸을 초래했고, 그녀는 소년과 날개달린 도마뱀 덕분에 존재가 붕괴되는 것은 면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각오했으나 소년이 뱉은 말은 의외였다.
???
나, 나보고 기공정에 타란 거야? 그건 말하자면 당신 기공단에 들어가란 거지?
쾌활한 듯 웃음을 띄우며 소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당신 제 정신이야? 성정수를 기공단에 끌어들이려고 하다니, 그리고 난 그 전쟁에서 당신 같은 하늘의 주민들을 엄청나게…
소년은 그녀의 말을 넘기고 손을 쥐었다.
???
자, 잠깐 뭐야! 그만! 잡아 당기지 마! 애, 말하는 걸 좀 들으렴!
그녀를 잡아끄는 소년을, 소녀와 날개 달린 도마뱀은 왠지 곤란한 듯한 웃음을 띄우며 지켜보았다. 이렇게 좀 강제로 시작된 감은 있지만 그녀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을 알렸다.
에피소드 2
리샤
그건 그렇고, 여긴 정말 훌륭한 숲이군요. 저는 이렇게 울창한 숲을 찾아온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로제타를 찾으며 루마시의 숲을 지나가는 그랑 일행. 나무를 헤치듯이 앞으로 나아가다 갑자기 리샤가 이런 감상을 냈다.
이오
그런데 리샤의 고향은 어디야? 이런 숲이 신기하니까 시골 섬은 아닐 거 같은데.
리샤
고향, 고향인가요. 음. 태어난 섬은 아니라서 엄밀히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제4기공정단의 본거지인 아말테이아 섬이겠죠. 질서의 기공단원이 되기 전에도 물론, 단원이 되고도 가장 살았던 시간이 길었으니까요.
이오
단원이 되기 전이면. 어 리샤는 어릴 때부터 아말테이아 섬에 있었구나.
오르키스
리샤는 어떤 아이였어?
리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부끄럽지만 응석꾸러기였어요. 억지를 부려서 아버지 일에 억지로 따라가기도 해서, 저 푸른 기사가 아이를 데리고 의뢰에 나타나니까 다들 틀림없이 놀랐겠죠.
비
그래도 뭐, 발프리트 걔는 항상 표정이 무서우니까 애라도 데려가는 게 의뢰주한테 다가가기 쉬울 지도 몰라!
리샤
어라? 저, 그러니까 비는 아버지와 면식이 있었나요?
비
엉? 아니. 어라? 그럴 수가 없는데 어라? 왜지?
이오
만난 적도 없는 사람한테 표정이 무섭다니. 그건 좀 실례하는 거 아니니?
비
그, 그런데 나 만났을 리 가 없는데도 그 녀석이랑 이야기한 기억이 나는데…
리샤
그랑 씨네 기공단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버지가 장크틴제르에 들렀을까요?
리샤
그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건 아마도… 그래. 힘과 같이 봉인된 기억이 비 안에서 점점 돌아오는 것 같아 보이는군.
리샤
아니, 저 딸인 제가 말씀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확실히 아버지는 엄한 표정을 짓고 계실 때가 많지만 보기에는 항상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실지도 모르겠어요.
비
아마도 비는 과거에 정말로 푸른 기사와 만난 것 같군. 그리고 당시 기억이야말로 로제타가 말했던 봉인된 기억인가.
비
그, 그러면 역시 난 장크틴제르에서 기억의 봉인도 풀린 거구나… 지금은 아직 모르는 기억이 좀 섞여있는 정도인데, 좀 지나면 더 심해질 지도 모르잖아…
비가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이자 루리아가 손을 쥐었다.
루리아
괜찮아요. 비 씨. 이제부터 여러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비 씨는 비 씨에요. 예전의 비 씨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의 비 씨는 모두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비 씨는 비 씨에요.
비
루리아…
루리아의 말에 비의 표정은 약간 밝아졌고 일행은 숲을 계속 걸었다. 그러나 뒤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는 오르키스가 있었다.
오르키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나? 하지만 아폴로가 바라는 건…
라캄
근데, 비야. 기억이 봉인되기 전 너는 누구였냐? 성정수를 억누르는 힘이 있질 않나, 칠요의 기사 한 명이랑도 면식이 있질 않나.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냐?
비
물어본다고 내가 알겠냐! 그냥 좀 그렇게 대단한 놈이랑 이야기 한 거 같진 않단 말이야. 음. 지금처럼 라캄 같은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리샤
‘아버지는 비랑 만났어.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버지의 수기에 비가 적힌 것도 수긍돼. 하지만 그러면 아버지는 루리아랑 만난 적도 있을까? 루리아도 제국에 잡히기 이전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고 한 것 같고. ‘작은 붉은 용과’ ‘푸른 소녀’ 비와 루리아. 둘의 과거엔 도대체 뭐가 있었던 거지?’
루리아
왜 그러세요? 리샤 씨.
리샤
앗! 루, 루리아.
루리아
괜찮아요? 왠지 무진장 곤란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계셨거든요…
리샤
하하, 그 그래요? 일부러 지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 자요! 저기 마물이 나타난 것 같아요! 우리도 서두르죠!
루리아
아! 잠깐만요! 리샤 씨!
에피소드 3
소년 때문에 반 강제로 시작된 그녀의 여행은 의외로 길어졌다.
???
‘기공정에 타서 여러 섬을 돌았어. 생각도 못해 본 일상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네.’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넷이 있었다. 그녀를 떄려눕혔던 소년. 단짝인 날개 달린 도마뱀. 소년과 함께 여행의 기점이 된 소녀, 그리고 새로운 동료로 들어온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소년과 같은 세대인 검사. 소년과 검사는 서로의 성격 때문에 매일같이 충돌했다.
???
‘아 또 싸운다.’
그러나 그 충돌은 서로를 이해해가는 것이기에 주위에선 그들을 따뜻하게 지켜봤다.
???
‘정말ㄹ 사이가 좋다니까.’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자, 앞을 가던 소년이 말을 걸었다.
???
‘후후, 잠깐만, 알겠으니까 그렇게 몇 번이나 부르지 말아줘, 지금 갈게 나도 그 쪽으로…’
로제타
음… 아, 너는… 그래 그리운 목소리가 난다 했더니 그랑이었구나.
이오
로제타!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로제타
응, 괜찮아. 아주 잠시 기다리다 지치긴 했지만.
로제타를 찾아 숲을 헤치던 그랑 일행은 드디어 호숫가에서 웃고 있는 그녀를 찾았다. 그랑이 필사적으로 부르자 머지않아 그녀는 눈꺼풀을 열었다.
라캄
진짜. 우리가 이리 급하게 달려오니까 태평히 자고 있네.
로제타
후후후, 그치만 오는 게 늦었잖아. 그리고 그림이 되지 않아? 깊은 숲 속에서 잠든 미녀는.
이오
다행이야. 정말로. 흑. 로제타가 무사해서…
로제타
어머. 그럼 안 되지. 레이디는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이오
그치만, 윽! 그치만 로제타가 흑, 저, 정말 걱정되어서…
로제타
후후, 그래. 걱정하게 만들었구나.
카타리나
어찌 됐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네가 섬에 남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로 간담이 서늘해졌거든.
비
진짜로! 게다가 갑자기 나한테 부탁도 하고.
로제타
너희라면 괜찮다고 믿었어. 정말로 지금 이렇게 여기까지 훌륭하게 돌아온 거 잖아?
오이겐
뭐. 이 섬을 나왔을 땐 뭐 이젠 될 대로 되나 싶었다만. 어찌 저찌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이상하긴 허구먼. 거.
루리아
우리들은 그때부터 모험을 거치며 정말로 세졌어요! 그리고…
마물
우오오오!
로제타
어머. 느긋하게 재회를 즐기긴 힘든가 보네?
이오
로제타는 나은지 얼마 안 됐으니까 거기서 잘 보고 있어! 해치울 거지? 그랑! 우리가 성장한 걸 로제타한테 보여주자!
에피소드 4
라캄
좋아! 그럼 빨리 진짜배기랑 끝을 내러 가보실까!
로제타
진짜배기? 그러면 나랑은 단순히 즐기기만 한 거니? 슬퍼라…
라캄
아니, 야! 그런 뜻이 아니라고! 끝을 낸다고 했잖아? 로제타도 무사하니까 이대로 위그드라실 맬리스를…
로제타
후후, 괜찮아. 다 아니까. 그런데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건 조금만 기다려줘.’
비
엉? 왜? 우린 이미 준비가 끝났는데? 로제타가 말한 위그드라실을 구할 힘도 잘 해방해왔어!
로제타
그건 나도 느껴. 하지만 말이야? 너희에겐 그 아이와 싸우기 전에 싸워야만 하는 상대가 있어.
카타리나
뭣이? 설마 제국의 수하인가?
로제타
제국 사람도 아니야. 너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성정수야.
루리아
로제타 씨… 그건 설마… 말도 안 돼. 어째서요?
카타리나
루리아?
로제타
그래. 그래. 루리아는 이미 알았나 보구나.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단다.
루리아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로제타
괜찮아.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아주렴. 잠깐 힘을 시험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줘. 가끔씩은 서로 부딪히며 힘을 알아가는 것도 그건 그거대로 중요해 보이지 않니?
오이겐
잠깐 잠깐. 이거 뭔 소린지 모르겠구먼. 그러니까 싸워야만 하는 성정수가 도대체 뭐냐?
로제타
후후, 그건 말이지? 나야. 성정수 로즈퀸. 나야말로 지금 너희가 싸워야만 하는 상대야.
이오
말도 안돼. 그러니까 거짓말이지? 장난이지? 로제타…
루리아
로제타 씨가 하신 말씀은 진짜에요.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로제타 씨는 성정수에요.
라캄
잠깐 잠깐 잠깐! 로제타가 성정수가 맞다고 쳐! 왜 그래서 우리랑 싸워야만 하는 건데? 동료잖아! 우린!
로제타
내가 성정수로서 가지고 있는 힘은 숲과 깊게 관여하고 있어. 그러니까 힘을 쓰려면 우선 숲이나 섬에 자기 자신의 뿌리를 내려야만 해. 즉 계약이야. 그렇게 힘의 범위를 한정해서 우리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어. 이건 그 아이. 위그드라실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억누르기 위해 그 아이와 같은 섬에 내 힘을 전개했어. 결과는 그 아이를 억누르는데 성공했지만 하나 문제가 생겼단 말이야.
카타리나
문제라고?
로제타
지금 나와 그 아이는 융합이 진행되고 있어. 같은 숲을 거점으로 한 폐해야. 이대로는 나까지 ‘맬리스’에 먹힐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를 이 섬에서 일단 떼어내줬으면 해. 나랑 싸워서.
비
말도 안돼. 우린 로제타를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오르키스
미안…해. 애초에 내가 위그드라실을 깨우지만 않았어도…
로제타
정말! 다들 어두운 표정 짓지말아줘. 아까부터 말했잖아. 힘을 시험해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물론 어느 정도 피해는 받겠지만 그런다고 내가 사라지진 않아. 그리고 말이야? 조금 걱정되기도 해. 만약 여기서 내게 지기라도 하면 결국 그 아이에겐 이기지 못해. 그 아이도 어엿한 성정수란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싸울 때는 잘 싸우니까! 그러니까 부탁해. 나랑 싸워줘.
선택지
어쩔 수 없어.
싸울 거면 전력으로 싸울 거야.
어쩔 수 없어.
로제타
그래. 생각해주는 건 기쁘지만 해야 할 건 확실히 해야지.
싸울 거면 전력으로 싸울 거야.
로제타
어머. 좋아. 그런 점은 정말 맘에 들어. 너희의 전력을 원해. 내가 모두 받아줄게.
비
어쩔 수가 없네! 이렇게까지 말하면 우리도 각오할 수 밖에 없어!
오이겐
진짜 성정수는 참 번거롭게 하는데 재주가 있구먼. 거.
로제타
그래. 하지만 이미 익숙해졌어. 익숙해지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아.
이오
나, 난 최선을 다해서 아프지 않게 할게! 아프지 않게 전력으로 최선을 다 해볼게!
라캄
뭐, 꼭 보고 싶다면야 어쩔 수가 없나…
카타리나
그래. 그리고 방심은 금물이다.
로제타
그래. 성정수 상대로 힘을 조절하는 건 하늘에도 별에도 실례야.
로즈 퀸
전력으로 오렴. 별의 짐승의 긍지를 보여줄 테니까!
루리아
가죠! 그랑 다들 힘내서 로제타 씨에게 인정받도록 해요!
성정수 로즈 퀸과 결전을 치른 일행은 다시 로제타와 마주 했다.
로제타
후. 역시 대단해. 그랑 씨. 역시 내 눈은 잘못되지 않았어.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전에 정했을지도 모르겠네.
로제타는 눈부시게 그랑을 쳐다보고 있었다.
루리아
아!
카타리나
응? 왜 그래? 루리아.
루리아
로제타 씨가 내고 있던 성정수의 기운이 점점 모호해지면서 항상 내던 이상한 기운으로 바뀌었어…
로제타
그래. 그건 무사히 성정수로서 가지고 있던 힘을 닫을 수 있게 됐단 말이야. 이렇게 나도 또 그랑 씨 네랑 여행을 할 수 있게 됐어.
이오
응! 다녀왔어 로제타!
로제타
후후. 어서 오렴.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로제타는 일행에게 돌아왔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미소에 그랑 일행은 각자의 신뢰도 교감을 느끼고 있었다.
십천중 뽑느라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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