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듯이, 녹아가듯이

둘만의 하늘이 펼쳐지는 밤에

「잘 있어」뿐이었어

그 한마디로 모든 걸 알았어

해가 저물기 시작한 하늘과 너의 모습

펜스 너머에 겹쳐져 있었어..

처음으로 만난 날부터

내 마음의 모두를 빼앗았어

어딘가 덧없는 분위기를 휘감은 너는

쓸쓸한 눈을 하고 있었어

언제든지 째깍째깍하고 울리는 세계에서 몇 번이고 말야

느껴지는 감정이 없는 말과 시끄러운 소리에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아도..

흔해빠진 기쁨을

분명 우리 둘이라면 찾을 수 있어..

소란스러운 나날에 웃지 않는 너에게

생각나는 한 눈부신 내일을

밝아오지 않는 밤에 떨어지기 전에

내 손을 잡고, 자

잊어버리고 싶어서 가둬두었던 나날도

껴안고 있던 따스함으로 녹일 테니까

무섭지 않아, 언젠가 해가 뜰 때까지

둘이서 있자

너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네가 싫어

빠져있는 듯한, 사랑을 하는 듯한

그런 얼굴이 싫어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것

그런 건 어찌해봐도 분명

앞으로 몇 번이고 있을 거고

그럴 때마다 화내고 우는 거야

그래도 분명, 언젠가는 분명, 우리는 분명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믿고 있어

이젠 싫다고, 지쳤다고

무작정 내민 내 손을 뿌리치는 너

이젠 싫다고, 지쳤다고

사실은 나도 말하고 싶어

다시 째깍째깍하고

울리는 세계에서 몇 번이고 말야

너를 위해 준비한 말, 그 어떤 것도 닿지 않아

「끝내고 싶어」라고

이끌려서 말을 내뱉은 순간

너는 처음으로 웃었어

소란스러운 나날에 웃지 않게 된

내 눈에 비친 너는 아름다워

밝아오지 않는 밤에 흘러넘친 눈물도

너의 웃는 얼굴에 녹아내려가

변함없는 나날에 울고 있던 나를

너는 친절하게 마지막으로 이끌어...

가라앉듯이, 녹아가듯이

얼룩진 안개가 걷혀

잊어버리고 싶어서 가둬두었던 나날에

내밀어준 너의 손을 잡아

선선한 바람이 하늘을 헤엄치듯이

지금 불며 지나가고 있어

마주잡은 손을 놓지 말아줘

두 사람은 지금, 밤에 달려나가고 있어

-키여에 마지막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