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 속에는 비참한 존재들이 많이 나옵니다만, 그 중 손 꼽을만한 인간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에리직톤이라는 인물입니다.

이 인간은 애진작부터 신에대한 경외심이라고는 없는, 교만 그 자체가 천성이던 인간이었습니다. 사실 신화속 신에 대한 경외감이 없는 인간의 존재가 드문건 아니지만, 에리직톤은 거기에 정도를 모르는 악의와 욕망이 덧대어진 인물이었죠. 이런 위인들의 최후는 다 비슷하게 그려집니다.

아무튼 에리직톤은 님프들이 아끼는 나무를 도끼질해 죽게만듭니다. 이로인해 농업의여신 데메테르를 분노케 만들고 리모스라는 여신에게 영원한 굶주림이라는 저주를 받게되죠.

아무리먹어도 먹어도 허기짐을 채울수없었던 그는 결국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딸을팔고, 그러다 끝내 자신의 몸을 뜯어먹다 죽게됩니다.

민희진이라는 인물이 하는행동을 보다보면 저는 저 신화속 에리직톤이 생각납니다. 신화 속 에리직톤은 민희진으로, 그 에리직톤이 수시로 팔아먹는 딸은 뉴진스로, 마지막으로 신성시되는 신의 존재는 자본으로 치환되어서 말이죠.

에리직톤이 신에 대한 존중이 없었듯이, 민희진은 뉴진스의 성공 이후 투자자본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습니다. 신화속 신들에 대한 경외감이 꼭 자본에 대한 경외감으로 치환될 필요까지는 없는 시대입니다만... 어쨌든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않든 작금의 현실은 자본이 가히 신(god)과 같은 위치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초기 투자자본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업가들의 모습만 놓고본다면, 자본은 거의 전능한존재입니다.

굳이 하이브의 돈이 아니어도 됐다. 돈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여기부터 어딘가 뻐근한 교만함이 몰려오던차에 이른바 기자회견 이후 민희진은 누군가에겐 잔다르크로, 또 누군가에겐 에리직톤으로 변모합니다.

에리직톤은 자신의 딸까지 팔아가며 먹을 것을 갈구합니다만, 신이내리는 저주란 일개무당이 날리는 살과는 격이 다를 수 밖에요. 결국 그 채워지지않는 허기짐은 자기의 사지를 잘라먹고 몸속까지 파먹다 죽게되는 결말을 초래합니다.

뉴진스가 자신들의 의견이랍시고 올린 영상을 보니 이 상황 자체에 대한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저는 아이돌업계나 엔터업계에 대해 잘은 모릅니다만, 단순히 몇가지가 좀 궁금합니다. 저쪽 업계에서 연습생 시절 영상을 기획사에서 올리는것이 대단히 큰 문제인지, 저작권과 초상권이 오로지 멤버들 개인에게만 있는것인지, 기획사 대표의 해임에 대해 멤버들에게 따로 공지를 해야하는것인지. 거기에 새로부임한 대표가 한번 보자고 하는 처사가 배려없게느껴졌다는데 이쪽업계의 배려있는 첫인사는 그럼 무엇인지.

그리고 이 모든 의문들이 만약 문제라면, 그것이 저렇게 화면속 멤버들이 세상에 대한 원망 가득한 눈빛을 내쏘기에 충분히 큰 사유가 되는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저는 솔직히 좀 기괴합니다. 200억을 투자한 기업을 외부 적의 세력이라고 칭하며 자신들은 누굴믿고 의지해야할지모르겠다, 세상 속 모든 불행이 자신들에게만 닥친것처럼 말하는 뉴진스멤버들을 보다보면 교묘한 현대예술의 완성품이란 이런것인가 싶기도합니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증강현실같기도 하네요.

과거에 걸그룹이 매주1팀씩 데뷔한다는 기사를 본적있는데 뉴진스만큼 대우받고 데뷔한 그룹이 흔할것같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 엄마라 자칭하는 인간의 난사로 피해 본 또래 동료 걸그룹들에게는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건지 의아할따름입니다. 동업자 정신이라는것도 저 쪽 업계에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사해 강호의 도리같은겁니까.

에리직톤이 자신의 딸을 팔아가면서까지 탐욕을 채우려 애쓰는 모습에서 민희진의 모습을 엿봅니다. 그리고 수시로 팔리는 그 딸, 매번 겉모습을 바꾸고 팔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딸의 모습에서 뉴진스를 겹쳐봅니다.

세상의 모든 십자가를 다섯이서, 아니 여섯이서 짊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뉴진스멤버들에게.

그 나이대 초년생들의 감수성까지 무시하는것은 아닙니다만.

어딜가든 일개인에게 200억이라는 자산은 인생에 놓인 불행과 장애물 대부분을 치워버릴 수 있는, 옛적 어사의 마패나 단서철권 같은 신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전설로 남아있는 모게임속 슈퍼방장권같은것말입니다.

그리고 적으로 규정한 외부세력은 절대 저런 막대한 돈을 '나'에게 투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까지요.

그러니 냉정하게 본인들이 얼마나 운이좋은 사람들이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치기어린 투정 한두번은 지나가는 성장통이 될 수 있지만, 치기가 도를 넘어 자기연민만 비대해지면 주변에 남는 사람들 숫자가 적어집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