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한국시리즈 7차전.
4:1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김태균감독의 한마디.

하주석. 그가 누구인가. 한화에서만 2000개의 삼진을 당한 명실상부한 한화의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김태균 감독은 하주석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하주석은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하주석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하주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대머리를 투수에게 슬쩍 보여주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초구. 한가운데로 곧바로 들어오는 공에 하주석은 기습번트를 대본다. 1루 쪽 관중석으로 날아가 버리는 타구. 관중들은
하주석~ 우후! 하주석~ 승리를 위해 함께 외쳐라 하주석~ 우후! 하주석~ 승리를 위해~ 함께 외쳐라 워어~~~ 하주석!

안 될걸 알지만 그래도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를 힘겹게 커트해낸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만다. 흐엌

하주석은 고개를 숙이며 타석에 주저 앉는다. 상대팀 선수들이 벤치를 박차고 나와 마무리 투수를 헹가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 이상 들리지않는다. 한국시리즈 끝내기 삼구삼진. 하주석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흐엌 흐엌 흐엌...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허탈해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후배들에겐 미안해 김태균 감독을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하는 하주석.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주석아'
그리고 이듬해 찬스 상황에서 하주석을 대타로 낸 김태균 감독은 경질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