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매년 신인 드래프트는 남의 일이었다. 어차피 잘하는 선수라면 1군에서 보게 될텐데 굳이 챙겨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2016년 여름에 있었던 드래프트 중계 일정을 보고 갑자기 챙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때는 학생이었고, 할 일 없는 방학이니까 그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 TV를 켜고 소파에 앉아서 끝까지 다 봤다. 아마야구를 잘 모르던 때라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긴장으로 가득한 얼굴들 사이로 하나 둘 씩 불리던 1라운드 김진영, 2라운드 김성훈, 3라운드 박상원 등등... 김진영과 박상원의 얼굴은 떠오르는데 김성훈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당일 불참했던 것 같은데, 그날인지 그 다음날 본인 SNS에 한화 로고를 올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한참 어린 동생의 자랑을 보는 기분으로 저렇게 좋을까 싶더라. 그 이후 신인 행사 때 김성훈을 처음 보았는데 단체 사진과 볼을 부풀린 채 올스타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귀엽다,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났구나 생각했다.

입단 후 찍힌 수많은 사진, 이글스tv, 중계 영상이 있지만, 앳된 얼굴과 수줍은 볼, 그리고 밝은 표정 덕인지 내 기억 속 김성훈은 늘 아이같고, 신인같은 모습이었다.

그 후 매년 드래프트를 챙겨 보았지만, 나의 첫 드래프트였는지 몰라도 당장 몇 달 전이었던 2020 드래프트보다 2017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날 김성훈의 이름이 불렸다는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할 이유가 되겠지.

투수, 야수, 다시 투수를 오가고 결국 상위 라운드 지명까지 이룬 김성훈의 커리어 상 앞으로 제2의, 제3의 김성훈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칭찬들은 당사자에겐 닿을 수 없는 울림에 불과하다는 것이 참 속상하다.

매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신인들 속에서 김성훈이라는 선수를 알게되었다는게 참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혹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또 공을 잡는다면 다시 마주칠 수 있겠지. 밝고 선한 너였기에 꼭 먼저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오늘의 못 이룬 꿈을 완성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