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 키버스 샘슨(27)이 에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의 칭찬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많은 투구수가 ‘옥에 티’다. 샘슨이 투구수를 줄인다면 불펜과 함께 풀죽은 타격도 살릴 수 있다는 게 한 감독의 계산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한화가 샘슨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다.

샘슨은 지난 1일 대전 KT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2승(6패)째를 기록했다. 2007년 세드릭 바워스의 11승(13패)을 넘어 한화에서 단일 시즌 가장 많은 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로 기록됐고, 시즌 158탈삼진으로 2013년 바티스타가 기록했던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150개)까지 갈아치웠다. 이제 한화의 에이스는 샘슨이다. 

그러나 매 경기 투구수가 많은 편이라는 게 흠이다. 한 감독은 “샘슨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욕심같아선 투구수 조절까지 됐으면 좋겠다. 혼자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난다. 삼진을 잡는 유형의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긴 하지만 구위가 좋아 가운데를 보고 던져 맞춰 잡아도 되는데 아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샘슨의 구위는 리그 수준급이다. 150㎞ 초반대의 빠른 직구에 140㎞대 고속 슬라이더를 섞는다.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던지니 타자 입장에서 공략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한 감독의 말처럼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 6일 현재 22경기에 등판해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6경기에 그치고 있다. 최다이닝을 던진 경기는 지난 5월 13일 NC전으로 7.1이닝(무실점)이다. 아직 완투, 완봉한 경기는 없다.

한 감독이 샘슨에게 좀 더 많은 이닝을 요구하는 이유는 2가지다. 먼저 불펜진 운용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다. 한 감독은 “샘슨이 워낙 좋은 공을 던져 샘슨 뒤에 나가는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할 수 있다. 샘슨의 빠른 공을 보다가 불펜투수 공을 보면 쉬워 보일 수 있다”면서 “불펜에 과부하를 피하려면 에이스가 나가는 날이면 불펜투수들도 좀 쉬어야한다. 에이스가 많은 이닝을 던져줘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샘슨이 7이닝 이상을 던져주는 날도 있어야 불펜진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샘슨이 이닝이터로까지 진화하면 팀의 기형적인 팀내 투수·야수 구성도 바꿀 수 있다. 한 감독은 “코치시절 포함해 투수 13명으로 풀시즌을 치르는 적은 처음이다. 기형적으로 가고 있다. 시즌 출발 전부터 선발진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야수 1명을 줄이고 투수 1명을 더 늘렸다. 불펜 과부하를 고려한 조치인데 투수 쪽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서 “야수 1명이 더 있으면 타격 쪽도 관리를 해주며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안타깝다. (장종훈)타격코치에게도 미안하다. 샘슨이 잘해주면 불펜투수 1명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면 타격코치도 비난을 덜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