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돌려본 것 같다. 보면서 든 생각은

'뭘 알고 말하던가, 꼬우면 국힙 듣지 마'

왜 k-드릴을 싫어하는지는 이해했다. 김치찌개 먹고 학교학원 다니던 애들이 총 마약 여자 얘기 하는데 꼴 보기 싫다는 거지.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인가? 여러분은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모두 비난하고 공격하는가? 혹은 k-드릴이 여러분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가? 잘 생각해보면 사실 쌓인 스트레스를 만만한 곳에 푸는 중이 아닌가?

드릴은 날카롭고 공격적인 음악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잘 나가고 차트에도 꾸준히 등장한다. 그렇다면 문제인 부분은 드릴이 아닌 앞에 붙은 'k' 글자인데, 여러분이 k-드릴을 욕하는 논리에 따르면 미국 힙합도 욕먹음에 마땅하다. 미국 래퍼들은 모두 갱 소속이고 모두 총을 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런 점을 문제삼지 않는다. 이것은 드릴이 가사에 중요성을 두지 않는 음악이기 때문으로, 직접 들어본다면 청각적인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종의 '포맷'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미국보다는 안전한 나라이지 않냐고? 가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그렇다면 나도 발라드와 아이돌 노래를 욕하겠다. 그들의 가사는 전부 진실인가? 가수들은 모두 이별을 겪어봤고 아이돌은 전부 누군가를 꼬시거나 사랑하거나 이별해 보았는가? 이게 맞다면 여러분은 들고 일어나 시위를 할 판인데. 왜 그놈의 가사 진정성 이라는 잣대는 k-드릴에만 들이대어지는가?

예를 들어 보자. 소설이나 연극은 판타지스럽거나 사실이 아님에도 여러 효과를 위해 등장하는 표현이 많다. K-드릴의 가사도 이런 관점으로 볼 수는 없는가? 듣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신나지고 자극적으로 들리도록 사실이 아닌 가사를 써서는 안 되는가?

보다 솔직히 말해보자. 여러분은 그것이 k-드릴이 아닐지언정 결국 무언가를 욕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마치 악플러처럼 그런 행위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것이 아닌가? 이러한 와중에 개그맨들이 까는데 심지어 그들이 실력도 더 나아 보이니 동참하여 욕하는 것이 아닌가?

긴 글을 읽어 주어 고맙다. 나는 국힙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국힙이 욕 먹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물론 욕할 부분이 아예 없다고 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음악이든 문화든 취미든 욕먹을때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관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너도 까고 그 옆도 까니 동참하지 말고, 부디 국힙에 신경 꺼주길 바란다. 장르의 팬으로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