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여자들이나 드나드는 곳이라며 조선시대남을 표방하던 우리의 귀여운 상철이

첫 데이트에서 차에서 잠들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기에 다소 실망했지만,

혹시 마음에 안든부분이 있었냐는 상철의 말에 다시 마음을 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또박또박 알려줌.

영숙의 명령조가 밉살스레 보일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이고,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도 했으니 너도 해' 라는 사람이지,

자기 일을 떠넘기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타입이었다면 자식을 위해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애쓰지도 않았을테고,

단점으로 보일수도 있는 가치관을 자기소개에서 확고하게 피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이 있고, 그 사람이 고치면 좋을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기에,

상철의 아가스러움과 몽롱함을 간파했고, 약점을 지적해 고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였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상철의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고,

( 타고난 기질이 고쳐지겠냐만 노력이라도 보였으니 )

명령조의 충고를 기꺼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어느정도는 인지하고 있을테지만,

필요한 충고를 해줬고 잘 따랐다는 부분에서 흐뭇한 함박 웃음을 지은 것이다.

내 남자가 되건말건 그런 부분을 보완하면 다른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으니 그걸로 족한 것이다.

이런부류의 사람들은 해야할 일이 많다.

이것 저것 자신의 일도 만들어하고, 타인의 문제에도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기에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

그러니 가장 확실하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충고를 하는 것이 명령조인 것이다.

실상은, 아가같은 상철을 우쭈쭈 해준 것이다.

아가같은 사람에게 캄캄한 밤에 혼자 깨어 초행길을 운전하고 오면서

죽은 고양이도 보고 무서웠어 ㅠㅠ 할 순 없었던 것이다.

겉으로 이쁜척 착한척 꾸미며 어떻게든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받고

조건에 맞는 사람을 골라잡으려는 사람들에 비해

그들에게 한가지 유효한 조언이라도 더 해주려는 모습이 애틋하지 않은가.

그는 명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모습으로 비치지 않기위해 해야할 행동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영숙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어쩌면 평강공주 스타일인 것이다.

바보온달 같은 남자들이 꼬이기 일수다.

다른 말로 자식같은 남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