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소설)당신을 기다리는 아이돌이니까

[어린이날] 소설)당신을 기다리는 아이돌이니까앱에서 작성

굼

2022.04.25 21:58:09

조회 994 추천 3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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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수 많은 아침을 병실에서 맞이했다.

소녀의 세상을 전부 차지하고 있던 병실에서 그녀가 가지지 못한 또래 친구들을 대신해준 이들은 아껴주는 부모님, 친절한 간호사, 걱정하는 의사, 그리고 텔레비전 뿐이었다. 모두의 친절함을 무시한 적은 없지만, 모든 방문자들 중 소녀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텔레비전이었다. 왜냐하면 방문자들 중 유일하게 슬픔이 깃든 동정심을 품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의 다양한 색채는 쓸쓸한 병실 풍경 위로 소녀의 꿈을 덧칠해주었다. 소녀는 속 시원하게 소리쳐볼 일이 없었기에 자신의 목에서 퍼져나가는 노랫소리를 꿈꿨다. 소녀는 지긋지긋한 환자복에서도 그 안에서 말라가는 듯한 몸뚱이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었기에 예쁜 옷과 아름다운 화장을 한 자신을 꿈꿨다. 소녀는 서 있는 시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훨씬 긴 나날이 쌓여갈 때마다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화려한 춤을 추는 자신을 꿈꿨다. 그렇게 그 꿈들은 소녀의 안에 모여 그녀를 미소짓게 하는 따뜻한 불꽃이 되었고, 소녀는 그 불꽃의 온기를 미소와 함께 나눠주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기나긴 병원생활과 우울한 병원식은 그녀의 꿈을 싸늘하게 식히기에 충분했다. 화려했던 색채는 쓸쓸하게 바래진 모노톤이 되어갔고 소중했던 불꽃마저 현실의 냉기에 묻혀 더 이상 온기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꿈의 불꽃은 이제 희미한 불씨만 남아 따뜻함을 느끼기엔 너무 미약했다. 오히려 실수로 건드리면 따끔하기나 하고 검댕을 묻혀가며 씁쓸한 기억만 불러일으키는 그런 거슬리는 무언가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소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 주인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불씨는 언젠가 상냥한 바람이 그녀를 찾는 날이 올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하여 되살아날 불꽃이 상상도 못 할 빛과 온기로 모두를 미소짓게 할 것을 알기에.

쓸쓸했던 나날이 자잘한 옛 추억으로 느껴질 만큼 즐거운 나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잡생각 비우고 반쯤 의식의 흐름대로 파바박 써봤음

고정닉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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