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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시설의 맨 끝방

ㅇㅇ(27.102) 2021.10.12 21:09:43
조회 60 추천 0 댓글 0
														

울려오는 알람소리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화면은 교도소처럼 단단한 쇠문이 주욱 늘어선 복도와

차디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 방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있었다.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사람.

어느새 일어나 CCTV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사람.

정신이 나간 듯 밤새 벽에 머리를 찧어 대는 사람.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

몇 개의 화면을 골고루 살펴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몸을 떨며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얼굴을 대강 씻어내어 정신을 차렸다.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머리도 엉망이었지만 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니 그냥 저냥 지내자 생각하고는 식사 배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식사가 들어오는 건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

억센 인상의 아줌마 한분이 한마디 말도 없이 외부로 통하는 커다란 철문에 난 작은 구멍을 열고 플라스틱용기를 넣어준다.

창문도 없는 이곳에선 그 철문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내가 들어온 직후에 단단히 잠겨 절대 열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몇 달간은 이 감옥 같은곳에서 적적하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플라스틱 용기에서 음식을 꺼내어 나눠 담으며 처음 이곳에 온 그때를 떠올렸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본 의심스런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곳.

돈을 많이 준다는 문구에 홀려 찾아간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일하러 왔어?”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날 어느 지하 사무실로 안내했다.

“먹고 자고 하면서 3개월.

밖에는 못나가고. 할 일은 끼니때 사람들 밥 챙겨주는거랑 청소, 잡일.

그리고 사람들 감시하는 것 까지.

일이 쉬운 대신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건 안되고 여기서 보고 들은건 죽을때까지 비밀로 해야지.

헛짓거리 안하고 일 끝내면 1,500만원 현금으로 줄거고

일처리 맘에 들면 기분에 따라 보너스. 무슨 얘긴지 알겠지?

문제 생겼을 때만 비상전화로 나한테 연락주고.“

사장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듯 무심하게 던진 말로 유추해보면

영화 같은데 나오는 불법 감금 시설인 듯 했다.

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갇혀 있다고 한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은 원한 때문에 누군가를 가두거나

어느 조직에서 문제 될 만한 사람을 잡아둘 때 사용하는 듯 했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돈얘길 듣는 순간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렇게 이곳에 들어와 일을 한지 삼주째.

들은대로 일은 그리 힘들게 없었다.

청소와 잡일이라 봐야 별거 아니었고 감시랍시고 멍하니 티비나 보며 간간히 CCTV를 쳐다보는게 고작이었다.

제일 큰 일은 하루 세 번, 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잘 배분해서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

티비에서 보던 교도소 배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았다.

문에 난 배식구를 열기만 해도 날 죽이겠다며 팔을 뻗어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처음 며칠간은 식판이 엎어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후에 배식구 밖으로 손이 나올 때 마다 있는 힘껏 밟아주자 더 이상 그런일은 없었다.

다만 문 안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어쩔수 없이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 복도 맨 끝방을 바라보았다.

저곳은 내가 올때부터 비어있는 곳이었다.

물론 안에 들어가 볼 수 없게끔 잘 잠겨있었지만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내가 오기전 저 방에 갇혀 있던 사람이 죽은 모양이었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있지. 아주 독한 놈들.

왜인지는 모르지만 죽으려고 염병을 하길래 입을 천으로 막아버리고 꽁꽁 묶어뒀는데 그 천을 씨ㅂ어 삼켰어.

그대로 질식해 죽었지.

지금 있는 놈들은 그럴리 없지만 혹시라도 뭔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사장은 아무 감정 없이 말했지만 난 그방을 볼때마나 뒷덜미가 저릴 정도로 오싹했다.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여전히 욕설을 내뱉은 사람의 방문을 힘껏 걷어차 준 뒤

내 몫의 식사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


‘쿵쿵쿵쿵’

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나는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멀쩡하다가도 밤만 되면 발광을 해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이번에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 달라고 난리는 치는 모양이었다.

벌써 몇 번씩이나 있던 일이었기에 짜증을 내며 CCTV를 바라보았다.

각 방은 밤에도 작은 등 정도는 켜져 있었기에 안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방 사람들은 별일 없이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던 그 순간, 다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쿵’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복도 맨 끝방.

소리는 분명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공포가 나를 덮쳐왔다.

이성은 저곳이 빈방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문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안에서 힘껏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 방의 CCTV는 꺼져있었기에 안을 확인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배식구를 열고 안을 들여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난 계속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채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 것일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가 두려움에 떨며 잠이 들때까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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