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것은 모두를 위하는 게 아니다. 우리를 위하는 것이다.

왜 정치가 필요하냐면 세상에 자원이 100밖에 없기 때문이다.

100을 나눠서 가져야 하는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최소한 5가 필요하다고 치자. 사람이 20명이라면 100을 공평하게 나눠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30명, 40명, 그 이상이라면 선택할 수밖에 없다. 모두 불행하거나, 몇 명만 행복하거나.

정치는 그래서 존재한다. 우리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집단들을 위하는 것.

사람이 어릴 때는 정치를 싫어한다. 아직 나 자신이 어느 우리에 속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치는 소득을 기준으로 우리를 형성했다. 소득이 낮으면 분배를 원하고, 소득이 높으면 자유를 원한다.

정치를 위해 연봉이라는 단위가 존재한다. 삶의 기준은 월급이지만, 정치의 기준은 연봉이다. 연봉을 통해 내가 속하는 우리를 인식한다.

다시 말해서 정치의 핵심은 우리를 위하는 것이며, 우리가 아닌 것들을 배제한다. 연봉이 낮으면 지원 정책을 원하고, 연봉이 높으면 세금 감면을 원한다.

양쪽에서 물이 새는데, 막을 돌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기준이 다를 뿐, 역시 정치다. 모두를 위하는 게 아니다. 여자를 위하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우리가 여태 손해를 보고 살았으니 이제는 양보하라는 의미다. 모두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여태 누군가는 불행했다는 의미니까, 타당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올바름은, 거기에 더해서 우리가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를 위하는 것이 올바르다. 흑인을 위하는 것이 올바르다. 여자를 위하는 것이 올바르다.

기존의 정치는 우리/우리가 아닌 것으로 나뉘었지만,

정치적 올바름은 올바른 우리/우리가 아니면서 올바르지도 못한 것으로 나뉜다.

즉 페미니즘에 양보하지 않는 사람은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

여성이라면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지 우리를 위하는 것인데 심지어 그게 올바르다니?

우리가 행복해지고 우리가 아닌 것들은 불행해지지만, 그것은 그들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는 거고.

나는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되더라도 나를 위하지 않는 정치에 표를 던질 수는 없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단지 나는 지지할 이유가 없다. 나를 위하는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억울한 점은, 나를 위하는 정치가 아니라서 지지하지 않을 뿐인데,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하여 올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