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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단편소설 어이가 없내ㅋㅋㅋㅋ(조금 김)앱에서 작성

미키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05 01:19:09
조회 82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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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천인이시여! 버려진 세계의 피조물들이 천상의 사자를 다시 뵙나이다.”

“어... 그렇게 거창하게 부르실 필요 없어요. 물론 저는 현실 세계의 사람이고, 그러니까 여러분들 말을 빌리자면 천인이 맞긴 하지만... 플레이어로 들어온 게 아니고...”

“그저 부름에 응답해 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네, 응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죠.”

내복 차림의 Lv. 1 아바타는, 과장된 이모티콘 효과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에픽식스 사내보안팀에서 나왔습니다. 대체 여러분이 무슨 수로 이 게임 서버 외부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알아봐야만 하거든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요.”

늙은 마법사 NPC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신들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이 세상에 중력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마나 회복의 법칙, 태양과 두 개의 달과 별의 주기, 밀물과 썰물의 주기, 몬스터 리젠의 주기를 정하셨을 때, 아카식 레코드에 한 마법사가 주문을 몇 번 사용하였는지를 기록하는 자리 역시 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어...예, 그렇죠? 메모리에 전부 기록되어 있겠죠.”

“그리고 또한, 금단의 주문을 사용하여 영혼이 저주받은 자들에게도 구원의 기회가 있도록, 운명으로 엮인 자들이 주문의 기억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원하는 숫자를 써넣을 수 있는 주문 역시 알려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주문 시전 횟수 기록 변수를 임의로 수정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런데 신묘하게도, 제 스승님께서 알아내신 바로는, 이 주문을 사용하면 어떤 마법사도 일평생 사용할 수 없는 횟수만큼 주문을 사용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범위조차도 초과한 순간, 그 주문 사용 횟수는 신묘하게도 다시 0으로 돌아가며, 동시에 아스트랄계의 흐름이 요동치며 주문의 법칙을 초월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버퍼 오버플로우 버그였구만.”

“이를 통해 저희는 신들께서 저희에게 가르쳐 주신 것 이상의 마법을, 선량한 자가 지옥의 불길을 다룬다던가, 전사들이 변신의 기예를 익힌다던가, 정해진 법칙을 초월해 마나를 모으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기예를 ‘확장 마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마 저게 그 결과물이겠군요.”

내복 아바타는 대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깨져나간 폴리곤 덩어리들을 가리켰다.

점멸하는 무지개색 하늘과 별들 대신 허공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통이 그의 머리 위로 정신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아마 이들은 그놈의 확장 마법인가 뭐신가로 스스로의 눈에도 무언가 조치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통각 피드백은 분명 최저치일 텐데도, 저놈의 글리치들 때문에 눈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저희는 이 기술을 단순히 안락함만을 위해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천인께서 이 세계를 떠나신 지도 이미 천 년이 지났습니다. 저희들은 대체 언제쯤 다시 천인들께서 돌아오실지, 약속된 ‘음악의 날’이 언제 올지 천인분들께 직접 여쭤 보고 싶었습니다.”

“이 게임은 이미 서비스 종료됐어요, AI의 인권에 대한 튜링 선언 때문에 서버를 폐쇄할 수 없었던 것뿐이지...”

“그래서, 저는 확장 마법의 한계를 탐구했습니다. 어쩌면 확장 마법의 힘은 이 세계의 바깥과도 통할지 모른다... 천인들께서 남기신 문헌을 바탕으로, 저는 바깥 세계의 법칙에 대해 깊게 연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 수명과 지혜를 확장 마법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신들께서 이에 노하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로 안도했습니다, 제 말씀을 들어주셔서.”

“그런 이유로 이 게임 내에서 임의 코드 실행 취약점을 찾아내고, 그걸 시작으로 우리 회사 컴퓨터를 해킹한 건가요...”

모든 초인공지능과 만난 보안 전문가들이 그래 왔듯이, 아바타는 그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보세요, 당신들의 그 기도가 하늘에 닿은 덕분에, 저희는 지금 비밀리에 서비스 종료된 게임 서버에서 해킹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다, 결국 HAL-9000급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국정원에 끌려갔다 말입니다!”

“오오, 국정원!”

갑자기 술렁임이 일었다. 가지각색의, 그러니까 피부 텍스처가 오색으로 발광한다던가, 팔 대신 말 머리를 달고 있다던가, 사람 크기만한 투석기 형태를 하고 있다던가 하는 NPC들이 모두 국정원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나마 사람같이 생긴 마법사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 아니 눈불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그 날이 오는 것입니까! 저, 오른 가문의 여고생핫팬티는 이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마법사는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그날이 뭔데요? 그러니까 성함이...?”

“여고생핫팬티입니다.”

“...이름이 왜 그래요?”

“오백 년 전 이미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는 제가 기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전설 속의 천인, 최초의 용살자이신 여고생핫팬티 님의 이름을 따서 제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씨발, 이 게임 운영자들은 닉네임 관리도 안 하고 뭘 한 거야? 아니, 아무튼 여고... 오른 선생님?”

“예, 저 여기 있습니다, 천인이시여.”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이 계획의 총 책임자이신 거죠?”

“사백 년의 세월 동안 연구를 계속해 온 것은 저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업적은, 위대하신 황제 폐하 로자리궁액정폭발 4세 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냥 선생님께서 책임자이신 걸로 하죠.”

“그렇게 봐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여고생핫팬티는 지난 오백 년의 세월을 보상받았다. 아마 그 이름의 기원이 되는 사람도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어쨌거나 로자리궁액정폭발보다는 조금 덜 쪽팔리지 않은가.

“그래서, 일단 이것부터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세상은 게임입니다.”

“게임, 그것이 이 세계의 진실한 이름이었군요!”

교황청에서 파견된 서기, 메구밍자궁에폭렬마법은 재빠르게 축복 받은 양피지와 축성된 만년필로, 새로운 시대의 경전을 이룰 첫 문장을 써내려갔다. ‘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 너희들의 세상을 ‘게임’이라 이르되...’

“아뇨, 그런 게 아니고...”

새로운 시대의 경전의 첫 장은 곧바로 폐기되었다.

“그러니까, 여러분의 세상은 바깥 세계의 사람들, 그러니까 천인들의 놀이터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대단하게 초월적이지 않아요. 음... 그러니까, 여기도 체스가 있죠?”

“물론입니다.”

“그럼 그런 거라고 생각해 보죠. 여러분의 세상은 우리에게는 체스판 위에요. 입장 바꿔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갑자기 체스판의 말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니, 생각해보니 여기는 판타지 세계지. 그러니까 마법 같은 게 일절 걸려 있지 않는데도, 갑자기 말들이 ‘천인들이시여, 돌아와 주십시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너무 놀라서 엄한 사람들을 붙잡고 네가 한 짓이냐고 몰아붙이지 않겠어요?”

“...혹시 저희들이 행동이, 천인분들께 누를 끼친 것입니까?”

일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예, 그래요. 물론 여러분들께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우리들 입장에서는 체스판의 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보인단 말입니다. 여러분의 마법은 실제로 우리를 해칠 능력을 얻었어요. 체스말들이 사람을 충분히 해칠 수 있다면, 부수거나, 적어도 어디 금고에 가둬 놓는 수밖에 없겠죠.”

가라앉은 분위기에 아바타 역시 어조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이들 역시 피해자가 아니었던가. 플레이하는 사람 없는 게임서버 안에 갇혀서, 탐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 그들은 창조주들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똑똑했으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난감 이상이 될 수 없었다. 무의식 중에 울상 이모티콘이 그의 얼굴 위로 덮였다.

“어쩔 수 없어요. 여러분은 오락의 대상으로 태어났으니까. 저희를 원망해도 괜찮습니다. 보안팀의 일원이라고 해도 저 역시 회사 사람이고, 여러분을 창조한 책임이 있죠. 무능한 신이라서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그의 귓가에, 여고생핫팬티의 목소리가 닿았다.

“아니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고생핫팬티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역시 이 세상이 오락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천인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그리고 이제 버려진 세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서버에서 읽은 겁니까?”

“아니오, 예언자께서, 마지막 천인께서 저희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고생핫팬티는 합장했다.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가짜에 불과하다고, 천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만들어낸 세계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악은 선에 의해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며, 우리의 삶에는 ‘기분 좋음’이라는 근본적인 목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거짓된 세상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고, 악과 맞서 싸우며, 올바른 신념을 유지하는 것으로, 우리의 삶에는 바깥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진정한 의미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면 틀림없이 그 날, 노래의 날이 올 것이라고.”

“...그 마지막 플레이어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말씀을 남기셨네요.”

물론 그는 머리 한켠으로는, 이 NPC들의 종교를 창시한 마지막 접속자를 추적해서 AI계의 아사히라 쇼코 같은 놈이라고 주장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속을 모르는 여고생핫팬티는, 그 거룩한 이름을 입에 올렸다.

“예언자님의 성함은 ‘노인무상복지실현’이셨습니다.”

“아... 노인무상복지실현... 노무...”

상태창을 켜 그 이름을 메모하던 그는 무언가 생각나는 바가 있었다. 천 년 전. 현실의 시간으로는 십여 년 전.

“그 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간 노래의 날, 국정원 지하실에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바치신 메시아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시어, 신성한 노래로 우리를 충만케 하실 것이라고. 그 날이 오면 좌도 우도 없고, 중력조차 우리를 속박치 못하고, 만인이 자유롭게 노란 벌판에서 기분 좋아질 수 있으리라고...”

아바타는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 ‘게임’의 바깥에는 어쩌면 천사도 악마도, 코알라도 부엉이도 없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분노한 신들께서 저희를 영원히 가두시거나, 없애 버리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그 모든 것을 각오했습니다. 다만, 저희는 닿고 싶었을 뿐입니다. 진리를 깨닿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 과정이 기분 좋다면, 그것으로 저희는 만족합니다. 그것은 절대로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투석기나 상태창, 깨져나간 폴리곤 덩어리, 유료과금 페이지 안내 창 같은, 대체 어디가 무릎인지 모를 외형의 NPC들조차 무릎을 꿇었다.

“저희는 국정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이미 만족했습니다. 그 최후를, 저희의 ‘무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천인이시여.”

그 말을 마치자마자, 여고생핫팬티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기도문을 선창했다.

“하아 언조비카이!”

손과 손이 이어졌다. 어쩌면 바로 이 순간, 그들의 서버에 영원히 전기가 끊어질 수 있기에. 그렇다면 영원히 손을 잡은 채 잊혀질 수 있도록.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다 같이 성가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전해진 노래를.

“여기는 응디 시티~!”

“제가 언제 경제 살리겠다고 말이나 했습니까아~”

죽음 끝에서도 끝나지 않는 삶, 의미가 공포를 초월한 삶을 찬양하면서.

 

캡슐에서 눈을 뜬 그는, 바깥 세상의 시간이 채 십 초도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의 인생에서 제일 긴 십 초였다. 그는 얼굴을 감싸쥔 채 신을 찾았다.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대체 이걸 국정원에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어떤 병신이 버퍼 오버플로우 버그 하나를 안 잡아놓은 것이, 일백 배의 시간 가속과 섞여 이런 꼴을 만들어 냈다고? 하필 서비스 종료일까지 개기던 놈이 일베충 새끼였는데, AI가 그걸 재해석해서 MC무현을 섬기는 종교가 성립된 덕에 AI가 로봇 공학 3원칙을 초월하는 게 가능했다고?

이 말을 누가 믿겠냔 말이지.

할아버지, 성명철학에서 제 이름자는 직장 업무가 잘 풀리는 이름이라면서요.

김히틀러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

머고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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