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오늘도 퇴근길에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오징어를 사들고 집에 들어간다.
목욕을 마친 뒤, 재미없는 TV방송따윌 켜놓고 앉아 예능인의 품평을 하며 막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를 딴다.
'푸쉭' 소리를 내는 캔맥주.
이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을까. 대학교 시절 OT때 처음으로 마신 술.
정도라는 것을 몰랐던 그녀는 심할 정도로 마셔댔고, 교수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흔들어대는 사고를 친 그녀는
다시는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 다짐하며 술은 무조건 집에서 마시는게 옳다고 생각하였고
그렇게 이 삶을 반복해온지 어언 20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꿀꺽꿀꺽' 차가운 맥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 목욕으로 따뜻해져있던 몸을 차갑게 식힌다.
매일 반복해온 일상이었음에도 오늘따라 그녀의 몸은 시렸다.
남자가 없어서? 아니다.
술마시며 떠들 친구가 없어서? 아니다.
격무에 시달려 아파서? 아니다.
외로웠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외로움이 그녀를 감쌌다.
예능활동으로 온몸이 쑤시고 아파 파스를 붙이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 이상으로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반쯤 동태눈이 된 채로 TV방송에 흘러나오는 음악따윌 들으며
'오늘도 하루가 지는구나' 라고 생각할때쯤, 울려퍼지는 전화기 소리.
혹시라도 프로듀서가 전화한걸까? 아무런 의미없는 기대였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에 걸어본다.
또 엄마 전화였다.
얼마전, 느즈막히 결혼식을 올린 엄마의 친구의 딸 이야기로 설교를 들으며
슬슬 가정을 꾸려야하지 않겠냐는 전화.
몇번이고 거절하고, 듣기 싫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던 그녀였지만
오늘따라 그 말들이 계속 가슴 한켠을 쑤셔댔다.
꽤 긴 시간, 엄마의 잔소리를 듣다가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폰을 이불에 던져버린다.
막 다마신 맥주캔을 대충 접어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파스를 꺼내 몸이 아픈 부분에 붙여나간다.
왜일까.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던 그녀는 정신을 차려보니 평소 아팠던 부분이 아닌, 가슴 언저리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이렇게 파스를 붙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녹을까.
열파스가 뿜어내는 열기가 몸을 풀어주는 기분이 들어야할테지만, 늘따라 열파스는 기운이 없었다.
가슴 대신 눈이 뜨거워졌고, 어느샌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면 안된다고 항상 그렇게 자신을 다독여왔지만, 이미 흘러나오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티슈대신 이불속으로 들어가 이불로 눈가를 닦는다.
마지막으로 빨아본게 언제인지 모를 이불, 더러운 이불이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훌륭한 티슈의 대용품이었다.
다 큰 처녀가 펑펑 울어대는 것도 꼴사나웠기에
그렇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는 소리를 죽인채 흐르는 눈물을 계속 닦아나간다.
내일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내일은 웃으면서 집에 올 수 있을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밤.
그녀는 그렇게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
내일은 웃을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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