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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보대회] 산문부문-구멍

ㅇㅇ(39.120) 2021.12.23 00:39:41
조회 299 추천 25 댓글 8

한 길거리에 가련한 외모의 한 소녀가 삽을 들고 거니는 기묘한 모습이 보였다. 소녀의 이름은 '하기와라 유키호'. 765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인 그녀는 자신의 담당 프로듀서에게 K방송국 앞에서 보자는 업무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K방송국 앞에 도착한 소녀의 눈에 프로듀서의 모습이 보였다. 해맑게 인사를 하려던 참에 프로듀서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게 그녀의 눈에 보였다. 

프로듀서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그 사람은 아주 아름답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의 커리어 우먼이었다. 항상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관계로만 대화를 나눴던 프로듀서가 처음 보는 성인 여성과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처음 본 소녀는 대화에 끼어들지 않은 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대화가 끝난 성인 여성은 명함을 교환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제서야 유키호를 본 프로듀서가 유키호에게 다가왔다.


"프..프로듀서..!"

"아, 유키호 왔구나! 미안, 대화하느라 늦었네. 혹시 기다리게 했어?"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는 프로듀서였지만 조금 전 대화의 여운이 남았는지 기분이 묘하게 좋아보였다.

"괜찮아요... 근데.. 방금 대화한 여성분은 혹시 누구신가요..?"

"아.. 고등학교 동창인데 지금 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얘기를 들어보니 요새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 메인PD도 맡을 정도라더라."

"우연히 지나가다 만났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잘하면 유키호 너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을테니 좀 친해져야겠어."

"헤에..." 

프로듀서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어서인 걸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의문을 품은 유키호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근데 유키호 너 그 삽은.. 설마 길거리에다 또 구멍을 판 건 아니지?

뒤늦게 유키호가 쥔 삽을 발견한 프로듀서의 질문이었다.

"죄...죄송해요!! 역시 저 같은 건 사라져버려야 해요!!!"

"아..아냐!! 괜찮으니까 일단 일하러 가자."

또 다시 구멍을 파려던 유키호를 급하게 말린 프로듀서는 유키호를 데리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765 프로덕션 안에서 프로듀서의 신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하 정말? 하여간 이 쪽 업계 사람들도 참.. 나도 얼마전에.."

프로듀서 답지 않게 사무소 안에서 긴 시간 동안 전화를 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전화를 하는 일이 늘어난 그였다. 사무실 소파에서 쉬던 765소속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와 키사라기 치하야, 후타미 자매는 유키호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프로듀서가 전화하는 장면을 보고 속닥이기 시작했다.

차를 한번 홀짝인 하루카가 말꼬를 텄다.

"프로듀서씨 요새 부쩍 통화를 자주 하시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상관 없지 않을까?"

키사라기 치하야, 그녀 다운 담백한 반응이었지만 이내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후타미 자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혹시.. 오빠의 연인??!"

"저게 말로만 듣던 사랑의 통화 인건가!"

"에? 프로듀서씨가?? 설마..."

"이러다간 갑자기 오빠한테 청첩장이 날라올지두~!"

"이 녀석들!!! 잡담은 그만들 하고 어서 레슨하러가!!"

765의 도깨비 리츠코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수다를 떨던 아이돌들이 일제히 레슨실로 향했다. 차를 내오고부터 대화에 끼지도 않은 채 멍하니 서서 듣고만 있던 유키호도 이내 정신을 차린 후 프로듀서를 흘깃 보고 레슨실로 향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프로듀서의 전화 횟수는 줄기는 커녕 더 늘었다. 

게다가 사무실안에서 거울을 자주 본다던지, 일벌레였던 그가 칼퇴를 하고 어디론가 향한다던지 평소에 보이지 않던 여러 모습을 보이자 사무실 내의 아이돌들 사이에선 진짜 프로듀서에게 애인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 소문을 알긴 하는지 유키호는 오늘따라 무척이나 밝은 표정이다. 거울을 보며 열심히 머리를 만지는 프로듀서를 보자마자 소녀는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달려갔다.

"프로듀서! 저희 오늘 같이 가기로한 찻집 말인데요오.."

소녀가 오늘따라 밝았던 이유였다. 얼굴에 홍조를 띄운채 두손을 모은 유키호의 모습은 마치 소동물 같았다. 그런 유키호와 달리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띄운 프로듀서가 갑자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아..! 미안 유키호!! 너와 약속이 있던 걸 까먹고 방송국 미팅을 오늘로 잡아놔서... 이번에 잘만하면 너를 캐스팅 해주겠다는 말에 일정을 제대로 안보고 덥석 수락해버렸어.. 정말 미안해!!"

"네..?"

따르르릉

때맞게 울리는 프로듀서의 전화소리였다.

"아, 유키호 미안 업무전화라... 네 여보세요, 어 무슨일이야? 오늘 준비? 잘해놨지~ 어, 아 잠시만 (유키호.. 정말 미안해.. 일단 이 전화 끝나고 얘기하자?) 어 아니 잠깐 우리 아이돌이랑 얘기 하고 있었어서.. 어.. 그래 진짜? 하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계단밑으로 사라진 프로듀서의 목소리처럼 소녀의 얼굴에도 낯빛이 점점 사라졌다. 아까의 밝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마네킹같은 표정으로 유키호는 서있었다. 전화 너머로 들린건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다. 멍하니 서있던 유키호는 잠시 무언갈 생각하듯 서있다가 자리를 떴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 K방송국 앞에서 프로듀서가 있었다.

'이상하네.. 오늘 연락이 왜 이리 안되지? 방송국 사람들한테도 물어봐도 출근 안했다고 하고... 집에도 없고... 갑자기 이럴 녀석이 아닌데...'

프로듀서의 두번째 직장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K방송국 앞에서 프로듀서는 전화기를 붙잡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낯익은 얼굴이 지나갔다.

한 가련한 소녀가 어딘가 후련한 표정으로 삽을 들고 거니는 기묘한 모습이었다. 하기와라 유키호였다.


"어? 유키호! 네가 이 쪽 방송국 근처는 웬일이야?"

"그...그게.. 돌아다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곳으로 와버렸어요오.. 헤헤.."

"네가 아즈사 씨도 아니고 그게 뭐야"

유키호의 행색을 보고 아까의 안절부절함은 잊은 채 실소를 터트린 프로듀서였다. 그런 프로듀서를 보고 유키호도 작게 웃었다.

유키호가 삽을 들고 있던 모습이 다시 한번 뒤늦게 프로듀서의 눈에 띄었다.

"그나저나 또 삽을 들고 다닌거야? 혹시 도로같은데다 구멍이라도 파면 아이돌로서의 이미지 어쩌려고 그래.. 그 전에 경찰에 신고당할지도 몰라."

"헤헤.. 괜찮아요. 이번엔 바로 옆 산 속에서 몰래 팠으니까요."

삽에 흙자국이 남아있는걸로 보아 유키호의 말은 사실인것처럼 보였다.

"그래? 그렇다면야.. 그래도 삽을 들고 돌아다니는건 조심하도록 해. 아 오늘 일 더 없지? 만난 김에 전에 못 간 찻집 지금 같이 갈까?"

"네!"


그렇게 소녀와 프로듀서는 방송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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