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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는 사람이 좀 불편은 하겠지만...

ㅁㅇㄹ 2006.12.04 11:09:22
조회 424 추천 0 댓글 2



20-30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이곳에 살면서도 저녁밥 먹을때는 가족들이 얘기하면서 밥알 튀기면서 웃기도 하고 그럴거야 아마. 그렇지? 너무 위만 쳐다보지 말고 살았으면 해. 흉들. ----------------------------------------------------------------------- 서울 노원구 상계4동 덕릉고개 2길 59-11번지. 보증금 없는 월세 15만원짜리 ‘우리 집’은 동사무소 지도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무허가 집들이 워낙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한 달 동안 빈곤 체험 취재차 자리잡은 8평짜리 집을 찾으려면 차라리 양지마을 ‘수도사 골목’ 오른쪽 다섯번째 집을 물어보는 게 편할 겁니다. 지난 11월18일 오후 이삿짐을 옮겼습니다. 너비 2m 남짓한 골목길 중간중간을 항아리며 가스통 따위가 차지하고 있어 길 폭이 반으로 좁아지기도 합니다. 짐보따리를 들고 골목길을 20여m 지나 녹슨 철문 앞에 다다릅니다. 철문을 열면 신발을 놓는 사각형 공간이 나오고, 20㎝가 넘는 턱 위로 약 세 평짜리 주방 겸 마루가 나옵니다.(턱치고는 높은 편인데, 그 까닭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어느 지점에서는 발이 불안하게 조금씩 밑으로 빠집니다. 오른쪽에 싱크대, 왼쪽에 화장실 문이 있고, 정면에 두 개의 철제 여닫이·미닫이문이 있는데, 모두 같은 방으로 연결됩니다. 너비 2m, 길이 의 널따란 방입니다. 하지만 방에 난 창문은 가로 60㎝, 세로 40㎝ 가량의 조막창뿐입니다. 이 동네 미라보부동산 윤명중 사장은 “난방비를 아끼려고 창을 작게 내 쓴다”고 설명합니다. 언젠가 이 방에서는 서울 도심 재개발에 밀려난 어떤 가족이 숙식을 해결했겠지요. 몇 식구나 이곳에 머물렀을까 잠시 상상해 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웃고 떠들고, 그러다 다가오는 겨울을 생각하며 시름에 잠겼을까요.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번 훔치자, 걸레가 시커멓게 변합니다. 끙끙거리면서 바닥을 닦는데, 이웃 할머니가 오셔서 석유와 가스는 어떻게 쓰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맞다, 보일러! 텅빈 보일러에 붙은 스티커로 눈이 갑니다. 951-××××. 광익석유 한창열(42) 부장이 석유트럭을 몰고 왔습니다. 8만2500원에 석유 반 드럼을 받았습니다. 한 부장은 “요즘은 이곳보다 사정이 좋은 중계본동에서도 연탄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제 연탄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죠. 이 동네 사람들도 연탄 보일러로 바꾸고 싶은데, 보일러 살 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석유를 쓴답니다. 아이러니죠. 그래서 어지간히 춥지 않으면 보일러를 틀지 않는답니다. 청소를 하다가 또 일이 터졌습니다. 좌변기 옆으로 난 수도관이 새어, 물이 콸콸 뿜어져 나옵니다. 녹이 슬다 못해 구릿빛이 된 관이 수압을 견디지 못한 거죠. 계량기를 찾아 수돗물을 막아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계량기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도대체 있긴 한 걸까요?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주인은 집 안엔 들어와본 적도 없다네요. 마침 지나던 아주머니가 답을 주십니다. “119로 전화해서 지역 수도사업소에 연락해요.” 하지만 수도사업소에서는 집 안의 배관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랍니다. 난감하더군요. 급히 동네 ‘성진건재’에 전화했더니, 사장님은 출장을 나갔답니다. ‘혹시?’ 하며 장판을 까봅니다.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얇은 나무 판자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불균등하게 짜놓은 나무 자투리들 덕분에 마룻바닥이 그렇게 울퉁불퉁했던 겁니다. 고고학자가 고분을 조사하는 기분으로 판자들을 걷어냅니다. 마침내 바닥 깊숙이 계량기 뚜껑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량기 뚜껑을 여니 계량기 밸브는 1m나 더 밑에 눈에 띕니다. 머리를 처박고 손을 뻗어야 잠글 수 있었습니다. 콸콸거리던 물소리가 마침내 멎습니다. 30여분에 걸친 소동이 멎는 순간이었습니다. 장판 밑에 얌전히 깔려 있던 나뭇조각들이 삐져나와 마루는 폭탄을 맞은 것 같습니다.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물을 잠그니 청소를 할 수가 없습니다. 별수 없이 필요할 때마다 계량기를 다시 열고, ‘누수’되는 물로 걸레를 빨고, 다시 계량기를 닫는 식으로 청소를 합니다. 이렇게 걸레를 열 번은 넘게 빤 것 같습니다. 전화를 건 지 한시간쯤 지났을까. 성진건재의 조성재 사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쓱 보고는, 곧 장비를 가져와 뚝딱 일을 마치십니다. ‘공사비’ 4만원을 드렸습니다. 조 사장은 “이 동네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 수지가 안 맞는다”며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수익은 (잘사는) 아랫동네에서 얻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집도 이렇게 배관이 낡았는지 물었더니 그냥 슬쩍 웃습니다. 그렇다는 얘기겠죠. 그러고 보니 집 구조를 둘러싼 궁금증도 풀립니다. 집의 턱들이 너무 높아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지금의 마루는 원래 마당이었답니다. 예전엔 그냥 문 열면 방뿐인 집이었고, 수도와 화장실은 이웃과 공유했답니다. 그런 마당에 천장을 얹고 바닥에 벽돌을 깔아 높이를 방에 가깝도록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계량기는 터무니없이 밑으로 꺼졌던 겁니다. 보일러는 그나마 새것입니다. 언뜻 보니 2004년식 ○○○○보일러군요. 집 밖으로 나 있는 커다란 직사각형 석유통이 녹슬다 못해 청동기 유물처럼 보이는 것에 견주면 다행입니다. 아무튼 보일러를 트니 바닥에 온기가 돕니다. 황량한 집이 비로소 보금자리로 변신하는 듯합니다. 어김없이 다가올 맹추위까지 미리 걱정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햇볕 좋다는 ‘양지마을’에서의 첫날 저녁은 그렇게 약간의 온기 속에 저물어갔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 김기태 기자가 사는 ‘수도사 골목’ 이웃들    김 기자가 사는 ‘수도사 골목’의 이웃들 ㉠ 박아무개(57) 아주머니와 세 딸, 아들이 삽니다. 박씨 아주머니는 평생 식당에서 일을 했고, 자녀 넷 모두 직장에 다닙니다. 식당 사업을 하던 박씨가 1999년, 2002년 크게 사기를 당해 살림이 쪼그라들며 1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습니다. 남편은 1995년 산업재해로 숨졌습니다. ㉡ 김아무개(66) 할머니와 아들이 삽니다. 자녀 오남매 중 넷은 출가했고, 미혼인 아들은 차량 정비업을 합니다. 1964년 부여에서 상경한 할머니는 남편 최아무개(87년 사망)씨와 정릉천변에서 모래를 모아 건축용 “블로끄”(블록)를 만들어 생활했습니다. “못 배웠으니, 노동밖에 할 일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세상을 뜬 뒤 김씨 할머니는 빌딩 청소 일을 했습니다. ㉢ 빈집입니다. ㉣ 김아무개(44)씨 혼자 삽니다. 전남 송정이 고향인 김씨는 15살 때 상경해 지금까지 줄곧 중국집 배달 일을 해왔습니다. ㉤ 임아무개(82) 할머니 집입니다. 아들 둘이 서울에서 일하다 고향 포천으로 농사지으러 돌아갈 때 할머니는 “아들들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아서” 그냥 서울에 남았답니다. 임 할머니는 “아프지 말고 이러다가 조용히 죽어야 한다”고 몇번이나 말했습니다. ㉥ 한아무개(27)씨 집입니다. 서울 삼성동의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합니다. 1년 전 부모님이 상계동 다른 동네로 이사가면서, 개발 보상금을 위해 점유권을 한씨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 하아무개(44) 아주머니와 군대를 제대한 아들, 회사 다니는 딸이 삽니다. 남원 출신의 하씨는 막노동을 하며 14년 동안 이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 김아무개(50)씨 부부가 삽니다. 김씨 아저씨는 막노동을 하고, 아주머니는 중풍으로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 박아무개(72)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 아들이 삽니다. 장흥이 고향인 박씨는 평생 막노동을 했고, 1991년 5월 양지마을로 이사왔습니다. ㉩ 구아무개(39) 아주머니와 아이들 셋이 삽니다. 남편 유아무개(40)씨의 빵 도매사업이 부도나 이 마을로 이사왔습니다. 경기 부천에서 일하는 유씨는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옵니다. 미아동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구씨가 6시에 출근하기 때문에 중학생·초등학생·유치원생인 아이들은 서로 도와 등교를 합니다. ㉪ 기자의 집입니다. ㉫ 전아무개(59)씨와 아주머니, 아들 셋이 삽니다. 전씨는 서울시 공무원, 아주머니는 지하철 책가게에서 일합니다. 25·24·22살 세 아들의 사립대학 등록금 때문에 집을 줄여 이 동네로 왔습니다. 맏아들이 최근 공기업에 취직해 숨통이 트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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