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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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스러워하는 문국현-박수애 부부 18일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축사에 나선 이세중 변호사가 "이 책을 통해 문 후보가 20년동안 전세살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놀랐다"고 하자 사회자가 "그럼 매일 아침 출근길에 아내에게 입맞춤하는 것도 아시냐"고 되받아쳐 행사장 일대에 폭소가 터졌다. 문 후보와 부인 박수애씨가 겸연쩍다는 듯 웃고 있다. | ⓒ 남소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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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아파트 34평에 살았죠. 전용 평수는 24평이었지만, 분양 평수는 34평이고…."
박수애(53)씨는 "애초 24평형 아파트에 살다가 지금은 비싼 동네에 사는 것 같다"며 집과 관련된 질문을 시작하자, 기자 쪽으로 바싹 당겨앉았다. 그는 가죽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다가, 할 말이 많은 듯 자세를 바꿨다.
박씨와 그의 남편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전 유한킴벌리 사장), 그리고 두 딸이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50평형 아파트. 박씨와의 인터뷰는 16일 오전 그의 집에서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베란다 창밖으로 놀이공원의 정원 같은 아파트 단지와 대도초등학교의 녹색 교정이 펼쳐졌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타워팰리스\'가 보였다. 구두 앞뒤축을 몇 차례 갈만큼 검소한 것으로 알려진 문 후보가 도곡동 50평 고급 아파트에 산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요. 사실은 아파트값이 뛴 것이 잘못이죠. 아파트값이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거품이 없어져야 해요. 옛날에는 은행 대출받고 하면 집을 살 수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10억이 넘으니까 아예 살 수 없는 상황이 됐죠. 젊은 사람들이 집 살 가능성을 갖고 살 수 있게끔,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박씨 가족은 1년 반 전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했다. 박씨는 13년 전인 지난 94년 이 아파트를 1억2000만원에 사뒀고, 재건축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건축 비용으로 모두 3억5000만원이 들어가 4억7천만원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주인이 됐다.
현재 이 아파트 매매가가 26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4년새 5배 이상 뛴 셈이다.
26억 아파트... "아파트값 뛴 것이 잘못이죠" 문 후보의 주민등록 초본을 보여달라는 말에 흔쾌히 세 장짜리 초본을 들고 나왔다. 후보 캠프에서 며칠 전 부탁한 것을 복사해뒀다. 1978년 결혼하고 3년간 시댁살이를 한 뒤부터 9번 전셋집과 자가 주택을 옮겨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옛날에는 전세 재계약을 1년마다 했어요. 처음 분가해서 700만원 전세로 나왔는데, 다음해에 2배로 뛰는 거예요. 지영이 아빠(문 후보)가 퇴근해서는 아이를 업고 구로동에 사는 집주인을 찾아갔어요. 사정 좀 해보려고요(웃음). 그랬는데, 결국 조금밖에 못 깎고, 전세금 거의 다 냈어요." 박씨는 아파트 전세가와 매매가 등을 통해 잠실과 서초동·가락동 등 문 후보의 회사인 유한킴벌리(강남구 대치동) 인근을 맴돈 \'역사\'를 일일히 설명했다.
한번은 30평 삼풍 전세 아파트(서초구 서초동)에서 자기 소유인 60평 현대 까르띠에 아파트(강남구 역삼동)로 평수를 대폭 확장한 적이 있다.
노조원들이 집을 놀러왔을 때 "사장님이 이런 데 사시냐"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집을 넓혀야 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 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스톡옵션을 팔았나"며 애써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했다.
"남편 회사 때문에 (강남에만 살았다). 남편이 밤낮, 일요일이고 없이 회사를 가니까, 처음에는 회사 바로 옆에 집을 얻으려고 했어요. 최대한 가까이 간 게 선릉역 근처였죠. 하루는 남편이 밤 12시 넘어까지 일을 하다가 경비가 건물 전체를 소등하는 바람에, 남편이 더듬거리며 지하 주차장을 내려왔다고 하더라고요. 오다가 넘어지고 상처가 생기고…. 그러니까 분당 같은 데로 이사를 가면, 남편이 힘들어서…." "남편의 대선 출마, 아직도 반대한다"
그렇게 밤낮없이 회사만 생각하던 남편이 처음으로 아내의 뜻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 박씨의 표현대로, 남편은 말도 없이 대선 레이스에 \'뛰쳐나갔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쓴 문 후보에 대해 \'간 큰 남자\'라고 농을 건네자, 박씨는 "지금까지도 계속 (대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 그냥… 사장을 하면서 회사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사회에서도 남편 칭찬을 많이 하잖아요. \'깨끗한 사람\' \'환경운동 하는 사람\' 등 이미지가 좋았어요. 존경받고, 일 잘 하고, 안정된 게 좋았어요. 그런데 전혀 새로운 분야를, 이렇게 상황도 안 좋은데. 한 상대방(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은 거의 대통령된 것 같잖아요(웃음)."
박씨가 남편의 출마선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떠올렸다. 소심한 A형 아내가 \'만사긍정\'인 O형 남편을 만나 30년 결혼생활의 첫 고비를 맞은 셈이다.
"이 싸움이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닌가, 당신이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정말 두려웠어요. 저 쪽은 벌써 정치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고, 매머드급 참모진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당신은 \'조직\'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나오더군요."
박씨는 최근 "좋은 생각만 합시다"는 구절을 부엌 냉장고 문 앞에 써 붙였다. 그 옆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마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긴 글을 붙여뒀다. 요즘 부쩍 마음에 와 닿는 말이란다.
그만큼 그의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하다.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어서 12월 19일(대선일)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매 맞기를 기다리고 있는 심정이란다.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라도 붙잡고 싶은 남편과의 마음과는 정반대다.
"(남편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우울증 비슷하게,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괜히 눈물이 나왔어요. 그런데 12월까지 이렇게 울면서 지낼 것인가.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나도 앞으로 걸어가자\' 싶더라고요."
그는 남편의 대선 출사표에 "찬성은 아니고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멀찌감치\' \'비협조적으로\'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문 후보의 대선 사무실도 가보지 않았다. 인터넷 서핑 실력이 모자란 탓에 문 후보의 인터넷 팬카페도 보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이것저것 복잡해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라며 "그럴 때는 걷는 게 가장 좋아요, 아파트 단지 안에 멋진 나무들이 많은데 나무들만 열심히 봐요"라고 웃는다.
하지만 그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박씨는 매일 신문을 꼼꼼히 살핀다. "요즘 (신문에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더고요, 열심히 구석구석 외워요"라며 "신문을 다 보고, 인터넷(포털사이트)을 통해서 뉴스를 또 봐요"라고 말했다. 가끔 "저녁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외부 요청도 생겼다.
"갖고 있는 재산 40억... 도곡동 아파트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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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며 부인 박수애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남소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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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에게 재산이나 가족 등의 문제가 생길 때가 있는데, 자신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부부의 자녀는 28살과 24살 된 두 딸.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큰 딸 지영씨는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두 달 전 그만뒀고, 둘째 지원씨는 한 외국계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문 후보 또한 많은 재산만큼이나 기부를 잘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문 후보는 월급의 절반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통장에 매달 1500만원이 들어왔었다"며 "남편은 (월급 외에) 스톡옵션을 나 모르게 살금살금 받아서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부부의 총 재산은 얼마나 될까.
"나중에 어차피 (언론에) 나가겠죠.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갖고있는 것이 40억 정도. 집 빼고요. 주식이 25억에서 30억 되고, 펀드에 2억5000인가 들어가있고, 상호저축은행에 2억 정도 갖고 있어요. 남편 이름으로도 3억에서 4억 정도. 대충 하면 40억 정도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 박씨는 주식과 펀딩으로 부지런히 모은 3억5000만원 정도를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했다. 문 후보가 퇴직금·스톡옵션 등을 대선에 털어쓰는 것을 보고, 가족의 앞날이 걱정됐기 때문. "이 재산은 열심히 내가 모은 것"이라며 남편에게 "건드리면 안 된다"고 선언했다.
이후 "부인 이름으로 3억 이상이 있으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는 참모들의 귀띔에 어쩔 수 없이 남편 이름으로 되돌렸지만, 혹시나 싶어 \'비자금\'은 남겨뒀다.
박씨 또한 문 후보처럼 재산을 사회에 기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픈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도 2004년부터 류마티즘을 앓아 고생했고, 시아버지도 췌장암을 앓다가 돌아가셨다.
때문에 노후에 간병인이나 입원 치료비 등을 쓰는 데 드는 비용만 있으면 되겠다 싶었다. 자식들에게는 조금만 떼어 줄 생각이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기부의 왕\' 빌 게이츠라고 했다.
\'가정용 대선사무실\'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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