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히 보수적 정치 세력이라 하는 것은 세계의 여러 보수 세력들에 비해 한 가지 부분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있다. 바로 문화적 보수성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문제다.
미국의 보수도 경제 성장과 자유방임주의 옹호에 여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런 와중에도 '가족의 가치'와 '기독교'를 내세우며, '동성 결혼 반대,' '낙태 반대' 등이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워낙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이라 민족에 대해 특별한 논의가 이루어지진 않지만, 이민 문제나 소수자 우대 정책 등은 분명한 이슈다. 유럽에선 우파라 하면 민족 중시가 큰 특성 중 하나기도 하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의 보수도 결국 무의미하고 표면적이라 할 수는 있고, 결국 자유지상주의를 옹호하긴 하지만, 적어도 그와 동시에 '전통'에 대한 중시를 내세우고 있긴 하다.
반면 한국의 보수는 어떠한가? 한국의 보수는 전통의 중시가 전혀 없다. 기독교는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지만, 오랫동안 한반도와 함께 해온 유교와 불교의 정신을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고 (되려 기독교가 보수 세력에 표를 받쳐주는 주요 세력이 되긴 했는데, 그것과 관계 없이 보수 세력이 기독교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급속히 서구화되어간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 가치들을 내걸 부분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 보수는 오로지 경제 성장을 주장하며, '3S 정책' 따위를 통해 국가적 문화 수준을 퇴화시키는데 앞장섰다. 해외 보수들이 내세우는 '도덕성'(어차피 근본적 도덕이 아니라 일반적 규범으로서의 도덕을 말하는 것이지만)은 한국에선 완전히 진보의 전유물이 되어, 진보가 되려 "원래 도덕성이란 보수의 덕목 아닌가?" 하며 고민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민족주의 역시 한국에선 좌파의 주장이다.
한국 보수는 진보에 의해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고 비판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우선 보수는 절대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일이 없고, 몰래 민주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건 그냥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지, 그것에 사상적 기반이 있을 일은 전혀 없다. 이 '보수'는 뿌리가 전통주의-민족주의 정치가 아니라 군사 쿠데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에게 있어서 그나마 '사상'이 있다고 한다면 '반공'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통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다. 첫째로는 그냥 '북한 때문에,' 둘 째로는 '자본주의에 반대되니까' 정도일 것이다.
한편으로 재밌는 사실은 오늘날 전 세계 보수 모두의 문제가 전통적 가치들에 반대되는, 소비 중심 물질만능주의를 촉진시키는 체제를 옹호한다는 것에 있다. '경제적으로 보수'라고 하면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 되버린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외국 보수들은 그러는 도중에도, 자본주의 본격화 이전의 더 먼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가치를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내세우는 반면, 한국 보수는 그마저도 전혀 없고, 흔히 '보수적 입장'에 속한다고 불리는 요소 중 가장 전통 사회의 가치와 먼 부분(자본주의 및 물질적 풍요)에 대한 옹호만 남아있을 따름이다.
논조가 비판적으로 되었는데, 사실 비판적인게 맞지만, 서두에 밝혔듯이 '다행'인 측면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창조론 주장하고 낙태 반대하는 짓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냥 부차적 효과로 말그대로 다행일 따름이지, 한국 보수가 뭘 잘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진정한 수구보수꼴통이라면 저질 대중문화 양산과 야경국가론 따위에 반대하고 이런 것을 추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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