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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7등시민이여 “찌질하게” 살아라앱에서 작성

ㅇㅇ(220.127) 2024.12.18 16:24:09
조회 128 추천 2 댓글 3

7등 시민아, 찌질하게 살아라〉



최근 젊은 남자들은 스스로를 ‘7등 시민’이라 부른다. 2등이나 3등도 아니고, 무려 7등이다. 누군가는 지나친 비약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눈사람보다 아래에 있는 것은 명백하고, 남은 다섯 자리도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급과 서열을 따진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자조에 누구도 선뜻 아니라고 하지 못한다는 건 훨씬 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남자들은 여기까지 추락했을까? 도대체 누가 남자들을 여기까지 끌어 내렸을까?



슬프게도, 남자들 스스로 그 자리에 안착했다. 분명 스스로 뛰어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굴러떨어지는 와중에도 ‘설마 여기보다 더 떨어지겠어.’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벌레잡이풀에 빠진 날벌레 주제에 이성과 합리를 부르짖었다. 날개와 다리가 녹기 전에 사력을 다해 기어오르고 날갯짓해도 빠져나올까 말까 한 마당에, 소화액에 둥둥 떠선 대화와 타협을 청하며 언젠가 자신을 꺼내주기를 바랐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면, 이 벌레잡이풀은 단 한 번도 벌레를 실수로 집어삼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잡아먹힌다는 현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보다 벽을 기어오르기를 두려워했다. 왜냐, 청년들은 스스로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채우도록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머릿속의 밑바닥까지 잠식한 것은 다름 아닌 ‘남자다움’이라는 개념이다. 사나이라면 당연히 희생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감수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남자다움. 이것을 수십 년간 진리처럼 받아들인 청년들은 스스로 불평불만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여 끝내 불평을 말하지 못하고 부당을 감내하는 것을 선행으로 여기게 되고 말았다. 심지어 보상이 없을 것을 알면서 자신의 몫을 먼저 갖다 바치는 노예와 같은 행위조차도 ‘남자다운’ 행동으로 간주하는 패배의식의 결정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예로부터 소인, 소인배라는 말은 큰 욕설로 쓰였고 쥐뿔도 없지만 자존심은 있는 남자들은 쫌생이, 쪼다, 찌질이 소리 듣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남자들의 이러한 점을 파고든 ‘남자답게 세뇌교육’은 남자로 하여금 일정의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는 행위와, 일정의 부당에 사사건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부당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행위를 미덕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이는 장대한 성공을 거두었고 결국 “남자가 찌질하게.” 한 마디에 청년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분간조차 하지 못한 채, 혹은 속으로는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저 ‘남자답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었다. 문득 정신 차릴 즈음에는 이미 늦었다. 세상을 둘러보아라. 이것이 남자답게 산 결과다. 우리는 왜 남자다워야 했을까? 그리고 무엇을, 누구를 위해 남자다워야 했을까?



이러한 세뇌는 의심할 새도 없이 우리의 삶을 옭아맸고, 우리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스며들었다. 일부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있었으나 곧 실패자나 패배자, ‘남자답지 못한 찌질이’ 취급을 받으며 스러져 갔다.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 왔다. 우리 7등 시민의 9할 이상이 받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마 기억나는 사례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로 말미암아 우리 7등 시민들은 스스로를 죽이게 되었다. 찌질이 소리가 듣기 싫어 스스로 모난 부분을 도려내고 용기를 거세했다. 이로써 기득권 입에 이보다 달콤할 수 없는, 반항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가장 우수한 노예이자 가장 열등한 인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남자들은 정신 차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숨 막히는 현실에 전 세계에서 가장 순종적인 종자들조차도 회의감을 품는다. 말 잘 듣는 착한 종놈으로 살라고 해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매번 채찍질은 자기만 당한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손해 볼 일이 너무나도 많다. 슬슬 세상에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제 더 이상 뜯어먹힐 게 없음에도 이빨을 드러내고 눈알을 부라리는 포식자들에게 넌덜머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남자들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이제 남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 광장에 모여 시위라도 해야 할까? 길거리에서 분노를 드러내야 할까?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시위? 나갈 필요 없다. 모일 필요도 뭉칠 필요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남자는 침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애초에 남자들이 단결하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본래부터 결집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기도 하고, 이미 실패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얘기한 ‘남자답게 세뇌교육’으로 인해 남자들은 의식이 거세된 겁쟁이들이 된 지 오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자기검열을 실시하고, 이따금 용기 있는 이가 일어서면 냉소에 찬 핀잔을 준다. 이미 아득히 넘어버린 선을 지켜야 한다며 같은 남자들의 목줄을 잡아채고 진작 시궁창에 빠져 버린 이미지를 챙겨야 한다며 점잔을 피운다. ‘남자답지 못한 찌질이들’이 매도당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우월감에 취해 그들을 깔본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는 아귀다툼하며 본인을 핍박하는 이들에겐 알아서 굴종한다. 본인이 찌질이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그들 입맛에 맞는 노예로 거듭나는 것이 옳은 줄로만 안다. 피가 빨려 나가는 와중에도 그래도 이만큼만 빨리는 것이 어디냐며 감지덕지하고 이 정도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자기들끼리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말 노예로서 이만한 인재들이 없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지금 길거리에서 확실히 얻어 내는 것이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젊은 세대 남자들에겐 말도 안 될 만큼 버거운 일이다. 시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주목받는 시위만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뒷배 있는 시위만이 뜻한 바를 관철한다. 이 사회에서 남자들이 주목받거나 지지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남자들이 모여 시위하면 사람들에게 “할 일 없는 백수들이니 저런 짓이나 하지.” 소리 듣는 건 기정사실이고 언론에서 생떼 좀 그만 쓰라고 조롱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이러니 시위해 봤자 남자들에겐 개평 하나 떨어지는 일이 없다.



결국 젊은 남자들은 시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비롯한 부담과 패배감, 무력감, 그리고 본인들의 처참한 응집력 등과 같은 이유로 시위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남자들의 침묵과 시위 거부증은 남자들이 홀대받는 주요한 원인인 동시에 기득권의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밖에서 시위하지 않는다는 건 대외적인 불만 표출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기도 울어야 젖병을 물린다. 표현이 없으면 의미도 알 수 없다. 그러니 기득권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달랠 필요와 명분이 없다. 또한 남자들에게는 남자들의 대다수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 젊은 남자는 어떠한 집단을 구성하여 거기에 의탁하지 않고 자신이 자신을 대표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니 일부를 포섭해도 많은 수의 다른 남자들은 포섭한 단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참으로 모래알 같은 응집력을 가진 집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만일 기득권들이 아쉬운 상황일 경우 대표 단체가 없으니 남자들 개인을 하나하나 붙잡아 가며 설득해야 하는데, 이때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에 비해 돌아오는 이익은 적다. 젊은 남자들의 수는 다른 집단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슈에 따라 지지세가 항상 변한다. 항상 한쪽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정치적인 면에서 대부분은 확고한 기조를 보이는 듯하지만, 변화의 폭이 큰 편이다. 정확히는 지지하는 사람이나 단체의 도덕성이라든가 향후 비전에 매우 민감하다. 즉 어떤 사안에는 지지하면서도, 다른 사안에는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정당의 비전을 지지할 수도 있다. 또 앞서 말했듯이 시위하지 않으니까, 지지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정리해 보면 딱히 챙겨줄 이유가 없는 집단이다. 힘들여 설득해야 함에도 충성도는 낮다. 머릿수도 적다. 보여 주는 게 없다. 선을 넘으면 다 같이 모여 가두행진을 벌이며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울 줄 알았는데 웬걸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고 알아서 설설 긴다. 그래서 국가는 젊은 남자들을 챙겨주지 않는다. 챙겨주기는커녕 골수까지 빨아먹고 내팽개쳐 버릴 자원보다 못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많은 집단이 젊은 남자들을 아니꼽게 본다. 표도 안되는 노예 주제에 인터넷에서는 다른 집단의 철밥통을 깨부숴야 한다고 떠들어만 대니까.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 세태에 분노한 남자들이 당장 조직을 꾸려 길거리로 뛰쳐나갈 필요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들이 가진 가장 큰 약점과 가장 큰 무기는 모두 시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자들의 모래알 같은 단합력은 역설적으로 남자들이 하나 된 스탠스를 취했을 때 가장 큰 힘을 지닌다. 밖에 나오질 않으니 마음을 돌리려 해도 돌릴 수가 없다. 대표가 없으니 단체로 설득할 수도 없다. 이러니 한번 고삐가 풀리면 다시 철창에 집어넣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즉 남자들은 혁명의 ‘혁’ 자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겁쟁이면서,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혁명의 들불이 될 수 있는 양면적인 존재들이다.



이제, 남자들은 ‘남자답지 않게’ 살아야 한다. 기득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남자다움을 거부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찌질하게 살아야 한다. 즉 너를 뜯어먹고자 눈을 부라리는 포식자들이 바라는 대로 살지 않아야 한다. 희생과 양보, 배려라는 개념을 잊어버려야 한다.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누구보다 이해타산적으로, 그리고 누구보다 찌질하게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들이 만들어 낸 남자다움은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한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남자가 세상에 던질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며, 수년 안에 사회가 남자들 앞에 납작 엎드리도록 만들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파업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자가 자아를 찾고 오직 본인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이 나라를 위시한 남성착취집단을 향한 통쾌한 복수가 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남자에게는 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애초에 이 힘이 없었더라면 남자들이 혹사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들은 지금까지 이 힘을 사회에서 인정받아 더 훌륭한 노예와 더 성능 좋은 현금지급기로 거듭나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일 이 힘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거나 전혀 쓰지 않는다면, 혹은 창출된 가치를 상대를 위해 전혀 써 주지 않는다면 남자들이 가져오는 가치로 유지되면서 남자들을 박해하는 모든 집단을 무너뜨릴 수 있다.



어떤 조직에서 누군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음에도 조직이 멀쩡히 돌아가는 이유는, 다른 누군가가 본인의 몫 이상으로 가치를 창출해 갖다 바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 이곳저곳에 뿌리박은 기생충들은 남자를 숙주 삼아 남자들이 생산하는 가치를 빨아 먹고 산다. 즉 남자들이 자기 몫만 챙기고 잉여가치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거나 어떠한 가치도 내어 주지 않는다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으면서도 뭐라도 된 듯 기세등등한 저 기생충들을 말려 죽일 수 있다.



이러한 찌질 공세가 통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땅에 쓸만한 거라고는 남자들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자원은 인적자원뿐이다. 천연자원이고 관광자원이고 하나같이 어디 내놓을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 그중에서도 남자들을 갈아서 겉치레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나라는 남자다움 세뇌교육을 받고 권리가 박탈된 남자들을 강제로 희생시키는 노예 제도로 운영되는 국가이다. 참고로 남자들의 권리는 처음부터 박살 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헌법 32조에 의하면 남자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전혀 특별한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 헌법 34조에 의하면 국가는 남자의 권익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즉 이 나라에서 남자는 국민으로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소모품으로써 취급되고 있으며, 남자들의 드러눕기는 어떤 산유국에서 석유 스스로가 뽑혀 나오기를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인구 문제는 딱히 짚고 넘어가지 않아도 될 만큼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다. 2022년 24만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27년 전인 1995년의 출생아 수는 72만여 명이었다. 저 50만에 달하는 공백을 무슨 수로 메울 것인가? 최근 해결책으로 이민자가 떠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민자로도 저 깎아지른 절벽을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민자들에게 인기 좋다는 북아메리카의 나라가 2022년 약 43만 명을 받아들였다. 달리 말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면 수십만 개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돈 번 뒤에 본국으로 돌아가기 바쁜 나라, 경쟁력도 없으면서 외국인을 쓰고 버릴 로봇쯤으로 보는 나라에 굳이 국적을 취득하여 기꺼이 노예로 살아 줄 이들이 몇이나 될까?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도 못하는 나라, 있는 것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자국민에게도 희망을 주지 못하는 나라가 외국인을 끌어와서 밝은 미래 사회의 건설을 논하는 건 하나의 사기극으로만 들릴 뿐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2021년 19만 쌍이 결혼했으나 같은 시기에 10만 쌍의 부부가 이혼했다. 지금까지 결혼한 모든 부부에 대한 이혼 건수인 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러한 통계와 추세는 젊은 세대에게 결혼할 동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백년해로하기를 꿈꾸기 마련인데, 얼핏 보면 동전 던지기와 맞먹는 확률로 버려질 예정이란다. 어쩌면 통계를 보고도 자신에겐 결코 그런 일이 없으리라 자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아마 이혼 통계에 1건만큼 기여한 저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은 특히 남자에게 불리하다. 재산 분할부터 수십 년 동안 청구될 위자료, 양육비 등등. 남자 입장에서는 눈앞이 아득해질 만큼 빼앗길 것만 가득하다. 결혼의 그림자가 짙다. '떼놓을 리' 자가 무색하다. 남자들이 이런 리스크를 지고 결혼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 그래서 남자들은 이미 조용히 비혼을 결심한 지 오래다.



기류가 달라졌다. 남자들은 예전과 다르게 결혼을 꺼린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결혼은 현실이라는 여자들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아차렸다. 그래서 한동안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 충격으로 말미암아 많은 남자들은 쉽게 말해 학을 뗐다. 이제 남자들도 연애 따로 결혼 따로 바라보게 되었다. 아마 연애는 해도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연애조차 하지 않는 남자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유사한 경우에 성별 차이로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던 탓에 아예 엮이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통계가 말한다. 단 한 번도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주변 선남선녀들’의 장밋빛 사례를 끌고 오는 이가 있다면 제발 본인부터 좀 그렇게 살길 바란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충분히 암울한데 이 나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구 문제보다 더 치명적일지도 모르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빚이다. 2012년의 국가채무규모는 446조 원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23년에 1,000조를 어렵지 않게 돌파했다. 가계부채는 곧 3,000조를 무리 없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고 가정이고 개인이고 빚에 짓눌려 간다. 지금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마치 누가 대신 갚아 줄 것처럼 빚잔치를 벌였지만, 그럴 일은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채무는 언젠가 상환의 그날을 맞이한다. 이 나라는 앞서 말했듯이 인구는 줄어만 가고 석유는 없다. 과연 언제까지 이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면서 자신 있게 상환능력을 내비칠 수 있을까?



인구는 자원과 더불어 국가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다. 이 나라에는 자원이 없다. 인구는 줄어만 간다. 중위 연령은 높아만 간다. 그리고 빚은 쌓여만 간다. 따라서 사회의 기득권들은 이전보다 가혹하게 남자를 착취해야만 한다. 그래야 안락한 삶을 계속 영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남자들이 갑자기 너희에게 좋은 일은 아무것도 안 한다며 드러눕겠다니, 피가 거꾸로 솟고도 남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과 달리 대다수의 기득권은 이 땅과 같이 침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이 지경이 되도록 노예들을 쥐어짜는 것이다. 있는 집은 나라가 망하면 다 해외로 도망간다는 말이 있지만, 정말 극소수를 제외한 기득권들은 이 나라를 버리고 도망갈 형편이 되지 않는다.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자기 터전을 떠나서 이전과 똑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달곰들은 이 촌구석에서는 왕일지 몰라도 나가선 불곰과 싸워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이 나라에서 도망갈 형편이 되는 사람은 가진 게 없어 별 볼 일 없는 사람뿐이다.



지금이야 아쉬운 소리 않겠지만, 국가와 기득권 입장에서는 수년 안에 피 말리는 상황이 찾아온다. 올 수 있다가 아니라 분명히, 그리고 반드시 온다. 어쩌면 이미 왔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곧 신뢰가 무너지고, 무질서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채권자와 채무자가 한데 뒤엉켜 악을 지르는 아비규환의 날이 온다. 언젠가 찾아올 그 난국을 기득권들은 언제나 그래 왔듯 노예를 써서 해결하려 할 것이다. 털어서 나올 건 없지만 제일 만만한 젊은 세대 남자들을 피 한 방울 안 나올 때까지 쥐어짜려고 손에 아귀힘을 잔뜩 집어넣을 것이다. 온갖 부당거래를 들고 와서 남자들의 멱살을 잡고 발악할 것이다.



이 찰나의 순간에, 남자는 승리의 실마리를 움켜쥐게 될 것이다.



이 나라는 남자를 핍박하면서도 남자 없이는 존속하지 못한다는 걸 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니까.



하지만 예전처럼 남자들이 역군이 되어 국난을 극복해 줄 것으로 믿는 기득권의 기대와는 달리 그때가 왔을 때 고분고분하게 회유당해 미끼를 덥석 물 남자들은 없을 것이다. 이 나라에 고마운 일도 딱히 없거니와, 이 나라를 위해 삶으로써 지켜낼 가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털어낸 남자는 그 무엇에도 흔들릴 일이 없다.



조금 차갑게 말하면, 남자들은 나라가 망해도 손해 볼 게 거의 없다. 어쩌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망해야 이득이다. 가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고, 대접받은 일도 없고, 빚도 없고, 몸뚱이만 있어도 제 몸 하나쯤은 건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애국심 따위 없으니까. 악덕 주인 밑에서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노예는 주인에게 총애받는 노예와는 달리 주인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혹자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화해를 운운하며 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갈등을 봉합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들 숙명처럼 생각하여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여겼던 화해와 화합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 사회의 갈등은 갈등의 탈을 쓰고 벌어지던 일방적 학살임이 드러났으며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파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한 동행의 사회는 그저 아무 변화도 없이 계속 이대로 사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그리고 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을 대로 썩은 사회를 유지하는 재료가 남자들의 피와 뼈라는 사실을 너무 많은 남자들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시작은 무너진 유리 궁전에서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날이 올 때까지, 아니, 그날 이후에도, 절대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살지 않아야 한다. 하나의 무관심이 하나의 균열이 되고, 하나의 희생 거부가 또 다른 균열이 될 것이다. 망치를 손에 쥐고 휘두를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너진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우리는 그저 웃으면서 누군가 떠받치지 않으면 홀로 설 수 없으면서도 떠받치는 이들에게 감사 하나 남기지 않은 기형적인 구조물이 볼만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된다. 남자들이 제 삶을 삶으로써 무너지는 나라라면, 마땅히 무너지는 것이 옳다.



그러니 도망쳐라! 그곳이 낙원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짓눌려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오늘도 수백만 남자들의 생존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저 어린아이 반찬 투정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 어떤 시끄럽고 격렬한 시위보다도 치명적으로 기능하는 비폭력과 침묵의 투쟁이 남자들이 조용하게 온전히 제 것인 인생을 사는 것만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나라를 비롯하여 남자들을 눈사람보다 못하게 취급한 모든 이들은 남자들을 무시하고 핍박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아니, 애초에 모든 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방조하며 골수까지 빨아먹은 방관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를 것이다. 그때가 오면 남자들은 깨어진 유리 온실에서 기어 나온 모두에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 당신들이 그렇게 떠들어 대던 진정한 평등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그러나 이곳에 당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없다는 덧붙임과 함께.



사회에 빨대 꽂혀 자아를 상실한 채 한낱 부품으로 전락하지 말아라. 스스로 사고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살아라. 언제나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이유를 찾아라. 그리고 그 물음에 돌아오는 저열한 인신공격을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 이정표로 삼아라. 사회를 위해 살지 말고 너를 위해 살아라. 희생하지 말고 양보하지 마라. 먼저 엎드려 갖다 바치지 마라. 더 뻔뻔하게 네 잇속을 챙겨라. 더 이상 빼앗기지 마라. 가장 작은 부분에서조차 가장 찌질하게 굴어라. 더 쪼잔하게 굴어라. 찌질이 소리를 극찬으로 여겨라. 그들이 화해를 입에 올리면 득달같이 달려들고 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면 드러누워 흘려 넘겨라. 그들이 하라는 건 내팽개치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해라. 네 돈과 힘, 그리고 시간을 생판 모르는 이들을 위해 쓰지 마라. 도움 주지 말고 배려하지 마라. 열심히 시간 들여 남 좋은 일 하지 마라. 불합리에 반발하고 혹사에는 도망쳐라. 이 진흙탕과 같은 세상에 주저 말고 뛰어들어 당한 만큼 돌려주고 빼앗긴 만큼 되찾아 와라.



남자답게 굴지 마라.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굴지 마라. 그들에 너를 맞추지 마라. 스스로의 삶을 사는 찌질이가 되어라. 그러면 언젠가 이 나라와, 우리를 노예와 같이 취급하며 혐오하는 모두는 네 앞에 쓰러지며 철저하게 파멸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남자는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다.



7등 시민아, 찌질하게 살아라. 너는 웃을 것이다.

7등 시민아, 희생하며 살아라. 너만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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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7671 통치행위가 아니고 불법행위므로 내란피해 개인과 국가에 배상해야함. 부갤러(61.109) 12.22 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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