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3년 5월, 넷플릭스는 계정을 타 가구와 공유하고 있는 중인 이용자에게 ‘넷플릭스 계정은 한 가구만을 위한 것’이라는 방침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또한,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계정 공유 금지’다. 한 가구 즉, 같은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가족들만 계정을 공유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약관에 따른 시행 조치다. 새로운 가입자 증가 수치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조치였다.
초기 반발은 심했다. 계정 공유 금지 시범 테스트를 시행한 지역에서 SNS를 통해 넷플릭스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일도 이어졌다. 이에 계정 공유 금지 정식 도입을 조금 늦추며 시기를 조율하던 넷플리스는 결국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시행했다. 아직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출처=셔터스톡
그리고 지난 2023년 7월, 넷플릭스는 실적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2023년 2분기에만 589만 명 늘어났다. 전 세계 이용자는 2억383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늘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81억 800만 달러(한화 약 10조 3700억 원)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8억 3000만 달러(한화 약 2조 3100억 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변화를 계정 공유 금지에 따라 일부 공유하고 있던 가구에서 계정을 유료로 결제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실적 발표 인터뷰를 통해 "(계정 공유 금지를) 전체 매출액 9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넓힐 것이다. 하반기에는 새 계정 공유 정책과 광고 요금제 도입 등에 맞춰 매출 성장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아직 계정 공유 금지를 시행하지 않는 일부 아시아와 동유럽, 남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 출처=넷플릭스
수익성 개선 위한 디즈니플러스의 선택, 포스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초기 넷플릭스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로 언급됐다. 하지만, 서비스 출시 이후 디즈니플러스의 성적표는 예상과 달리 초라했다. 전 세계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2023년 2분기 디즈니스트리밍 사업부의 영업실적은 약 6736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이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으면서 적자를 이어가 실적 악화에 따른 정리해고도 단행한 바 있다. 돌파구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디즈니플러스도 넷플릭스와 같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꺼냈다. 포스트 넷플릭스다. 조짐은 이미 있었다. 실적부진에 고심하던 디즈니플러스 북미 지역에서 지난 2022년 12월 7.99달러의 월 구독료를 3달러 인상했고, 8월에는 오는 10월부터 10.99달러 구독료를 13.99달러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6일 요금제 개편을 공지했다. 국내에 월 9900원 단일 멤버십 요금제로 서비스했던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1월부터 요금제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다. 월 9900원인 스탠다드 멤버십과 월 1만 3900원의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출처=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사실상 요금 인상이다. 최대 4K 울트라HD 및 HDR 화질, 돌비 애트모스 오디오를 제공하는 기존 멤버십을 프리미엄 멤버십으로 변경하고, 풀HD 화질과 5.1 오디오 채널을 제공하는 스탠다드 멤버십을 새로 만들었다. 스탠다드 멤버십은 최대 4대의 기기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멤버십과 달리, 지원하는 기기도 2대로 제한한다. 즉, 기존 단일 제공했던 멤버십 가격을 (프리미엄으로) 4000원 올리고, 저렴한 멤버십을 새로 만든 셈이다. 실적 개선을 위한 요금제 개편이다.
그리고 꺼내든 것이 계정 공유 금지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1월 1일부터 캐나다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시행하며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 캐나다 이용자에게 메일을 보내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 공유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넷플릭스와 판박이다. 계정 사용을 분석해 위반 시 서비스 제한이나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 2023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가 "계정 공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계정 공유와 관련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결과를 적용한 셈이다.
출처=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요금제 인상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요금제 신설, 그리고 계정 공유 금지까지. 넷플릭스가 수익성 재고를 위해 꺼내 든 카드를 디즈니플러스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디즈니플러스만이 아니다. 아직 국내에 서비스하지 않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도 내년부터 저렴한 광고요금제를 선보이며, 광고 없는 기존 요금제의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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