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저장장치 전문 기업 웨스턴디지털에서 최고 용량이 28TB에 달하는 28TB 울트라스타 DC HC680 SMR HDD와 24TB 울트라스타 DC HC580 CMR HDD 두 종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대용량 서버, 클라우드, 기업용 데이터센터 등을 위한 하드디스크로, 테라바이트당 비용 및 소비전력, 저장공간 밀도 등을 중시하는 환경에 쓰일 예정이다.
보기 힘든 하드디스크, 서버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세
하드디스크가 꾸준히 발전하는 이유는 서버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이미 일반 사용자용 시장에서는 SSD가 하드디스크 수요를 완전히 교체한 상황이다. 4TB 하드디스크의 가격은 1GB당 30원 수준인 11~15만 원대로 접어들었고, 4TB NVMe SSD의 가격은 1GB당 80~150원 대로 35~60만 원 사이다. 용량당 비용을 고려하면 하드디스크가 월등히 저렴하지만, 십 수배에 달하는 속도 하나 때문에 SSD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서버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서버용 저장장치는 24시간씩 몇 년간 동작할 정도의 내구성이 필요하고, 또 테라바이트당 비용과 소비전력, 발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SSD의 가격대 성능비가 오르면서 서버 시장에도 SSD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용량이 부족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대로 하드디스크는 가격대 용량이 훨씬 크고, 더 높은 밀도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하드디스크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고, 24시간 동작해도 안정적이다. 이 때문에 하드디스크 기술도 느리지만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다.
28TB SMR과 24TB CMR은 어떤 차이인가?
28TB HDD의 출시로 하드디스크의 용량 상한선이 한층 높아졌다 / 출처=웨스턴디지털
이번에 공개된 하드디스크 두 개중 28TB 제품은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기록 방식)이며, 24TB는 CMR(Conventional Magnetic Recording, 기존 자기기록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SMR과 CMR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며, 데이터의 안정성과 전송 성능, 효율 등에 차이가 있다.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내부에 있는 원형의 디스크에 ‘트랙’이라는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한다. 여기서 트랙은 운동장 등에서 달리기를 할 때 그 트랙과 동의어며, 디스크에서 원형의 구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CMR 방식은 데이터를 저장할 때 트랙과 트랙 사이에 여유 공간을 두고 각각의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하며, SMR 방식은 트랙 사이에 여유 공간을 두지 않고 겹쳐서 데이터를 배치한다.
덕분에 SMR은 CMR과 비교해 데이터를 더 많이 배치할 수 있고, 용량당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하다. 하지만 SMR 방식은 데이터를 읽을 때 겹친 트랙을 분석해야 하므로, 분리된 구간만 읽으면 되는 CMR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다. 또 새로운 데이터를 기록할 때에는 새로 데이터를 덮어써야 하므로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따라서 SMR은 한번 데이터를 기록하면 잘 데이터를 교체하지 않는 환경에 적합하며, 자주 데이터를 변경하는 조건에서는 용량 대비 저장 공간이 조금 적어도 CMR 방식을 활용해야 안정성과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28TB 울트라스타 DC HC680 SMR HDD의 경우 꾸준히 데이터를 덮어써도 무방한 온라인 백업, 아카이브, 영상 감시,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에 적합하고, 24TB 울트라스타 DC HC580 CMR HDD는 쓰기 및 읽기 작업 빈도가 높은 작업 환경, 데이터 무결성이 중요한 보안 및 백업 환경 등에 더 적합하다. 이와 같은 하드디스크 구분 방법은 두 제품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하드디스크 전체에 해당하므로, 하드디스크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SMR과 CMR을 구분해서 구매하는 것도 좋다.
성장 가능성 충분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관건
9장의 플래터가 탑재된 하드디스크의 내부 구조 / 출처=웨스턴디지털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이 조사한 2023년~2030년 글로벌 하드디스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하드디스크 시장 규모는 425억 달러(약 54조 8천억 원) 수준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7.27%씩 성장해 최대 700억 달러(약 90조 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SSD가 등장하면서 사양 산업이 될 것이라는 추측과 반대로, SSD가 침범하기 어려운 고유한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하드디스크 용량은 계속 늘어날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몇 년전부터 하드디스크 업계에서는 용량을 늘리기 위해 플래터의 매수를 늘리고, 내부에 헬륨을 넣어 회전 저항을 줄이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해결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서 최근에는 HAMR(열 보조 자기 기록) 방식으로 용량 상한선을 높이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이 방식이 성공한다면 하드디스크의 최대 용량은 내년에 30TB로 늘고, 25년에 50TB까지 가능지만, 계속 출시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물리적인 부피를 늘리지 않고 용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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