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첫 스마트폰 ‘갤럭시 S21 팬 에디션(FE) 5G’가 지난 3일 공개됐고, 지난 11일부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갤럭시 S21 FE는 삼성 갤럭시 S21 시리즈의 보급형 버전으로, 원가 비용이 높은 디스플레이나 외관 소재 등의 부품 성능은 낮추면서도, 연산 처리 장치나 카메라, 저장 공간 같은 핵심 부품의 성능은 최대한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시기상 출시 후 6개월 이후인 작년 3분기에는 공개될 분위기였지만, 전 세계적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인해 올해 1월이 되어서야 출시했다.
S21과 S21 FE, 무엇이 다른가?
삼성 갤럭시 S21 FE 5G.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S21 FE는 갤럭시 S21의 파생 모델이며, 외관이나 디자인은 물론 부품까지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 갤럭시 S21에 적용돼 호평을 받았던 ‘컨투어 컷(Contour-Cut) 디자인은 그대로 적용됐다. 컨투어 컷은 카메라 부분과 후면 프레임이 매끄럽게 부착되어있는 디자인을 뜻한다. 색상은 올리브, 라벤더, 화이트, 그래파이트(흑연) 색상이 제공되며, 제품 두께는 7.9mm로 동일하다. 다만 갤럭시 S21 FE의 무게가 약 177g으로 S21보다 8g 정도 늘었는데, 이는 4천 밀리암페어(mAh) 대신 500mAh가 늘은 4천500mAh 배터리를 탑재해서다.
디스플레이는 0.2인치 커졌고, 해상도와 주사율은 S21과 동일하다.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성능도 거의 비슷하다. 갤럭시 S21 FE는 6.4인치 1080x2400 해상도 다이내믹AMOLED 2X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120헤르츠(Hz) 주사율과 HDR10+ 기능을 지원한다. 디스플레이가 조금 커진 만큼 화면의 선명도를 뜻하는 PPI(Pixel Per Inch)는 S21보다 소폭 낮은 411PPI다. 강화유리 역시 현재 가장 고품질인 코닝 고릴라 글라스 빅터스가 그대로 사용됐다. 갤럭시 S21 FE의 화면 크기가 조금 더 커진 점을 제외하면 성능 차이는 없지만, S21의 디스플레이가 최대 1천300니트의 밝기를 지원하고, 몸체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면적이 조금 더 넓다.
성능은 갤럭시 S21이 엑시노스 2100과 퀄컴 스냅드래곤 888 5G를 탑재했었는데, 갤럭시 S21 FE 역시 동일한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탑재 프로세서는 판매 지역에 따른 통신 규격에 따라 다르다. 대신 메모리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갤럭시 S21은 128GB, 256GB 저장공간 모델 모두 8GB 메모리가 탑재되는 반면, 갤럭시 S21 FE는 128GB 모델에서 6GB 및 8GB 모델, 256GB 8GB 모델 세 개로 나뉜다.
카메라 구성은 비슷하지만, 세부 성능에서는 갤럭시 S21보다 조금 떨어진다. 출처=삼성전자
카메라 성능은 조금 차이가 있다. 갤럭시 S21은 1천200만 화소 광각 및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되고, 6천500만 화소 f/2.0 29mm 망원 카메라가 탑재된다. 반면 갤럭시 S21 FE는 1천200만 화소 광각은 동일하나, 초광각 카메라는 다른 센서가 탑재돼 어두운 조건에서 촬영할 때 조금 불리하다. 또 망원 카메라는 800만 화소 f/2.4 76mm 망원 카메라가 탑재된다. 갤럭시 S21은 고화소로 넓은 영역을 찍은 다음 디지털 방식으로 확대하는 망원 카메라인 반면, S21 FE는 물리적으로 고정된 망원 카메라에서 더 확대가 어렵다. 흔히 말하는 ‘슈퍼줌’ 기능이 빠진 셈이다.
또한 영상 촬영 시 갤럭시 S21은 8K(7680x2160) 24프레임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지만, 갤럭시 S21 FE는 8K 촬영이 제외된 4K 촬영만 지원한다. 전면 카메라는 갤럭시 S21 FE가 3천200만 화소로 S21 대비 3배 이상 높지만 초점 기능의 등급이 낮고, 어두운 곳에서는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준수한 완성도와 가격, 하지만 한국에선 못구한다?
갤럭시 S21 FE는 S21과 외형적,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699달러(한화 83만 원)로 합리적이다. 갤럭시 S21에 탑재된 프로세서와 동일한 프로세서가 탑재된 만큼 성능만큼은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중 가장 우수한 편이며, 카메라 구성과 디스플레이 성능도 거의 유지돼 실사용자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나 전작인 갤럭시 S20이 999달러(한화 119만 원)였던 점과 비교하면 40만 원이나 저렴하다.
삼성 갤럭시 S21 FE 5G의 출시가는 약 83만 원대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출처=삼성전자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갤럭시 S21 FE을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85%로, LG전자의 공백으로 발생한 점유율을 완전히 흡수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오는 2월 8일 갤럭시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 S22 세 종류를 출시할 예정이다. 충성 고객 비중이 높고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S21 FE를 출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 갤럭시 S21 FE의 출시 국가 중 우리나라는 제외됐고,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유럽이나 남미, 북미에서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작인 갤럭시 S20 FE는 출시 1년 만에 1천만 대 이상 판매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쪼그라든 지갑 사정, 그러면서도 멀티미디어 및 콘텐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자체는 늘었기 때문이다. 갤럭시 S20의 성능에 낮은 가격대로 출시한 S20 FE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갤럭시 S21 FE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갤럭시 S21 출시 이후 1년이 지나 출시되다 보니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갤럭시 S21에 보조금을 받고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고, 또 갤럭시 S22의 출시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FE 시리즈는 고성능 사양에 합리적인 성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애플 아이폰 SE와 포지션이 비슷하다. 하지만 갤럭시 S20 FE와 달리 이번 S21 FE는 출시 시기도, 가격도 애매모호하다.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 SE의 전략을 너무 의식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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