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최초의 인류는 무엇을 고민했을까요? 아마 ‘생존’이었을 겁니다. 계속 안전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수렵과 채집을 통해 삶을 영위했죠. 인류는 주변의 위험 요소를 차단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변 환경을 활용해 집을 짓고, 가축을 길렀으며, 논과 밭을 갈아 농경 사회로 나아갔죠.
지금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집을 짓거나, 수렵 활동을 통해 식량을 마련하는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본능적인 위협에 맞서기보다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죠.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를 개발했고, 무더운 여름 날씨를 극복하고자 에어컨을 개발했습니다. 인공지능 음성 비서에게 말을 걸어 스케줄을 정리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합니다.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기술 개발은 끊임없는 ‘현재진행형’이죠.
출처: 필자 제공
다음엔 어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우리 삶에 접목할지 궁금합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 기술을 예측할 수 있는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가 주관하는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 인데요.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했고, 1995년부터 매년 정기 개최하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람회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 CES의 전시 대상은 TV나 오디오 등 전통적으로 ‘가전제품’이라 부르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전제품과 다양한 IT기술을 융합하면서 이제는 우리 일상에 밀접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으로 전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무엇보다 CES는 매년 초 개최합니다. 때문에 각 기업의 한 해 계획이나 비전을 살피기에 좋은데요. 새롭게 발표하는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사용하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비롯해 산업 종사자 등 많은 사람이 이목을 집중하는 자리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CES는 매년 시장의 주요 이슈, 동향, 향후 전망 등 관련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람회로 평가받습니다.
CES2022 현장, 출처: CTA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만 열렸는데, 올해는 오프라인으로도 개최했네요.
올해 CES2022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활용했는데요. 일부 기업은 온라인으로만 참여하기도 했어요. 보쉬(BOSCH), 인텔, LG, 파나소닉, 퀄컴, 삼성,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 소니 등을 포함해 약 2,300개 이상의 기업이 사물인터넷(IoT), 광고,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블록체인, 헬스케어, 로봇,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교통(Transportation), 우주(Space Tech), 지속가능 기술(Sustainable Technology),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등 4가지 분야를 2022년 주요 트렌드로 선정했는데요. 이 중에서 교통(Transportation),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이동 수단)’라는 개념을 소개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동수단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한다는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버스, 택시, 철도, 공유차량,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이하UAM),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활용해 사용자가 이동하는 모든 동선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MaaS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3억 달러(한화 약 3조 9,273억 원)로 평가합니다. 연평균성장률은 32.1%로, 2030년에 이르면 약 401억 달러(한화 약47조 7,230억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죠. 세계 유수의 기업이 관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중에서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전동화’와 ‘스마트화’입니다. 특히, 전기차, 스마트 모빌리티, 21세기 물류, 넥스트마일(Next Mile) 솔루션, UAM 등 5가지 분야에 주목하는데요. 오늘은 CES2022에 참여한, 해당 분야의 대표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기차의 경우, 빈패스트(Vinfast)가 주목 받았습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아닌 베트남의 자동차 업체가 5종의 전기차를 선보인 것에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간 기술 격차가 줄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인데요. 빈패스트는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저하를 걱정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배터리 임대 프로그램 제공’ 계획을 발표했어요. 또한, 지난 12월 전기차 사업을 위해 ‘빈에너지 솔루션’을 설립하는 등 내년 말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전기차 사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출처: 빈패스트 홈페이지
글로벌 대표 완성차 브랜드 GM은 CES2022 기조연설을 통해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가전제품 전문 기업인 소니는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죠.
GM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가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GM
소니의 비전-S 02(좌) 및 비전-S 01(우), 출처: 소니코리아
스마트 모빌리티를 논할 때, 자율주행 기술을 빼놓을 수 없죠.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솔루션 기업 루미나(Luminar)는 볼보와 함께 차세대 순수 전기자동차에 탑재할 자율주행 기술 ‘라이드 파일럿(Ride Pilot)’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 선보일 계획인데요. 라이드 파일럿에는 루미나와 볼보가 함께 개발한 라이다(LiDAR) 등 24개 이상의 센서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포함하어 있으며,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 표준을 바탕으로 설계했다고 합니다.
출처: 루미나 홈페이지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 적극적인 시장 확대를 선언하며 르노와 혼다, 볼보 등 완성차 업체 3곳과 협업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클라우드 연결과 지능화, 자율화, 서비스 및 혁신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여러 기업이 고성능 차량용 모바일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며, '메타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모빌리티를 메타버스로 향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외에도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업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고, 보쉬와 같은 부품 업체도 더욱 똑똑한 부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모빌리티의 미래,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물류 부문의 혁신도 눈에 띄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투심플(TuSimple)은 트럭 운전기사 수 감소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투심플은 2021년 12월, 미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128km를 트럭이 사람 없이 주행하는 테스트를 성공한 바 있는데요(자율주행 레벨 4단계에 준하는 테스트). 현재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물류 업체인 USPS, UPS, DHL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투심플 홈페이지
퍼스트마일과 라스트마일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산업도 함께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전기 기반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문 기업 세그웨이(Segway)와 케이크(CAKE)는 전기 기반 경량 오토바이를 선보였으며, 델패스트(Delfast), 니우(Niu), 오카이(Okai) 등 스쿠터 업체들이 전기 자전거를 전시했습니다. 보쉬도 커넥티드 스마트 전기 자전거를 전시했죠.
출처: 필자 제공
마지막으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 에어 모빌리티 기업 아스카(ASKA)은 수직 이착륙기 ’ASKA Drive and fly vehicle’을 선보였습니다. 아스카의 ‘Drive and fly vehicle’는 비행과 도로 주행을 위한 조이스틱, 시뮬레이터, 파일럿패널, 제어장치, 대시보드, 360도 카메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운행을 위해 자가용 소형 비행기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아스카는 지난 2021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개 쇼룸을 열고 사전 예약을 실시하기도 했죠. 올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규정 지침에 따라 실물 크기로 시험 비행을 계획하고 있고,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입니다.
출처: 아스카 홈페이지
이제 자동차는 ‘그냥 차’가 아닌 것 같아요.
모빌리티는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삶의 전반적인 편의성을 높이는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과 IT, 전자제품 산업 간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어요. 실제로 모빌리티 기업의 전자제품 박람회 참여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를 또 하나의 전자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CES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 GM의 회장이 2년 연속 기조연설자로 나섰고, 모빌리티 전시장 규모도 계속 확대하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 소개한 모빌리티 기술은 먼 미래의 것이 아닙니다. CES2022를 보니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차세대 기술을 빠른 시일 내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내년 CES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과 비전이 등장해 우리의 ‘이동’을 즐겁게 만들지 기다려집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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