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증시패닉

주가가 어제 오늘 어마어마한 갭으로 떨어졌고, 한국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제도권 지표 치고는 거의 암호화폐나 다름없는 변동성을 보이며 곤두박칠 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도 떨어지긴 했지만 그간에 보여왔던 변동성들과 비교했을 땐 그리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떨어지는 지표가 과연 '합리적인 지표'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보자. 주가는 경기에 대한 '선행'지표인가, '후행'지표인가? 만약 주가가 경기보다 선행한다면, 조만간 미국이건 한국이건 대공황이나 다름없는 리세션recession을 겪게 될 것이다. 주가가 경기를 후행한다면, 미국이건 한국이건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 어닝 쇼크를 겪는다던가, 아니면 천재지변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대 사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후행지표일 때를 가정했을 때, 이번과 같은 엄청난 폭의 하락을 짐작케 하는 어떤 사건, 사고도 보고된 바는 없다. AI관련 기업주식에 거품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고, 그게 사실이지만, 증시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모두 AI만 하는 게 아닌 이상, 지금의 하락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따라서 그간의 경제상황은 지금의 급락을 설명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

만약 주가가 선행지표여서 앞으로 닥칠 엄청난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면, 향후 예상되는 나쁜 경기 흐름이 있어야 한다. 주가가 무슨 무당도 아니고 '천재지변'이나 '외계인 침공'같은 걸 예측하는 게 아닌 이상, 주가는 주가를 이루는 벡터들의 흐름을 선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흐름이 에고된 바는 없다. 오히려 미국 경기는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그간 계속 호황이었고, 전쟁과 같은 이벤트들이 모두 미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그런 것들이 우울한 날들이 올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입지는 한층 강화되었고, 달러는 위안화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확고부동한 기축통화로서 군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과 같은 급락장세는 별다른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경기는 건실하고 아직 과도한 인플레 압력에서 벗어났다는 완벽한 신호도 없는 편이다(즉, 아직은 과열이 다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급락장세의 원인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투기꾼들의 과도한 오버액션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경기후퇴에 배팅을 하고, 어떤 이들은 연착륙이나 완만한 상승을 예측했을 것이다. 7월의 고용지표가 악화된 순간 후퇴에 배팅한 이들이 과감하게 시장을 리드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만약 공매도를 시도한 세력이 있다면 이번 급락으로 꽤나 짭짤하게 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현상은 환상에 불과하다. 시장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경기후퇴에 대한 어떤 조짐도 증거도 없다. 오로지 미국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고, 실업률이 갑자기 떨어져서 그간의 상태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 뿐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금리 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해결책은 금리인하 뿐이다. 그리고 금리인하로 해결될 수 있다. 빅스텝 인하에는 신충할 필요가 있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핸들을 급격하게 좌우로 꺾는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된다. 방향이 다소 어긋나더라도 천천히 우로 좌로 꺾으면서 균형을 찾는 것이 낫다.

모든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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