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학계 경향에서는 가장 중요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생산성'임.

옛날처럼 식민사학, 반도사학, 식민지수탈론, 식민지 근대화론 이런 관점들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적인 분석이 주요하게 사학자들 견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부터임.

예를 들면 청나라가 비석에 우린 10만 대군을 끌고 갔다 블라블라했거든. 근데 이 분야(병자호란) 1티어라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구범진 교수가 당시 청나라 인구가 얼마로 추정되고, 병력 동원력은 얼마였을 것이다. 요즘은 다 이런 식으로 얘기함. 

자, 그런 면에서 고려가 만주를 원해야할 이유는 뭐였을까?

그저 넓은 땅이 탐나서?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어. 그런데 그 이유에서 고려가 무리해서 만주에 욕심을 낼 이유가 사라지는 거야.

바로 땅에도 있는 그 '생산성'이란 개념 때문에.

같은 땅이라도 낡은 강남 아파트가 강북 신축 서너 채와 맞먹을 수준이 되는 것처럼 말야.

지금에 와서는 알래스카에 자원이 나니까 러시아가 헐값에 왜 팔았냐 하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미국에서 이런 무쓸 땅 비싼 값에 왜 샀냐며 비난하는 여론이 있을 정도였거든.

고구려가 있을 때는 거기서 농사 짓고, 철도 나고, 그 군사력 뽑아낼 정도로 인구도 많고,진짜 좋은 땅이었던 건 맞아.

그런데 그 지역에 어느 순간 기후가 변했던지, 아니면 그 지역 국가 자꾸 깨지는 지속적인 전쟁 과정에서 디아스포라(강제 이산) 정책이 실시됐던 탓인지, 만주의 인구밀도가 계속 감소해.

고구려의 평양성 천도가 방어적인 목적 외에도 (국내성이 방어에 취약하단 얘기가 지속적으로 있었음) 경제적인 요소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는 이유가 그거야.

자, 여기서 당대 거란이 강국이었던 이유.

-> 10세기 인구 200만에서 12세기 인구 800만 정도로. 1억 인구의 송나라 보다 인구 작은 나라가 강국이었던 까닭은

북쪽의 척박한 땅에서 사료는 덜 먹고 몸은 다른 품종보다 왜소할 수도 있지만, 지구력 하나는 끝장난 장점이 명확한 말을 독점으로 생산했기 때문이야.

중국 지리상 말을 키우기 좋은 땅은 중국 북부, 몽골 고원, 그리고 만주 지역이었어.

이들 땅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은 바로 '강'인데, 아무르 강, 오논 강, 요하, 두만강, 송화강 같은 강들이야. 여기서 물을 먹이고, 풀을 키워 말들을 키우는 것.

그런데 요나라가 그 지역의 땅을 독점하고, 송에 말을 수출하지 않으니, 송은 기마병이 늘 부족할 수 밖에.

거란 기마군을 보병으로 이기긴 어려우니, 송은 성을 끼고 막아도 원정 나가기는 어려웠던 거고. 그래서 송나라군이 100만이 넘는 상비군을 가지고도 거란군과 균형이 맞춰줬던 거. 북송이 좀 못 싸운 면도 있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얘기를 하자면. 북송 시절부터 원래는 습지였던 강남 개발이 대규모로 시작돼. 쌀의 새 품종이 들어오고, 이앙법과 이기작(쌀 농사를 한 해에 두번)으로 생산력이 넘치는 땅을 두고, 굳이 거란의 척박한 땅을 무리해서 먹을 필요는 없었던 거야.

즉, 거란한테는 좋은 땅이지만 송에게는 좋은 땅이 절대 아니었던 거지.

이제 고려로 돌아와 보자.

경제사를 위주로 공부하는 학자들은 더 이상 발해 > 통일신라 이런 공식을 주장하지 않아.

왜냐하면 통일 신라 때 인구가 훌쩍 늘어났거든.

인구로 봤을 때 오히려 통일신라 > 발해. 연구에 따라서는 인구가 몇 배나 차이 나고.

삼남지역 쌀 농사로 인한 경제력과 당연히 더 많이 걷을 수 있는 세금.

그렇다면 과연 영토가 큰 발해가 신라보다 더 강국일까?

본론으로 돌아와서, 만주는 고려에게는 계륵의 땅이 아닐까?

그걸 가지지 않아도 잘 살던 나라를 굳이 왜 그 땅이 없으면 마치 강국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꾸 선동하는 이유를 모르겠음. 교차 검증이 가능한 문헌 정보와 고고학적 발견의 뒷받침 없이 굳이 무리하게 고려 영토를 늘리는 건. 그냥 동북공정이나 일본 놈들이 독도는 지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음.

고조선 같은 경우는 학계가 평양 중심설과 요하 중심설로 좀 나뉘어 있는데.

여기서 요하 중심설을 주장하는 학자조차 고려 강역에 태클을 걸지 않아.

고조선은 요하 중심설을 주장하는 학자과 과연 악한 마음을 먹고 고려 강역은 깎으려 하는 걸까??

자, 광개토 대왕을 단순한 땅 넓힌 정복 군주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광개토 대왕이 싸우고 다닌 지역들은 군사적 자원이나 경제적 목적으로 추정되는 지역도 있어. 단순히 넓은 땅에 뽕 맞아 싸운 것은 아니라고.

그런데 고려의 대왕들이 무슨 학살자도 아닌데, 민족에게 이롭지도 않은 그 땅을 나폴레옹 뽕이라도 맞아 백성들을 고난으로 밀어 넣었다고 말하는 거야?

PS. 우왕을 비난하는 거 아님. 우왕에게는 당대에 합리적 목적성이 있었어.

왜냐? 당시에는 명나라가 그렇게 강국으로까지 성장할지는 몰랐으니까. 세계 대제국 원은 그렇게 쪼그라들고, 명나라는 인구 1억 8천에 육박하는 전성기 기준 병력 200~300만 대제국으로 성장할지 누가 알았을까?

추가로 만주 땅에 쌀농사를 가능하게 한 건 조선 후기 우리 조상들이었음. 일제 수탈을 피해, 혹은 망국의 아픔을 피해 타지로 떠났던 조상들은 그 지역에서 쌀농사를 몇 년 만에 성공시켜 부농이 되었고, 쌀 농사의 북방 한계 지역을 연해주를 비롯 북방 지역으로 계속 경신함. 기네스 감이지.

만주 평야가 지금처럼 중국의 최대 평야로 비옥해진 것은 화학비료 탓이야. 현재의 동북 삼성 인구는 약 1억 명 정도로, 현재의 우리나라 인구보다는 많지만 중국의 인구는 14억 명이지. 영토는 중국의 8.3%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