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집 전체와 친척들 사이가 안좋아요.

왜인지는 몰라요. 지금와서 짐작 해보면 아마 큰할아버지의 묘터와 연관된 일 일것 같지만.

아무튼 그런것들 떄문인지 엄마와 나..아버지 우리 셋은 가족애 보다는

어쩌면 전장에서의 전우애 같은 그런 끈끈함이 있었어요. 내가 외동아들이기 떄문이 아니라

마치 전쟁 하는데 하나라도 더 필요한 병사이기 때문에 더 사랑 받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

내가 원하는것. 하겠다는것. 불편없이 다 해주고 이해해줬어요.

21살때까지는 나 스스로를 숨겼어요. 일부러 여자애 데리고 집에 놀러와서 같이 프린세스 메이커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게 연출이란걸 모르셨어요. 그러다 21살 늦은 가을날 광장코아에서 가족끼리 노래방을 갔다 오는 길.

잠시 칠호광장에서 쉬는 동안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어쨋든 마음 속에 갑자기, 지금 이야기 하고 싶다.

바로 이 순간에 밝히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약간 떨었지만 그래도 담담하게. 엄마 아버지에게 말했지요.

내 입이 계속 움직일수록 두분 얼굴은 땅으로 향했어요. 고백이 끝났을때는 두분 다 말이 없었어요.

1분 3분 5분.. 10년 같은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입을 여셨어요.

지형아, 5만원 줄테니까 오늘은 밖에서 자고 온나... 니 그래줄수 있제?

화도 아니였고 체념도 아니었고 폭력도 아니였지만.오히려 그 반응이.. 그 행동이 저는 더 아팠어요.

어쩌면 언제나처럼 나를 이해해줄꺼라고 막연히 기대했는지도 모르지요. 이기적이게도..

아버지는 하루 라고 했지만 전 이틀 동안 집에 안갔어요. 그런데도 문자 하나 전화 한번 없었어요.

그때 알았어요. 가족애? 전우애? 우리 가족과 나를  묶어주던 것이 어떤 것이였든지 간에

이젠 끝났구나.  그 날 정말.. 정말 많이 후회하고 많이 울었어요.

그래요.. 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