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이것좀ㅂㅏ앱에서 작성

MI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02 21:47:14
조회 158 추천 0 댓글 2

건대숲이야기 #12650 <일상>
2018. 5. 29 오후 8:22:29

우린 앱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이였다.
너는 친하게 지낼 사람을 찾고있었고, 나는 애인을 찾고 있었다.
다른목적을 가졌기에 그대로 멀어질뻔 했으나 몇통 주고받지도 않았던 카톡속에서 나는 너와 말이 통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열심히 붙잡아 보았다.

없는 말주변을 끌어모아 대화가 끊기지 않게 해보았고, 직접 말하면 어색할까봐 크게 돌려서 네 칭찬도 해보았다.
너의 학교와 나의 집이 신촌 근처라는것, 우리의 생일이 열흘도 차이나지 않는다는것을 공통점이랍시고 엮어도 보았다.
5일동안 계속된 나의 노력에 알고도 속아준건지, 끝끝내 우린 기대반 걱정반의 감정을 품은채 화이트데이에 처음 만났다.
알리오올리오와 모짜렐라뽀모도로를 한그릇 비우며 우린 머쓱한 시간을 보냈고, 그날부터 스물세살짜리 학부생과 스물일곱먹은 대학원생의 서툰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우린 굉장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리고 서로 첫 연애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많은 배려와 이해가 있었다.
가깝지않은 서로의 거리이지만, 내가 바쁜 주중엔 니가 이동해줬고, 한가했던 주말엔 내가 너에게로 갔다.
신촌, 홍대, 여의도, 코엑스, 이태원, 건대, 광화문, 북촌, 일산호수공원, 인천, 교대..... 이땅의 곳곳에 너와의 빛나는 기억들을 담아두었다.
서로 독서가 취미인지라 어휘가 풍부하고 상식이 넓어, 대화가 굉장히 잘통해서 였을까? 느렸던 나의 타자속도는 너와의 카톡을 위해 하루가 다르게 빨라졌고, 자정을 넘기면 감기던 내 눈꺼풀을 받친채 두세시, 어느날은 네시 까지도 수다를 떨었다.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너를 보니, 몇년간 코인노래방에 매주 500원씩 넣던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나 싶었다.
넓지만 습자지같은 나의 취미들을 보고 부러워하던 너지만, 정작 너는 큰 취미 없이도 그 자체가 멋진 사람이었다.
둘다 절약을 실천하는 진성 이과생인 덕분에, 데이트의 가성비는 매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인터넷 초특가로만 이루어진 내 코트, 상하의, 신발값을 합친대도 너의 준명품 안경값의 반도 안될거고, 너는 그런 브랜드로 온몸을 둘렀지만, 내옷도 충분히 예쁘다며 언제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의 옷을 다 다시 샀다가는 우리 데이트 비용도 안남을것을 알기에, 매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있는옷으로만 코디했다.
저렴하게 구입한 커플 시밀러룩도, 옷걸이좋은 네가 입으니까 한층 더 태가 살았고, 날이 갈수록 멋있어졌다.
커플링 하나도 선뜻 사주지못하고 반씩 내야했던 얇은 내 지갑이었기에, 3000원짜리 스무디 한잔까지 당연하다는듯이 더치페이를 하는 네가 고마웠다.
말실수가 나오기만 해도 몇초만에 수습했고, 그걸 상대방은 언제나 아량으로 감싸안아주었다.
사랑/사과/감사의 표현은 미루지말자던 첫날의 약속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아졌다, 발전했다 말이 많지만, 아직까지 이 한국은 남자끼리 연애하기엔 힘든 땅이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않고 할수있는 애정행각은, 친한친구인척 어깨동무를 하거나 잠깐 허리에 손을 두르는것이 전부였다.
뭇 연인들처럼 손잡고 팔짱끼고 어딘가를 걷는다는것이 이토록 부럽고 대단한일인줄 미처 몰랐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시밀러룩을 입고 함께찍은 사진을 거는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연애를 시작하고서도 다시한번 소수자로써의 인생이 씁슬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남자끼리여도 친한친구사이에 오랜만에 만나는 상황이면 허그하는 것까지는 이상하게 보지 않는 세상이라서...
이렇듯 아직은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우리관계지만 매번 데이트장소에서 만날때 만큼은 아무리 보는눈이 많아도 꾸욱 포옹했고 용기도 내어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난생처음 여의도로 벚꽃을 보러 가던날, 구름낀 하늘아래 만개한 벚꽃잎을 배경으로 네 손을 잡고 걷던 그길은 내 평생 잊을수없을것이다.

벚꽃도 어느새 잎사귀만 남을 즈음에, 우리에겐 이런 사소한것들과는 비교를 불허할정도로, 넘어야 할 큰 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신록이 피는 5월에는 너를 국방부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만나기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서도, 시작부터 헤어짐이 예고되어있는 만남이라니, 세상은 정말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게 만난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믿을수없을만큼 행복했지만 너무나도 짧기에,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했고 너와 떨어져 있을때는 혼자 내쉬는 한숨만 늘어갔다.
일주일에 두번씩하던 데이트가 멈추니 솔로이던 시절처럼 지갑은 보다 넉넉해지겠지만,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베라 한번 더사줄걸, 아니 매일 입맛만 다시던 하겐다즈 한번 사줄걸 그랬다.
언젠가 내가 밥을 사겠다고 했을때 네가 장난으로 가리키던 아웃백도, 장난인것을 다 알고있지만서도 선뜻 먹자고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그때의 내가 밉다.
물론 5년전 내가 입대할때와 비교하면 조금 나아졌을것이라 믿는다. 거기도 결국은 사람사는곳이고 모두 다 오기 싫은걸 끌려왔으니 미미하게나마 개선과 발전을 거듭했을것이다.
무엇보다 이 못난 나도 사지육신 멀쩡히 병장만기전역했으니 더 잘난 너는 무난하게 가슴에 네줄을 달고 나올거란걸 알기에, 그저 남들과 똑같이 그리움의 세월을 흘려보내며 너의 귀환을 기다릴뿐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는 수많은 애인들이 고무신을 신고 기다린다는건 똑같지만, 나는 군화가 얼마나 발을 아프게 하는지, 전투복은 얼마나 입기 번거로운지, 훈련은 어떤부분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겪어서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이 좀더 미어져온다.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을 쐬고있으면, 덜덜거리며 고개를 내젓는 선풍기에 의존해 비지땀을 식힐 네가 떠오르겠고 한겨울 전기장판과 솜이불속에 들때면, 곱은 손발을 알량한 마이핫으로 녹이던 내 군시절이 너에게 투영될것 같다.
화이트크리스마스라도 된다면 빨간날을 반납하고 제설작전을 펼칠 네생각에 입이 씁슬할것이다.
포상휴가나 외박을 따서 나오게 될때면, 그러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을 너의 지난날을 축하해줄거고, 정기휴가를 나올때 약장에 가로줄이 허투루 추가되는것이 아닌걸 알기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
휴가나올때, 약속장소에서 박박 민머리를 캡으로 가린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으면, 너의 민망함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잘어울린다며 귀엽다며 한껏 쓰다듬어주겠다.
나는 남남커플만이 가능한, 군대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배려로 좀더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너를 기다리겠다.
우연을 끌어안아 이루어진 우리의 기적같은 인연을 군대따위가 막을수는 없을것이다.
설령 막는다 해도 나의 기다림으로 이겨낼것이다.
26년간 널 기다려 왔기에 2년따위는 정말 우스울것이라고 생각하고싶다.
물론 그 기다림이 때로는 외롭고 힘들고 지치겠지만, 남들의 시선과 편견이 우릴 더욱 단단하게 하듯, 이 애타는 시간 또한 그러한 과정일 것이라고 믿겠다.
올 연말에 졸업과 취업이라는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사회의 나보다 더 고달플 군인으로써의 너를 그리며 좀더 열심히 살아가며 이겨낼것이다.
언제걸려올지 모르는 너의 첫 전화를 기다리며 자꾸 핸드폰만 바라보게 되겠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새기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마지막으로는 음... 나같은 남자와 사귀어줘서 고맙습니다.
목표가 있고, 기댈곳이 있고, 사랑받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내인생에 최고로 많이 웃고, 행복이 넘치던 두달반 이었습니다.
핍박과 차별이 범람할수록, 그만큼 더 근사한 만남 이어갑시다.
네가 말했던 '음지에서의 역사'... 양지보다 더 화려하게 써내려갑시다.
혐오와 증오가 사랑으로 뒤덮히는 날까지 우리 함께 합시다.
그날은 내가, 언제나 하는 '사랑해'라는 말로 다시한번 고백할게요.
그날부터 공개연애 1일로 다시 세어요 우리...

맑은 하늘도 얼룩무늬로 물들어 보이는 여름의 문턱에서, 고무신을 신기 시작한 너의 남자친구 씀...

개재밌는데현타개씹오지게옴ㅅㅂ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AD 연체미납, 신용상태 무관 5분만에 셀프개통! (본인명의) 운영자 25/03/12 - -
공지 LGBT 갤러리 이용 안내 [690/131] 운영자 14.10.06 257143 240
9159299 너맞잖아 박정아(59.23) 08:01 3 0
9159298 구라는왜쳐? ㅇㅇ(125.132) 07:59 6 0
9159274 유동들 싸우는건 약간 흑백으로보임 [2] 메롱(118.235) 07:50 23 0
9159257 우리 원장님이 하신말씀 ㄷㄷㄷ ㅇㅇㅇㅇ(49.254) 07:45 12 0
9159245 개웃기네 수어사이드스쿼드 재질 ㅇㅇ(61.75) 07:42 10 0
9159233 정상인이 없네 L갤러(49.142) 07:39 8 0
9159227 아 씨발 존나짜증나 ㅇㅇ(211.234) 07:39 11 0
9159220 전생 타로 보면 가끔씩은 비슷하게 나오네 ㅇㅇ(61.75) 07:37 9 0
9159217 발표 해야되는데 벌써 힘드네 L갤러(49.142) 07:37 6 0
9159196 안자는사람 L갤러(49.142) 07:31 7 0
9159173 지금 내 배가 정훈공주가 됐어 ㅇㅇ(106.101) 07:23 5 0
9159163 개꿈 꿔서 적고 다시 자야자 세쿠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1 14 0
9159126 너네 봄옷 뭐 입음? [1] ㅇㅇ(61.75) 07:10 15 0
9159121 배구 조현병이 남보고 정신병자, 불쌍하다 ㅇㅈㄹ ㅇㅇ(39.7) 07:09 9 0
9159118 새벽갤은 명재완 타임이구나.... ㅠ ㅇㅇ(39.124) 07:07 19 2
9159116 세몰리나 같은 년들ㅉ ㅇㅇ(14.58) 07:07 5 0
9159107 나만 배구정병이 무슨말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음? ㅇㅇ(110.13) 07:03 11 1
9159104 어머 나 폴킴 좋아하나봐 ㅇㅇ(106.102) 07:02 25 0
9159101 님들 헬스장에 게이 많아요? [2] ㅇㅇ(211.218) 07:01 57 0
9159086 견언 왜 털림? 울도후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6 29 0
9159080 견언이슈 복습하는중 ㅇㅇ(211.234) 06:54 30 0
9159078 관심꺼 좃같아 ㅇㅇ(182.237) 06:52 13 0
9159077 새벽은 정병파티구나 L갤러(211.234) 06:48 12 0
9159076 아 10분만 더 잘래… [1] 라피네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7 28 0
9159075 죽여버리고싶은게 슴창 연천지라며 ㅋㅋ ㅇㅇ(182.237) 06:46 13 0
9159074 난 아무도아닌데 연천지년아? ㅇㅇ(182.237) 06:46 15 0
9159073 박은진 슴창 ㅇㅇ(182.237) 06:45 23 0
9159072 씹슴러버 박은진 ㅇㅇ(182.237) 06:44 12 0
9159071 개저씨년아 그니까 니인생살라는데 어쩌라는건데 ㅇㅇ(182.237) 06:44 9 0
9159070 블루드 엠생 일코 고소합니다 고소까지 다 올려요 [2] L갤러(58.29) 06:43 46 0
9159069 엄마야 시발 수영선수 꼴려서 가져오려했는데 ㅇㅇ(211.234) 06:43 16 0
9159067 고닉이다흘 [2] L갤러(211.234) 06:42 35 0
9159056 싫다고한죄구나 ㅇㅇ(175.127) 06:35 10 0
9159054 드럽게살더니 실체가털려 무서워라^^ ㅇㅇ(175.208) 06:35 12 0
9159048 인기는씹슴이지 ㅇㅇ(175.208) 06:33 10 0
9159047 귀리죽뒷보 [1] ㅇㅇ(118.235) 06:33 38 0
9159046 지가 좋아하는걸 강요해 L갤러(221.167) 06:32 13 0
9159045 좃 같은게 지가잘났다고 씨발 강소 휘는 훌륭하네 L갤러(221.167) 06:32 14 0
9159044 염혜선이 좋아하는 씹슴 L갤러(221.167) 06:32 10 0
9159042 오늘부로 끝장난줄 알긔 L갤러(221.167) 06:31 9 0
9159040 평생 저주속에살다죽어 ㅇㅇ(114.108) 06:30 8 0
9159037 씨발년아 관심없는데 앰창년아 ㅇㅇ(114.108) 06:29 10 0
9159034 건든거사과안하네 ㅇㅇ(121.137) 06:28 11 0
9159033 관장은 슴창 ㅇㅇ(121.137) 06:27 11 0
9159031 아 그랬구나 ㅇㅇ(121.137) 06:27 12 0
9159029 관장은 씸슴좋아함 ㅇㅇ(14.54) 06:25 12 0
9159028 이유없이 씨발 개보 지 벌렁대는 앰창게이년이 ㅇㅇ(14.54) 06:25 10 0
9159027 그만해 씨발년아 나 리베로따리 맞아 이소영(39.7) 06:25 12 0
9159026 관장은 씹창 하이브보다 씸슴을 좋아하긴해 ㅇㅇ(14.54) 06:25 12 0
뉴스 박하선 주연 ‘사이코패스 여순정’, 오늘 펄스픽서 첫 공개 디시트렌드 03.1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