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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유서>(110.45) 2015.11.13 14:50:47
조회 88 추천 0 댓글 4

이 글은 유서다. 내 체중과 약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나는 지금쯤 누워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지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나의 연구실 선배였고, 다들 내가 그와 굉장히 가깝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을 시작으로, 성기를 주무르고, 심지어 내 옆에 누워 자위를 한 뒤 그 꼬부랑거리는 털이 묻은 더러운 손을 내 입에 넣기까지 했다. 

그의 집에서도, 함께 대전이나 미국 학회 출장을 가서도 같은 숙소에서 묵기만 하면 그의 이러한 변태적인 행위는 반복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내가 성추행당한 사실을 추궁하고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고서도 한번 넘어갔지만, 그는 또 다시 그런 짓을 저질렀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해 그 사실 교수님께 말씀드렸고, 사건은 학교 성평등센터와 경찰을 거쳐, 서울 서부 검찰까지 진행되었다. 물론 나도 원래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관대한것을 잘 알고있기에 법적으로 형을 받거나 처벌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라는 피해자 입장에서 시원치 못한 통보를 받았지만, 나는 그래도 그가 반성만한다면 다 괜찮은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나는 연구실 선배들을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교수님은, 내가 이런 피해를 받았다는 것을 다 알고계시는 교수님은 이제 그를 다시 연구실로 데려오려고 하신다는 것을 들었다. 

교수님과 직접 뵙고 싶어 연락을 시도했지만, 선생님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물론 평소에도 학교에 잘 안나오셨고 바쁘실거다. 나를 피하는건 아니라 믿고 있다. 

그를 데리고 오는 건 교수님 연구실이니 교수님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그 전에 나에게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 나는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무시되었고, 피해자로서 나의 존엄성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그의 가족은 교수님께 계속 연락을 시도하며, 교수님을 괴롭게 했고, 또 고스란히 마음약한 교수님은 그들의 푸념을 나에게 전달해주셨다. 심지어 가해자의 계속되는 부탁에 넘어간 교수님은 탄원서까지 써주셨다. 

그래도 난 교수님을 믿었고, 이 세상을 믿었으며, 나는 언젠가 내 트라우마를 잊고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릴 적 배운대로, 그냥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고, 그리고 피해를 본 사람은 세상이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첨단관에만 가면, 아니 과학관에만 가면, 신촌 근처만 지나다녀도 뒤뚱거리는 구두 소리만 나도, 어떤 남성의 헛기침 소리만 들려도 난 다시 그가 내앞에 나타난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어제 그는 연구실로 찾아와 연구실 선배들에게 이제 다시 연구를 시작할 것이고, 자신은 당당하며,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한것이며, 내가 거짓말을 했고, 도리어 나를 미친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언행을 뱉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선생님의 제자도,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의 학생도 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나를 버렸고, 나는 그 세상을 떠나고 싶다. 내가 지금 하는 짓이 사회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당연히 인정받지 못할 짓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난 최대한의 관용과 최대한의 젠틀함을 유지하려 했고, 결국 내 그 노력은 그저 그의 파렴치함에 놀아났을 뿐이었다. 

약들을 사오면서 마지막으로 과학관에 가서 델리코 커피를 사왔다. 죽으려고 작정하니 가장 마지막으로 떠오르던게 과학관 커피였다. 이제는 다시 마실 수 없는 그 싸구려 단맛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았다. 

엄마 아빠 미안해 사랑해 그동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무리해서 가방끈도 길게 공부한다는 아들 키우느라 고생 많이했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보고 싶을거야 

A형, 내가 만난 룸메 중 가장 진국이었고, 또 가장 오랜 기간 함께 동거했던 형, 너무 미안해, 형도 같이 살던 놈이 이렇게 가버리면 큰 충격이겠지. 언제 내가 아팠을 때 둘중에 누가 먼저 죽을지 장난삼아 내기를 했던거 같은데, 이렇게 내가 먼저 가려고 해 미안해 형 

내 여자친구 B도, 남자친구가 이런 모습으로 사라지려고 해서 너무나 미안하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 자신부터 내가 지킬 수가 없다. 미안하다. 사랑해

교수님,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는 선생님의 제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갓 대학원에 들어와 연구를 하다가 논문 한 편 못 남기고 이렇게 떠나려 한다는게 원통합니다. 하지만 그간 저를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으로써 선생님을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OOO 나간 이후에도 가끔씩 연락 주시던 C도 감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사건을 줄곧 잘 알고 나를 지켜주고 OOOOO를 계속 잘 이끌어줬던, D E도 고맙다. 

고딩 때부터 줄곧 저를 챙겨주셨던 F샘, 지금껏 내가 허세부리면서 철학을 논하고 술먹을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었던 G와 H아, 다들 미안하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던, 그리고 같이 일하기로 했던 많은 분들께도 이런식으로 사라지기로 결정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굉장히 불편하고 끔찍한 글이 될 것인 줄 압니다. 그 점도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21세기 버전으로 공개적으로 남기는 죽음을 앞둔 제 마지막 민폐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저는 더 이상 살 자신이 없습니다. 

OOO. 잘 봐둬라. 너가 앗아간 그리고 너 때문에 끔찍해진 나의 매일이 어땠는지. 더러운 새끼. 너가 진실된 반성이란 걸 했다면, 나는 너를 용서한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죽고 싶도록 힘들다고 하는 사람은 말로만 떠들고 뒤에 가서 딴소리 하지 않는다.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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