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졸업을 앞둔 고3이다.
Lbgt갤러리가 있다는걸 알게돼서 글좀 끄적여봄


솔직히 중학교때 남고에 대한 환상을 품고 진학함 게이 한명쯤은 있겠지 싶은 마음에 말야

그런데 똑같이 공부하면서 애들이랑 말섞고 놀다보니 한달만에 잘생긴애든 못생긴애든 그냥 다 똑같이 보이더라 ㅅㅂㅋㅋㅋ 심지어 우리학교에 되게 유명한 연예인이 있는데도 별로 관심도 안가더라구 (너 게이들 다 알만한 애임)

남고는 여자로 통하더라 깝대는 애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점잖게 생긴애, 공부 잘하는애, 소심하게 숙이고 앉아있는애, 심지어 누가봐도 게이 끼있는 애들조차 여자엔 환장함 ㅋㅋㅋㅋ


남고로 처음와서 애들끼리 여자얘기할때 나는 혼자 노래듣고 애들이랑 걷다 이쁜여자보면 환장하는 것도 이해안가서 바로 주제돌리고 이러다 보니깐 솔직히 게이가 우리학교에 나말고 누가 있을까 하며 다녔다 ㅋㅋ




그러다 고3이 되고 1학년들이 들어오게 됨

그런데 어느 날 점심시간에 갑자기 반 애들이나 복도에서 웅성거림

알고보니 신입들 공부잘하는 애중에 커밍아웃을 한 애가 있다는거임

그때 이후로 애들끼리는 서로 키스하는걸 봤다더라 소문부터 화장을 하면서 좆같이 걸어다니더라 떠들고 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 얘깃거리에 빠지질 않았어 ㅋㅋ

그나마 교사들은 요즘 들어서 동성애 인권 운운하니깐 차마 까지는 못하고 "그냥 냅둬라 걔 인생에 우리가 운운할 필요가 없다" 정도로 마무리함 ㅋㅋ

1학년 몇반인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다 털리다가 하여튼 한 일주일간은 시끌벅적하다 잠잠해졌음

우리 학교에 크게 양아치들도 없어서  괴롭힘 당했다는 얘기도 없고 그냥 지나가면 우리학교 앞글자 따서 "야 쟤가 걔잖아 ㅇㅇㅇ게이" 이정도?ㅋㅋㅋ
이렇게 들리라고 말해도 그 애는 진짜 자기공부 다하면서 당당하게 다녔던 것 같아서 솔직히 존경스럽긴 해

나는 몇몇 애들이 더럽다고 까면 쉴드쳐주는 애들 중 한명이였음 자기 좋아할까봐 무섭다면서 지랄떠는 애들에겐 거울이나 쳐보라고 하면서 ㅋㅋㅋㅋ 요즘 드라마나 웹툰의 역할 덕인지 애들 인식개선하는 건 나름 쉽더라

그나마 우리학교 애들 대부분이 착해서 이걸 커밍아웃의 좋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게

물론 끝까지 그 아이를 게이새끼라고 칭한 애들도 많지만 몇몇 애들은 그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어깨동무하면서 후배로서 친근하게 대해준 친구들도 많아서 새삼 놀랬닼ㅋ

아직까진 우리나라 문화에서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라고 생각함 그렇기에 나처럼 누구도 모르게 일반인 코스프레 하는 놈들도 많겠지

공개적 커밍아웃은 아직까진 자살행위인 것 같아 그래도 \'그 아이\'의 커밍아웃을 통해서 시대가 변하면서 나 역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할 줄 아는 애들이 있다는걸 알게되서 나름 기분이 좋았음

우리가 늙고 초라해졌을 때 우리 후손들은 사회적 매장이나 가정 파탄같은 문제에 구속되지 않고, 일반인 코스프레 같은거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성향 밝히면서 살아갈 수 있었음 좋겠다.

우리도 알잖아 이런 삶이 얼마나 비루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