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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리 동물농장앱에서 작성

이다흘

2024.09.22 15:08:44

조회 59 추천 0 댓글 1

종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데

한 우리 안에 꾸역꾸역 같이 사는

한우리 동물농장 동물들

-. 욕심쟁이 돼지

나는 크니까 많이 먹어야 한다며

주인에게 많은 사료를 요구한다

나는 미각이 뛰어나니까 좋은 사료만 먹어야 한다며

주인에게 특별한 사료를 요구한다

그 많은 사료를 다 먹어놓고

그 좋은 사료를 다 먹어놓고

쟤는 왜 다르게 생긴 사료를 먹냐,

쟤는 왜 사료를 한 번 더 주냐

주인에게 악을 지르고

다른 동물들 앞에서 생떼를 부린다

-. 눈치없는 고슴도치와 예민한 고슴도치

닮은 듯 다른 듯 쌍둥이 고슴도치

눈치없는 놈은 지 몸에 달린 가시 생각도 안 하고

눈 가린 채 굴러댕기다 여기 쿵 저기 쿵

덕분에 가시 안 박힌 동물이 없다

왜 그러고 다니냐, 그러지좀 말아라

다른 동물들이 호통을 쳐도

"내가 고슴도치인 걸 어쩌라고?"

예민한 년은 지 몸에 달린 가시 생각도 안 하고

남들이 슬슬 피해가면 지 피한다고 엉엉

남들끼리 얘기하고 있으면 지는 외톨이라고 엉엉

하루에도 몇 번씩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엉엉 엉엉

-. 오지랖 넓은 쥐

아는 사이도 아닌데 쏙 들어가 쏙닥쏙닥

지 얘기도 아닌데 쑥 들어가 쑥덕쑥덕

남들 관심도 없고 관련도 없는 지 얘기 늘어놓고

허락은 없고 허풍만 담은 남 얘기 늘어놓는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았냐 물으면 어깨만 으쓱으쓱

누가 내 얘기하고 다녔냐 윽박지르면 입에는 좌물쇠

모두와 가까워져만 가는 줄 아는 쥐

쥐와 멀어져만 가는 동물들

-. 삐쩍 마른 다람쥐

지 하루 종일 쫄쫄 굶어놓고

쩔뚝쩔뚝 다리 절고 다니면서

"배고프지? 이거 먹어"

"다쳤어? 이거 발라"

기력은 떨어져가고 상처는 곪아간다

집도 주고 먹을 것도 안 쌓아둔 올 겨울

남들 주려고 쌓아둔 보따리

까보지도 못하고 가겠네

울어줄 동물과 미소 지을 동물

어느 쪽이 더 많을지 흥미진진

-. 목청 큰 닭

빡대가리 닭대가리 하나 달고

모이 바닥에 뿌려줘도 못 쪼아 먹는

그 멍청한 대가리 하나 달고서는

무슨 시계라도 몸에 달린 마냥

매 시간마다 목청 터지게 꼬꼬댁 꼬꼬댁

잠 좀 자자, 귓구녕 터지겠다 비명을 질러도

위풍당당 나는야 농장의 시간 지킴이

목청을 쑤시면 그만 두려나

대가리를 똑 떼면 그만 두려나

-. 느려터진 나무늘보

닭대가리 알람시계 끝나고서야 눈 뜨고

사료 주면 돼지새끼 다 뺏어먹고 도착한다

말을 하래도 "음..."

대답을 하래도 "어..."

동물모임이라도 하는 날에는

하는 것도 없이 눈을 껌뻑껌뻑

여기저기서 빨리좀 움직여라 재촉하면

또 "어... 어... 어어......." 하더니

눈이 스스륵 몸이 털썩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잠을 잔다

-. 겁도 없는 하룻강아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식하면 겁도 없다고

이리 왈 저리 왈 짓고 다닌다

그러다 덩치 큰 동물이 호통치면

그제서야 깨갱, 자리를 뜬다

그러고선 가만히 있는 다른 동물들에게 왈왈

가끔은 꼬리도 흔들면서 낑낑 왕왕

좋으니까 가만 있는 줄 알고 짓어대는 강아지

무시가 답인 줄은 알고 있는 다른 동물들

-. 신선놀음 원숭이

물려받은 게 많나, 돈 나오는 보따리라도 있나

하루 죙일을 그늘아래 누워 흥얼흥얼

가끔은 책 들고 내려와 표지만 힐끗힐끗

일은 안 하냐면 "쉬어야 일도 하는 법"

모임만 나가면 "박학다식한 내가 진두지휘"

언쟁이라도 있는 날엔 "무식한 놈, 못 배운 년"

그러다 먹을 거라도 없는 날에는

별의별 이상한 사자성어 섞어가며 구걸을 구걸을

너도 나도 뜻도 모를 소리 지껄이다 내쫓기곤

"무식한 놈, 못 배운 년"

몇 마리 죽을 만도 한데

몇 마리 죽일 만도 한데

그래도 같은 이웃이랍시고

그래도 같은 동물이랍시고

사실은 끼리끼리 논다고

한 우리 안에 꾸역꾸역 같이 사는

한 우리 안에 꾸역꾸역 몰아놓고 키우는

평생을 그렇게 살 동물들

평생을 그렇게 키울 동물들

한우리 동물농장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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