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이 뇌로부터, 전기적 신호로부터 정의되고.
무의식의 인간은 뛰는 심장, 혈순환 같은 생물학적 신호로 정의되면.
인간은 유물론적으로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물질이 사라지면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완전한 무.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전부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통 속의 뇌가 만든 세상이든.
이 세상은 내 세상이다. 둘이 완벽한 동격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나'가 사라지는 것이고 '나'가 사라지는 것은 '내 세상'이 사라지는 것이고 '내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이 세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내 존재의 사라짐, 흔히들 말하는 죽음.
인간이 유물론적으로 정의될 때,
그 말많은 '죽음'이란게 사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죽음과 동반되는 고통, 죽음이 낳는 비극, 생존을 위해 탄생한 생물의 원초적이고 막연한 두려움.
그것들이 '죽음'을 나쁘게 만들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이 세상'이다.


고통? 느끼기 싫다.
정말로 싫다. 고통은 싫음으로 정의되니까, 당연한 걸려나.
고통이 '이 세상' 것이란 걸 이해하면 논리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만..


그런데,
고통없이 사라짐에 이르게 하는 버튼.
더 나아가 삶 최고의 쾌락을 일으키며 고통없이 사라짐에 이르게 하는 버튼.
이것이 문제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살아도 되고 사라져도 된다.
둘 사이의 의미값은 결국 '무'이니까.


그리고,
이 버튼을 타인에게 작동시킬 수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사라져 '무'가 된 그 존재가.
무엇이 문제될 게 있을까.
제 3자가 봤을 때, 즉, '이 세상'에 남은 사람이 봤을 때,
'이 세상'에 문제가 생길 뿐.
버튼으로 사라진 '그', 곧 '나', 곧 '이 세상'이 '무'인걸.


없는 것, 없애는 것이 미덕인가?
그렇진 않다.
미덕도 악덕도 아닐 뿐이다.


누르는 건 문제가 안된다,
조금 있다가 누르는 것도 문제가 안된다,
1년이 지나고 눌러도 상관없다,
충동적으로 눌러도 다를 바 없다,
안누르는 것도 잘못된 거라곤 없다,

그 버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