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초에 토토 끊고자

6개월 정도 참아 보다가

유로 결승 즈음해서 다시 재발해

두 달 동안 다시 신나게 매일 베팅했고

몇 십만 원 적자 나서 짜증이 나

다시 토토 끊어 보고자 하는 토쟁이다

-----

올해 초 토토 안 할 때

-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흐름출판, 2022)

- 어쩌다 도박 (신영철 외, 블루페가수스, 2020)

위 두 책을 읽었다

여기서 얻은 잡지식을

대중없이 뒤섞어

너희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나처럼 토토 (다시) 끊어 보려고 하는 토쟁이 있으면

혹시 도움이 좀 될까 해서다

더 자세한 내용 알고 싶으면

위 두 책을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

쾌락이 있으면 곧이어 고통이 뒤따르고

고통이 있으면 곧이어 쾌락이 뒤따른다

그래서 너무 과도하게 쾌락을 좇으면 안 된다

신체 항상성의 원리에 따라

고통이 바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통이라고 마냥 나쁜 게 아니다

일하는 고통

공부하는 고통

운동하는 고통

뭐든지 인내하는 고통 끝에는

건강한 쾌락이 찾아오기 때문에

고통을 어느 정도 즐길 필요가 있다

🌑

원리는 이렇다

흔히 "도파민 터진다"

"도파민 쏟아진다"

이런 말 요새 많이 하는데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되어야

쾌락이라는 제 효과를 낸다

도박을 포함해

너무 쾌락적인 물질과 행동에 심취하면

도파민이 잔뜩 쏟아지는데

처음에는 도파민 수용체가 넉넉히 있어서

이 도파민을 다 받아 줘

쾌락을 자아낸다

그런데 도파민이 계속 쏟아지면

도파민 수용체는

신체 항상성의 원리에 따라

도파민 수용체 수를 확 줄여 버린다

그래서 도파민이 많이 나와도

수용체 수가 확 줄어

결합 자체가 몇 되지 않으니

이제 전과 같은 쾌락은 잘 느끼지 못한다

여기에서 '내성'이 발생한다

전에는 토토할 때 만 원만 걸어도 흥분되고 재미있었는데

이제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

만 원 걸면 무덤덤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만 원, 삼만 원, 십만 원 걸어야 재미있어지는 단계가 온다

도파민 수용체 수가 줄었으니

도파민을 더 많이 쏟아지게 해

결합되는 도파민 수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는 거다

이게 바로

토토하면 할수록

베팅 액수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다

베팅 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손해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건

너희들이 더 잘 알 거다

🌑

도박에 계속 젖어 있으면

항상 줄어 있는 도파민 수용체 때문에

이제 매일매일 즐거움은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고통과 비참함을 늘 느끼는 뇌 상태가 된다

🌑

그래도 답은 있다

과도한 쾌락을 주는 모든 물질과 활동

도박

담배

술

주식

포르노

sns 등등

을 멀리하면

도파민 수용체가 다시 늘어나

이제 일상 속 소소한 활동을 할 때도

다시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뇌 상태가 된다

🌑

도박을 끊을 때는

도파민 부족 상태에 있어

금단이 아주 심하게 오는 '처음 2주'가 고비다

2주만 잘 버티면

다음 2주 동안은 기분이 차차 나아지는 걸 느낀다

그렇게 뇌 보상 경로를 다시 짜는 데는

보통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

절제를 하게 되면

도박할 때는 몰랐던

아주 작고 소소한 쾌락

예를 들면

등산하기

친구하고 만나서 밥 먹기

살살 불어오는 바람 느끼기

집 청소하기

요리하기

음악 듣기

악기 다루기 등등이

다시 큰 쾌락으로 다가온다

뇌 보상 경로가 다시 균형을 찾았다는 얘기다

🌑

금단이 아주 심할 때는

도박 횟수를 줄이는 식으로

도박을 서서히 끊어야 한다

아주 심한 중독자의 경우

갑자기 도박을 끊었다가는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운동은 중독자들이 의존을 멈추거나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건강한 무언가에 '몰입'해 도취할 때

건강한 도파민이 분비된다

🌑

고통을 간헐적으로 감내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되지 않고

쾌락은 더 잘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과도한 쾌락 추구는

결과적으로 고통을 낳는다

🌑

도박을 끊은 지 5년 정도가 되면

도박에서 아주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

🌑

도박은

승리 → 손실 → 절망

의 단계로 이어진다

🌑

도박이 무서운 이유는

돈을 잃는다는 점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의 행복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

도박을 끊었을 때의 장점

- 돈이 안 없어짐

- 시간이 많이 남음

- 도박 때문에 하지 않았던 다른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음

- 가까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안 해도 됨

- 더 이상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음

🌑

도박은

나를 사랑하는 가까운 가족

엄마

아내

자식 등에게 아주 큰 상처를 준다

내가 도박에 빠져 있을 때

그 가족이 어떤 심정을 느낄지 잠깐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는 마음을 쉽게 가질 수 있다

🌑

도박을 끊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딱 오늘 하루만 도박을 안 하면 되고

그 하루를 계속 이어 붙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