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90이고 여자분은 98

장기연애 이별 후유증으로 연애 생각도 없는데

지인한테 등떠밀려서 시작하게 됨

그래서 만나기전 미리 톡으로 대화도 안했고,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밥이나 먹자하고 장소로 가게 됨

근데 막상 만나고 보니

여자분이 미인이시고 성격까지 좋으신거야

얼굴은 메보좌? 느낌에 성격은 밝고 당찬 느낌?

원래는 밥이랑 커피만 먹고 끝내려했는데

심지어 티키타카까지 잘맞더라구

난 엔프피인데 자기도 엔프피라는것부터 시작해서

같은 장남 장녀 등등에 암튼 대화들이 엄청 잘되는거야

내가 무슨 얘기만 하면 "맞아" "그 느낌알아" 하면서 맞장구 쳐주고

그렇게 커피까지 마시니 10시쯤 됐는데

여자분이 술도 한잔 하자더라구 그래서 갔지

그렇게 술이 한잔씩 들어가니까

여자분이 갑자기 되게 적극적으로 변하더라?

갑자기 "오빠 말놓아도 되지?" 이러면서 먼저 말놓고

"오빠정도면 괜찮게 생겼고 스타일도 괜찮아" 이러길래

내가 칭찬같은거 민망해 하는 스타일이라

"자존감이 낮은게 아니고, 에이 내 얼굴 내가 아는데"

"나 옷입어 요새 누가 이런 청바지 입냐" 하면서

본의 아니게 벽을 친것처럼 말을 하게 됨

그러다가 "나랑 8살차이인데 괜찮아?" 물으니

응 괜찮은데? 그게 왜? 이러면서 쏘쿨 반응보이고

그러다 자정쯤되가니까 택시태워 보내려는데

한잔 더 먹재, 포장마차 가고 싶대

그래서 또 가서 우동소주 먹으며

이젠 진지한 얘기들을 하고 그랬다

가족 얘기, 회사얘기 이런것까지..

포차에서 진지 및 우울한 얘기까지 다 나오니 새벽2시.

계산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자기 핸드백을 나한테주더라?

"오빠 들어줘. 나 이런거 해주는거 좋아해" 이러길래

나 이런거 싫어하는데.. 이러니까

"농담이야!" 하면서 갑자기 손을 잡더라?

그러면서 자긴 평소 노래부르는거 좋아하고

혼자 코노도 다니고 그런지라 나랑 노래타운 가고싶대

(지난 대화중에 내가 노래잘부른단 얘기도 했었던지라)

그렇게 서로 손잡고 천천히 10분쯤 걸었나?

노래타운 입구왔는데 바로 신분증 달라더라

내가 나오면서 차도 지갑도 두고 카드만 들고온지라

나 차에 지갑두고 다니고 술도 안마실까봐 안갖고왔어 하니까

"진짜 없어? 그럼 못들어가" 이러면서 엄청 서운해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일반 노래방이라도 갈래? 그러니까 싫대

갑자기 "나 집에 갈래" 하더라고(둘다 취한거 1도 아님)

앞에 대기서있던 택시뒷자리를 바로 타더라고

그래서 나도 처음으로 

"너 지금 보내기 싫어 가지마" 하니까

"집에 가고 싶어졌어" 하면서 싫다 답하구

"데려다줄까?" 너네동네서 마실까?

하니까 "아니 괜찮아. 됐어" 이러더라구

처음으로 계속 단호하게 굴길래

그래. 조심히 가.. 하며 택시 뒷문 닫으려는데

"또 안볼거야? 끝까지 번호 안물어볼거지? " 하며 

순간 몇초동안 정적에 눈 마주치니 아무말도 못하겠다가

"나도 너 마음에 든다 아까 말했잖었아 "했는데도

대답없이 문닫고 출발하드라

그렇게 결국 택시는 갔고

나도 집와서 혼술 더하다 잠들어 잤고

일어나서 혼돈스런 감정에 이리 글쓰고 있다

이거 인연 끝난거 맞지?

내가 사실 연애도 몇번 못해봤고

유흥도 싫어하고 그래서 여자 잘 몰라

특히 적극적인 여자는 오히려 더 벽을 치게 되고

천천히 오래본뒤 연애시작하는 성향이기도 해

그리고 아직까지 이별후유증이 남아있어 그런지

지금 일어나 글쓰면서도 어제 내가 참 바보 병신 같았단 생각만 드네

살면서 처음으로 갑자기 찾아온,

외모와 성격, 나이도 어린것까지

완벽히 맘에 들었던 여자였는데..

그런 평생 또 없을거 같은 생애 첫 인연을

이리 바보처럼 보내는구나 싶어

에휴 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