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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역 지방 청년 연쇄 퇴사 소설 <나만 빼고 퇴사해>5

명갤러(121.181) 2024.03.22 12:13:35
조회 101 추천 0 댓글 0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의 중소기업인 천기식품에 다니는 주인공 나인오와 주변 인물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현실을 그려보고 싶었다. 대한민국 청년 노동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이다.

희망사항 : 아마도(?) 대한민국 최초 연쇄 퇴사 소설

 

4학년이던 찬형은 철수와 존슨의 지원동기를 틀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기소개서를 입력하고 있었다.

 

돈 벌라고 돈 벌라고 돈 때문이라고

대체 뭘 바라는 건데

돈 때문이란 걸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잖아

 

지원동기란에 다다르자 찬형은 이라는 글자를 쓰고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1,000자를 채웠다가 지웠다. 다시 돈 때문에라고 적은 뒤에 다시 지우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쓰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또 다시 글자를 지운 뒤에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리면서라는 전형적인 문구를 입력하기 시작하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찬형은 문득 모든 회사에 1,000자에 해당하는 채용 동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업에서도 해당 글자 수에 알맞게 채용 동기와 포부 등을 제시하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 쿠폰에 도장을 10번 찍으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주는 것처럼 이력서를 10통 정도 넣어야 1번의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찬형은 조그마한 공장 형태의 옥외광고회사에서 면접을 봤다. 적응하기 어려운 회사의 환경에 찬형은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저기 보이죠?”

 

사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간판을 제작하고 있는 부장과 과장이 보였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매일 같이 마주하는 간판, 현수막을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

 

토요일은 격주로 나와야 하고

 

채용공고에는 주5일이라고 적혔던데요.”

 

, 토요일은 격주로 나오니까. 5일이 맞지.”

 

?”

 

찬형은 어리둥절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근무를 안하면 고마워 해야지.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 일을 안하려고 하니까 나름 배려를 해주는 건데. 그리고 매주 5일제로 하면 내가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손해거든.”

 

찬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었다.

 

어차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도 여기 오면 새로 배워야 하니까 3개월은 수습으로 시작합시다.”

 

생각을 좀 해볼게요.”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찬형은 컴퓨터 앞에 앉아 합격자 조회를 했지만 불합격이었고 메일함에도 불합격 통지서만 보였다.

 

진짜 거기라도 다녀야 하나?”

 

출근 첫날.

 

사장이 부장, 과장에게 찬형을 소개했다.

 

그럼 여기는 대리.”

 

제가요?”

 

찬형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과장 다음이면 대리 아니야?”

 

맞습니다.”

 

부장이 말했다.

 

그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은 뭐냐?”

 

주임이죠.”

 

이번에는 과장이 대답했다.

 

강대리는 디자인을 하면서 저기 현수막 기계도 돌려야 하고 간판 제작하는 일도 좀 배우고박 부장이랑 최 과장은 책임지고 잘 가르쳐라.”

 

찬형은 간판 제작에 필요한 용접을 준비하고 있는 박 부장에게 갔다.

 

용접은 해봤냐?”

 

아니요.”

 

용접도 할 줄 모르는데 간판 만들러 왔냐?”

 

저는 디자이너

 

디자이너든 뭐든 간에. 나는 디자이너이니까 디자인만 하겠다. 이건 아니지. 그건 자세부터가 글러 먹은 거야. 용접은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보고 알아서 배워. 회사가 바쁘면 디자이너도 용접을 하고 제작에 손을 보태야 할 것 아니야?”

 

점심 식사를 하고 찬형은 최 과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첫날부터 힘들지?”

 

아닙니다.”

 

용접은 배워놓으면 쓰일 데가 많아. 용접만 할 줄 알면 캐나다, 호주로 이민도 많이 가던데.”

 

이민이요?”

 

찬형은 최 과장의 말이 의아하면서 솔깃하게 들렸다.

 

물론 영어도 가능해야겠지. 캐나다, 호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용접공 대우는 잘해주니까.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민을 많이 간다고 하더라고.”

 

회사의 일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며 벅차기도 했지만 그때부터 찬형은 용접 자격증 취득에 매달렸다.

 

이번 달에도 3일 연속으로 야간에 일을 하고 수당은 제대로 주지도 않잖아요.”

 

부장이 자리를 비우자 찬형이 과장에게 말했다.

 

여름 휴가 때 하루, 이틀 더 준다고 했으니까

 

작년에도 그랬는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없던 일로 해버리고.”

 

어쩌겠냐?”

 

,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사장은 화장실 안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 목사님. 이번에 엘리베이터 공사 얘기 들었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회사가 잘 굴러 가고 있는데 제가 헌금으로 보답해야죠.”

 

밖에서 그 얘기를 듣던 찬형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찬형은 해외 유학 및 이민 박람회가 열리는 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상담을 하러 다녔다.


https://blog.naver.com/dramaplayerj/22338054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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