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받는 '팜유즈'(전현무·박나래·이장우)의 모습이 공개됐다. 수면 마취 후 위·대장내시경을 받던 중 눈을 뜨고 헛소리를 내뱉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위·대장내시경 검사는 보이지 않는 '속 건강'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시경을 몸속으로 집어넣는 과정에 통증과 구역반사가 나타나 보통 마취 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을 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시경을 받으면 나도 헛소리하겠다"며 은연중에 걱정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수면 마취 후 헛소리나 알 수 없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역설 반응(Paradoxical reaction)'이라 한다. 의식이 진정되지 않고 횡설수설하거나 흥분하며 몸을 과하게 움직이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서승인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설 반응은 평소 알코올 섭취량이 많거나 소아, 고령층, 성격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더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단, 이런 반응은 개인차가 있고 아직 그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면 마취를 위해 쓰는 약은 크게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이 있다. 역설 반응은 미다졸람 투여 시 더 많이 나타나는 데 그마저도 5% 정도로 드문 편이다. 서 교수는 "역설 반응이 나타날 경우 저산소증이나 통증이 원인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마취제의 양을 늘리거나 다른 마취제를 사용해볼 수 있는데, 이전에 역설 반응을 보인 환자는 다음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커 원활한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자신에게 효과적인 약제가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수면 마취는 마치 술에 취한 상태와 비슷하긴 하지만 약물의 작용 기전이 명확하고 더 안전하다. 알코올과 달리 뇌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박태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알코올도 다량 복용하면 마취 상태에 이르지만 마취 용량과 호흡마비를 일으키는 용량과의 경계가 향정신성 의약품보다 매우 작아 위험하다"며 "미다졸람(GABA 수용체), 프로포폴(GABAA·NMDA 수용체)은 작용기전이 보다 명확하고 전문의의 감시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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