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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2와 돈키호테 그리고 죄와벌

돈경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02 07:00:45
조회 275 추천 5 댓글 4
														

****스포있음****


조커2에서 아서 플렉은 자신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유명해졌다는 시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서 플렉은 망상증 환자다.


돈키호테 2권에서 돈키호테는 자신을 소재로 책이 만들어졌고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돈키호테는 망상증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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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정 장치가 재밌는 점은 전작을

열렬히 좋아했던 독자와 관객을

2편에 출연시켜버린다는 것이다.


돈키호테1권이 불티나게 팔려

유명해진 돈키호테를 대하는 2권 속 사람들과


조커 영화를 보고 아서 플렉을 추종하는

2편 속 사람들은 현실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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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정 장치가 영화에도 적용되니 재밌었다.

토드 필립스(조커 감독)는 이 장치를 더 강렬하게 이용하는데

1편을 좋아했던 관객들을

주요 풍자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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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도 돈키호테의 속편을 자기 멋대로 만들어 출간한

얼간이 같은 실존 작가를 2편에 출연시켜 열렬하게 조롱했지만 잠깐이었다.


즉 초 인기작이 된 1편에 대한 여러가지 현실 반응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2편에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조커1에서 토드 필립스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것만 얘기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고 자유분방한 조커라는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분노 표출에만 열광했다.(조커♡매력적이긴 함)


이 설정 장치 외에 망상증이라는 키워드도 겹치는데

(내가 표절 잡아냈다.가 아님. 위대하신 타란티노 형님이 영화는

리믹스고 감독은 DJ라 하지 않았는가.)



돈키호테가 '이건 전설의 투구다' 라는 식의 헛소리를 할 때마다

산초는'아니 이건 그냥 냄비인데유?'라는 식으로 현실주의적인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주인님이 제발 미친 소리 그만하고 현실로 돌아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할리퀸은 정반대다. 그녀는 아서 플렉이 망상에 빠지도록 부추긴다.

(할리퀸은 조커1의 자극적인 부분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관객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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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1에서 일평생 제대로 된 관심(사랑)을 못 받은

아서 플렉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엄마마저 학대 방관자임을 알고

삶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린다.

속된 말로 야마가 돌아버린 것이다.

(2편에서도 엄마 얘기 부분에서 변-신)


그런데 인생이란게 얄궂게도 야마가 돌아 삶에 미련을 버리고

조커가 되자 사람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하지만 그 관심도 허상인게 조커는 '가면'이기 때문이다.


조커2에서 이 가면에 금이 가는 장면이 있는데

산초와 비슷한 체구를 가진 개리가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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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때문에 PTSD를 겪고 있는 개리를 보자

조커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사실 할리퀸(조커 추종자)이 아니라

개리(아서플렉 친구)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폴리 아 되: 두 사람이 공유하는 정신병적 증상)

관심처럼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 자기 마저 관심을 끊고 스스로 지워버린 아서 플렉.

세상에 유일하다고 생각한 자신의 내면을 누군가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조커라는 가면에 금이 간다.

(허상에 쏟아지는 수 많은 관심 VS 진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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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역시 2권 후반부에 망상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내가 본 관점은 정신 나간 자신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받고도

자신을 격려하고 아껴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이었다.


망상에 금이 가고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로 인해

1편의 망상증을 겪는 주인공을 즐겼던 독자와 관객들까지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파티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말이다.


멀쩡한 소리하는 돈키호테. 아니 시골 귀족 할배 알론소 키하노

조커가 아닌 말도 더듬고 관심 못받는 아서플렉.


추레한 스타의 모습에 광팬들은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지만

작가는 자신이 창조했으며 사랑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열렬한 팬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멋대로 단면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며 즐거웠을 것이다.


(스타가 평범해지며 캐릭터 입체감 +++)


돈키호테 외에 하나의 작품이 더 생각났는데,

죄와 벌이다.


죄와벌의 주인공 로쟈는 전당포 노인을 망치로 내리쳐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다.


나폴레옹처럼 인간의 보편적 도덕 법칙을 무시하고도 떳떳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여 시대에 이름을 남긴 비정한 영웅이 아니라


자신은 죄를 저지르고 안절부절하는

소인배라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운 것이다.


로쟈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기 쉽도록 소인배라고 표현했지만

책을 보면 그런 안절부절함과 부끄러움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다움을 느끼게 한다.

(피폐해진 로쟈와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마음...맴찟)


로쟈는 법학도이며 자신이 게재한 <범죄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나폴레옹 같은 비정한 영웅은 사람은 죄를 짓고도

(나폴레옹 관련 전쟁 사망자 수백만명)

누군가들에게는 칭송받으며(당연히 안티도 많음)

항상 인류사에 소수이며

그렇지 못한 인간들은 벌레 같은 이처럼 아주 많다는 식으로 적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특별하지 않은 '벌레같은 이'에 속한 다는 것을

죄를 저지르고 알게 되어 괴로운 것이다.


아서플렉은 로쟈처럼 '혹시 내가 특별할지도..?'라고 평소에 생각하진 않았지만

우연치 않게(?) 거리낌 없이 죄를 저지르고도 칭송(관심)받는 자신의 모습에 심취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죽고 깜빵에 가고 독방에도 갇힌다.


로쟈도 시베리아 감옥에 갇히는데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험악하게 고립된 시베리아 감옥과 죄수들 사이에서도

고독하게 지낸다.(조커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 비슷한 상황의 아서 플렉과 로쟈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바로 '사랑'이다.

아서 플렉에게는 리(할리퀸) 로쟈에게는 소냐가 그 사랑의 대상인데,


여기서 또 돈키호테처럼 갈린다.


리는 아서플렉이 아닌 '조커'라는 허상을 사랑했고

소냐는 로쟈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그의 인간적인 마음

(비정하지 못한)에 반한 것이다.


로쟈가 '나폴레옹'같은 비정한 영웅이 되고 싶어한 이유 중 하나는

(그저 돈이 급해 전당포 노파를 죽인 죄에 대한 합리화가 가장 클테지만)

그런 인류사의 소수가 역사를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꾸준히 면회를 오는 소냐의 사랑을 받던 로쟈는 시베리아 감옥에서 처음으로

미래에 어떻게 살지 꿈꾸게 된다. 그저 조용히 페이드아웃 되가는

깜깜하던 미래가 사랑으로 인해 컬러빛으로 창조되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 영웅들만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희망을 품고, 사랑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죄와벌에서는 이런 걸 느꼈다.


아서 플렉 역시 리와의 사랑으로 미래를 꿈꾸지만 리의 미래에 조커는 있었지만

아서 플렉은 없었다. 아서 플렉은 깨달음을 얻기 전 로쟈처럼

영웅적, 역사적 업적, 창조보다는

그저 한 사람의 진짜 관심을 원했다. (그게 슬픔)



'폴리 아 되'는 공유하는 정신병적 증상이다.

광팬들과 할리퀸은 조커와 폴리 아 되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허상이었다. 조커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아서플렉의 실패한 짝사랑보다 이 지점이 더 중요해보인다.

현대인은 미디어의 이미지, 허상에 열광한다.


개리는 증언석에서 말했다.


'거기서 유일하게 나를 비하하지 않았던 니가...'


아서 플렉은 관심을 원했고 유대감을 원했지만

타인과 진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을 때는

타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때가 아니었다.

자신이 타인을 인간적으로 대할 때였다.


그 점은 돈키호테와 죄와벌에서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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