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공덕은 아예 없는 것처럼 호도하시는데

어려서는 정말 아빠만 포악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지

커서 부모들과 농장에서 같이 일해 보면서

느낀 게 그냥 지들끼리 뜻이 안맞고

코드가 안맞아서 의견충돌이 잦은 거 뿐

아빠가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그 정도도 와일드하지 못하나?

아빠를 통제하고 아내로서 너무 불만이 많은 거 같더라

큰 일이나 대외적인 일들은 아빠가 다 하시는데

작은 일 자잘한 일은 엄마가 다 하시고.

근데 아빠가 엄마 작고 자잘한 일 안도와준다고

매일 저렇게 불만을 아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다

아빠가 희생을 엄청 하고 계시고

엄마만이 희생하는 게  절대 아닌데

엄마는 모든 고생은 다 자기가 해 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고 스스로에게 공덕을 회향한다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두 분이서 지지고 볶는 일을 왜 중립인 아들한테

불만을 토로하시고 같이 퍼부어 주길

바라는지..

언제까지 엄마의 하소연에 동조해 줘야 하는지

아빠에 대한 온갖  저주와 악담을 덩달아 해 줘야 되는지.

내가 유심히 지켜보면 엄마가 지나치게 유약하시고

순하신데다가 꾀는 많고 요즘 한녀처럼 여성과

주부들의 인권만 보호받기를 원하시더라.

아빠는 일은 일대로 큰일은 다 하시는데

엄마 자잘한 집안살림 일만 높이 평가 받으려고 하시더라

지금 시기상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건 알겠는데

둘이서  부부싸움 의견충돌 좀 제발 나한테

하지 말았으면 해.

중간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엄마는 매일 같이 아빠에 대한 불만만을

내게 토로하고 같이 맞장구쳐주길 바라는데

그게 무려 30년 째다

난 아빠에 대한 혐오와 불신만 남고

엄마 꼬봉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