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조합원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5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사들에게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집단행동으로 임금체불이나 구조조정 등의 피해를 보면 단호히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2024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투쟁 승리를 결의하며 ▲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 ▲ 주4일제 ▲ 공공의료 강화 ▲ 올바른 의료개혁 등을 촉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00일 넘게 지속된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쳐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또 명분 없는 집단휴진을 한다고 한다"며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고, 병원의 경영난 심화로 인한 피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비겁한 의료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겠다고 하지만 누가 의사들을 노예라고 생각하느냐"며 "의사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은 것은 의사 선배들이다. 병원으로 돌아와 선배들하고 투쟁하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지원(PA) 간호사가 2만명에 육박하는데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의사들만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사용자들이 앞다퉈 비상경영 체계를 선언하면서 노동자들이 타 병동으로 헬퍼 가거나, 무급휴가나 강제 연차를 강요받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의정대립으로 발생한 경영위기가 임금체불이나 구조조정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단호히 투쟁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적정인력 기준 마련 ▲ 지역의사제·공공의대의 조속한 설립과 공공병원 역량 강화 방안 마련 ▲ 수련병원 지원 현실화 ▲ 공익참여형 의료법인 제도화 등 민간병원의 공공적 참여 제도화 ▲ 병상총량제 현실화 방안 마련 ▲ 건강보험 지불제도 전면 개혁 및 국고지원 제도화 ▲ 의정 대화를 통한 조속한 진료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체계의 문제점과 의사 집단행동 상황에서 겪은 고통을 성토했다.
이성진 백병원 부산지역 노조 지부장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PA 인원이 늘어나고 업무 범위가 확대됐지만, 전문의들은 전공의들을 지지하며 진료와 수술 일정을 줄이면서 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치료받던 병원을 떠나야 하고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고충과 요구를 경청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했지만, 이런 노력과 배려는 의사업무의 위임, 타 직종에 대한 업무 전가, 갑질 심화로 돌아왔다"며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법을 개정해 직종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혜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노조 지부장은 "국가 의료재난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최전선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전담병원의 회복기 지원을 확대하고 시설·장비·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전북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 추진과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틈바구니에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왔지만, 정당한 보상은커녕 경영악화의 책임을 전가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국립대병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규제 완화는 보건의료노동자가 아닌 의사들을 위한 것"이라며 "국립대병원의 총정원제, 총액인건비제를 폐지하고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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